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 33] “마도로스 긍지와 정의감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에 최선을···”
제6부 동업 그리고 조선여인 7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바로알기> 저자]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 일동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선장님!”
“나는 오리엔트 호에 선주의 신분으로 승선하여 멕시코까지 갈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선장이 아닌 상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생활하려 한다. 이제 셀로나 호에서 선장으로서의 내 역할이 끝났으니, 마누엘 일등 항해사를 선장으로 진급시킨다. 그에 따라 이등 항해사를 일등 항해사로, 삼등 항해사를 이등 항해사로, 수습 항해사를 삼등 항해사로 진급시킨다. 그동안 일등 항해사는 나의 후계자 수업을 성실하게 받아 왔으니 선장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마누엘 선장을 모시고 우리들이 견지해 온 항해의 목적과 가치, 즉 화물의 안전한 수송과 마도로스의 정의감을 잘 유지하고 계승해 나가기를 부탁한다.”
이제 막 진급한 마누엘 선장이 벌떡 일어서서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선장님의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셀로나 호와 화물의 안전, 그리고 선장님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마도로스로서의 긍지와 정의감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선장님이 동업하기로 한 사람들에 대해 저희가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오리엔트 호의 선원들에 대해서도 아는 게 부족하니, 선장님의 신변안전을 위해 저희 선원들 중에서 무예가 가장 뛰어난 이등 항해사하고 1등 갑판수를 데려가 주십시오.”
마누엘은 선원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로서 애드문 선장에게도 충성을 다하고 있었으며, 바다에 대해서도 올곧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마누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제 갓 진급한 이등 항해사사 길버트가 벌떡 일어나 힘차게 말했다.
“선장님! 제가 곁에서 보필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사관식당에 모인 간부들 모두가 마누엘 선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애드문은 안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아직도 자리에서 서 있는 마누엘과 길버트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두 사람의 걱정과 제안 고맙네. 그리고 여러분들의 마음도 고맙게 받아들이겠네. 그러나 내 인생의 앞날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든 나의 방식으로 즐길 준비가 되어 있네. 그러니 나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마누엘 선장과 함께 여러분 모두가 힘을 합하여 셀로나 호를 내가 선장이었을 때보다 더 훌륭하게 운항해주길 바라네.”
애드문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며 회의를 마쳤다. 그는 생각했다. 새로운 시도에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인생과 수많은 전투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고난에 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역경에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사관식당을 나왔다.
식당 안에 남은 간부들은 일일이 마누엘 선장에게 다가가 축하인사와 함께 충성맹세를 했다. 그러고 나서 갑판장의 지시에 따라 전 선원들이 평갑판 위에 도열하자 일등 항해사가 새로운 선장인 마누엘을 소개했다.
“마누엘 선장님,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애드문은 마누엘 선장보다 한발 짝 뒤에 서서 선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축하하는 외침을 들으며 가슴 뿌듯한 행복을 만끽했다. 편서풍도 시원하게 불면서 돛 포가 내려진 돛 줄들에 공명을 일으켜 아름다운 현악을 연주해 주고 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