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악단 ‘귀국’ 둘러싼 추측 난무···한·중·러·홍콩 언론, 어떻게 보고 있나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북한 모란봉악단의 중국 베이징 첫 공연이 돌연 무산된 가운데 중국, 홍콩, 러시아 언론이 ‘모란봉악단, 왜 귀국 했나’를 놓고 각각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추도 때문”
러시아 관영언론사 <스푸트니크>는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 원인이 12월12일부터 시작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추도기간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스푸트니크>는 14일 “12월17일 김정일 사망 4주기를 앞두고, 북한 당국은 전국에 애도기간을 선포하며 노래와 춤을 금지한다. 이에 대해선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가 중국 측에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러시아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 일각에선 “김정일 사망 4주기를 고려치 않고 베이징 공연 의사를 밝혔을 리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홍콩 “對북 압박에 김정은 격노”
반면 홍콩의 <SCMP>는 “중국의 금융 및 식량지원을 대가로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왔다”며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수소폭탄이 중국의 지지를 얻은 것처럼 발언했다. 이에 분노한 중국 고위급 관료들이 중국이 공연을 취소시켰다”고 보도했다.
홍콩 인권단체 ‘중국인권민주화운동’ 뉴스센터의 경우, 모란봉악단의 귀국 이유에 대해 중국이 대북 석유지원 중단 의사를 전하고 북-중 국경지대에 부대를 증파하는 등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센터는 “중국이 북한에 지원해온 석유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며 “12일 중국군 2천명을 국경으로 증파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변화에 격노한 김정은 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중지시킨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추측일 뿐이다.
한국 “중국, 김정은 수소폭탄 보유발언에 실망”
한국의 <연합뉴스>는 익명의 중국 정부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한 뒤 중국당국이 공연관람 인사를 당 정치국원(지도자급)에서 부부장급(차관급) 인사로 대폭 낮췄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수소폭탄’ 보유 발언 당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한반도의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며 취약하다고 판단한다. 관련 당사국이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에 집중하길 희망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연합뉴스는 김정은 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중국 관영통신사 “북한과 문화교류·협력 이뤄나가겠다”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이처럼 모란봉악단의 갑작스런 귀국에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자, 중국 당국은 빠른 대처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은 관영통신사 <신화사>를 통해 “중국은 북한과 문화적 교류에 관심이 있으며, 협력을 이뤄나갈 의지가 있다”고 지난 14일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공식 홈페이지에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했던 최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의 접견사진을 삭제하면서, ‘모란봉악단 귀국’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북한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고위급이 공연 참관을 거부한 것에 항의를 표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최근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의제로 선정했다. 이를 중국이 제대로 막아주지 않아, 북한이 불만을 품은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았다.
한편 현재 웨이보에선 ‘모란봉’ 혹은 ‘모란봉악단’ 관련 검색이 불가능하며, 주요 언론들의 모란봉악단 관련 기사의 댓글들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