[특별기고] 울산 앞바다 지진···대양연구선 ‘이사부호’, 해저케이블관측망으로 활용을

 

[아시아엔=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일어난 진도 9.3의 지진 해일은 28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11년 3월 동일본 앞바다에서 일어난 진도 9.0의 지진과 해일은 2만명에 가까운 희생자와 실종자를 낳았다. 진도 9.0이 넘는 지진은 10년의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데 2000년대에 들어 벌써 2번이나 인구밀집지역에서 발생하였다. 60년대 알라스카와 칠레에서 9.0이 넘는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여 큰 피해가 태평양 주변국들에게서 발생했는데 다시 2000년대에 발생하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대지진의 주기설을 주장하기까지 한다.

일본과 미국 같은 환태평양 선진국은 지진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준비와 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웬만큼 큰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이런 선진국에서는 인명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 큰 인명피해가 일어나는 곳은 주로 개발도상국이다. 2만명 가까운 희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일본은 멘붕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진보다 더 큰 피해를 가지고 온 것은 해일이다. 해일은 단순히 파도처럼 밀려와 모든 것을 싹 쓸어갈 뿐만 아니라 원전을 덮쳐 더 넓은 지역에 피해를 가져왔다.

나는 우스개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무서워 해야 할 것은 어쩌면 북한의 핵이 아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우리가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무서워 해야 할 것은 동해주변 일본연안에 설치된 원자력발전소들이다. 이들 가운데 많은 것이 활성단층대에 놓여있을 지도 모르는데 만약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동해쪽에 발생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생선을 먹지 않을 것이고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갖고 올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걱정해야 되는 것은 북핵이 아니고 일본핵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좀 바꿔보자. 해저에도 광케이블이 있어 대륙 간 인터넷통신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인공위성도 있지만 그 용량이 광케이블에 비해서 턱없이 모자란다. 광케이블 하나가 인공위성 수백~수천대의 용량과 맞먹는다. 최근 유튜브 동영상 등 때문에 대륙 간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한 통신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70년대부터 태평양에 깔려있는 해저케이블을 이용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기 위한 선구자적인 시도들을 하였다. 보통 해저 케이블 수명은 30년이 넘는데 갑자기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멀쩡한 메가바이트급 해저케이블을 기가바이트급으로, 또는 기가바이트급을 테라바이트급으로 교체해야 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쓸 만한 케이블들이 바다에 놓여있었고 이것을 활용해보자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먼 우주공상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알다시피 물과 전기는 상극인데 물속에서 전기장난을 하니 말이다.

맨 처음에는 잘 안될 것같은 시도들이었는데 지난 30년간 꾸준히 기술개발을 하면서 이제는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한 심해저 관측이 새로운 유망기술로 탈바꿈하였다. 그 결과 이미 기존에 깔려있는 해저 광케이블을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목적으로 독자적인 해저케이블이 깔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대표적인 과학프로그램이 초기에 NEPTUNE이라고 불리우는 사업으로 최근 미국 과학재단은 3500억원의 돈을 투자하여 워싱턴주 앞바다 수백km 앞에 자리잡은 해저화산까지 케이블을 연결하여 마치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듯이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하였다. 바다 속에 있는 수많은 관측장비들은 마치 육상 PC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듯이 지구상 어디서나 조작이 가능해졌다. 혁명적인 것이다. 바다 속 상황을 사무실에 앉아 마우스클릭 하나로 다 보고 조작가능하니 말이다.

일본은 한발 더 나갔다. 2011년 동일본 지진해일 이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뭔가 획기적인 것을 내놓아야 했던 일본정부는 수조원의 돈을 들여 도쿄부터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장장 6천km에 걸쳐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였고 또 150여개의 해저관측소를 연결하였다. 이것이 일본 방재청이 만든 S-NET사업이다.

