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슬람-기독교 분쟁으로 얼룩진 민다나오에 ‘이슬람 자치구’ 신설 논의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8일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의회에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이슬람 자치지역을 신설하는 내용의 ‘방사모르 기본법안’을 빠른 시일 내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법안은 작년 3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지난 40여년간 이어진 정부군-이슬람세력 간 내전 종결을 위해, 필리핀 정부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와 체결한 평화협정의 일환이다. ‘방사모르 기본법안’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이슬람 자치정부에 국방, 외교, 통화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결정족수 미달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에서 벌어진 이슬람 테러용의자 체포작전 당시 MILF와 교전이 발생해 경찰관 44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지난 6월 MILF가 평화협정에서 따라 무기 일부를 반납하며 분위기는 호전되는 듯 했으나, 의회 내에서는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흐르는 상태다.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민다나오섬. 긴 세월 동안 이곳에서 종교갈등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이곳은 무슬림이 모여 살던 지역이었으나 미국 통치 시절, 기독교인이 이 곳으로 이주해오면서 종교갈등을 빚기 시작했다.?이로 인해 지금까지 12만명이 넘는 사망자와 이주민 2백만명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다. 민다나오섬은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연계 조직인 ‘아부 사야프’의 주요 거점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인 남성이 납치된 지 9개월 만에 숨진 채 이곳에서 발견돼 충격을 안겼던 주범 역시 ‘아부 사야프’였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곳을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해결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콜로마 대통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민다나오 섬에 만연해 있는 폭력과 가난으로부터 평화를 되찾기 위해 의회에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또한 “세계 테러의 위험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 법안은 시급히 통과되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네프탈리 곤살레스 의원은 “현재 대통령 임기가 7개월 밖에 남질 않았다”면서 “차기 정부는 현 대통령만큼 평화협정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일부 관료들은 만일 해당 법안이 통과하지 않을 경우, 내년 5월 선거철 민다나오 섬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적인 의회 분위기와 아키노 대통령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탓에 ‘방사모르 기본법안’ 통과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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