사실 지진해일은 먼 곳에서 일어나면 대비할 수 있지만 2011년처럼 바로 가까운 바다에서 일어나면 대비하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지진해일의 전파속도는 여객기의 속도와도 같다고 한다. 만약 지진해일이 칠레에서 일어나면 일본까지 도달하는데 20시간 이상 걸린다. 따라서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다. 하지만 2011년 일본해일처럼 바로 앞 바다에서 일어나면 그 시간은 불과 수십 분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은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함으로써 단 몇분 먼저 일찍 경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몇분을 위해 수조원의 돈을 쓴 것이다. 과연 미국과 일본처럼 그런 천문학적인 돈을 쓸 수 있는 나라가 전세계에 몇이나 될지 싶다.

다시 이야기를 바꿔보자. 대륙간 해저 광케이블은 한번 설치하면 수천억에서 1조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거대사업이다. 또 해저 광케이블은 지구를 수십 바퀴 돌 만큼 이미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수명이 한정돼 계속 교체해 주어야 한다. 광케이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케이블 자체가 아니다. 70km마다 광신호를 증폭해야 하는 Repeater와 케이블을 여러 가닥으로 나누는 Branching Unit이 고부가 요소기술이다. 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단 3곳이고 이들이 전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TYCO International, 일본의 NEC 그리고 프랑스의 Alcatel-Lucent이다. 우리나라도 KT가 있지만 하청을 받아 케이블을 바다에 설치하는 용역만 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독자기술이 없어 이 거대시장에서의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

얼마 전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회사 Huawei가 독자적으로 Repeater등을 개발했지만 아직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왜냐하면 광케이블은 안정과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네크워크상의 하나라도 하자가 생기면 전체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개발뿐 아니라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제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하자. 내가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는 것은 2004년 수마트라 지진 이후 나를 포함해 많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큰 지진해일이 발생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바다 속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지진해일이 발생하는 그 순간을 관측하지 못하면 과학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한계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소위 ‘불의 고리’ 환태평양과 인도양 화산대의 중심에 있다. 시간 문제이지 언젠가는 또 2004년 같은 대규모 지진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이사부호’라는 세계적인 대형 대양연구선을 건조하였다. 정부는 연구선 건조를 계획했던 5년 전만 해도 심해 광물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열기가 식었다. 지금은 딱히 국민세금 1000억원 이상을 들여 만든 연구선이 그에 걸맞게 할 만한 역할이 없다.

만약 우리가 인도네시아에 다시 발생할지도 모를 지진해일용 소규모 테스트 해저케이블 관측망을 설치한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인도네시아와 그 주변국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둘째 독자적으로 개발한 우리의 해저 광케이블을 가동함으로써 관련 기술 발전은 물론 국제적인 공인 획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기술에 비해 저가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태평양 주변국가 가령 필리핀이나 남미국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좋은 일을 함으로써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고부가가치 해저케이블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해저 광케이블 시장은 조만간 큰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저 케이블에 단순한 Repeater가 아니라 과학장비를 추가하여 지구온난화와 지진해일 같은 재난 경보체계를 전 지구적으로 갖추자는 운동이 UN 산하 국제통신기구(ITU), 국제국가간해양기구(IOC), 세계기상기구(WMO) 등을 통해 일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해저통신 표준이 바뀔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먼저 기술개발을 하여 통신과 과학관측이 동시에 가능한 새로운 케이블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표준으로 채택된다면 그 경제적인 이익은 엄청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도네시아는 환태평양 지진화산대에 속해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여러 지역 가운데서도 두 곳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것은 그 지역이 인구밀집지역이어서 지진해일 발생 때 수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수마트라섬의 수도인 Padang이다. 인구 1백만명인 이곳에선 다행히 수십년간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Sunda arc인데 이곳은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다. 이 지역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할 경우 2억6천만명의 인도네시아 인구 중 1억5천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2004년 수마트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피해도 가능하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얼마 전 과학자들이 만약 여기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면 수도 자카르타에 어떤 피해가 생길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했다. 자카르타에는 정부 건물들이 들어선 거리가 있는데 여기에 있는 고층건물들이 다 균열이 가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 가운데는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부 건물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만약 부실공사로 이들 건물의 시공이 날림으로 되어있다면 균열이 아니라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해양과학자로서 우리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지진해일을 보다 많이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는 인도적인 차원과 함께 국가경제개발에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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