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원양 산업계의 사회적 책임

불법과 인권유린의 원양산업계

최근 사조그룹, 동원산업, 인성실업 등 국내 원양 산업계의 불법 어획과 인권유린 사례가 도(度)를 넘어서고, 정부가 이를 비호하고 있다는 국제적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뉴질랜드 <선데이스타타임스> 마이클 필드 기자는 2월5일 “남태평양에서 메로(이빨고기) 불법조업으로 60만달러(약 7억원)의 불법 이득을 취한 인성실업에 대하여 한국정부가 1800달러(약200만원)의 솜방망이(toothless)처벌했다”고 보도했다.

불법 원양 업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선데이스타타임스 기사(2012.2.5)

인성실업 사건은 2010년 12월13일로 거슬러간다. 이날 새벽, 남극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인성실업의 선박 하나가 갑자기 침몰했다. 당시 배에는 한국인 8명, 중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11명, 베트남인 11명, 필리핀인 3명, 러시아인 1명 등 42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중 20명만 생존했다. 남극 바다를 관리하는 ‘남극해양생물자원위원회’(CCAMLR) 회원국들은 큰 인명 손실에 주목하여 특별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안전 매뉴얼은 한국어 외에는 제공되지 않는 등 안전대비시스템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인성실업은 2011년에는 ‘남극해양생물자원위원회’에서 정해놓은 메로 조업 제한량을 무시하고 4배 가까이 남획해 불법조업선(IUU)으로 낙인 찍힌 기업이다. IUU란 불법(Illegal), 비보고(Unreported), 비규제(Unregulated)의 줄임말로서 말 그대로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않고 불법을 행하는 조업선을 뜻한다.

사조참치로 유명한 사조그룹의 원양어선 오양 70호와 오양 75호에서 일어난 사건은 인권 유린의 극단을 보여준다. 2010년 8월 뉴질랜드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오양 70호가 갑자기 침몰했다.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선원들의 증언과 2011년 6월 오양 75호에서 일하다 탈출한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은 노동착취와 각종 폭력, 임금 체불 사실을 뉴질랜드 당국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국 원양업계 비리 고발한 오클랜드대학 보고서

사조그룹 오양호 인권유린 사건은 한국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도되고 있다. 뉴질랜드 당국은 지난해 8월 한국의 원양어선 내 인권탄압과 노동착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오클랜드대학은 지난해 9월 ‘오양 75호’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이미 2005년부터 각종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한국 원양어선을 탈주한 외국인 선원들의 신고가 접수돼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이 작성한 '오양 75호' 보고서 (2011.9)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2011년 8월 작성된 증언록에서 한국인 간부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성추행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선원 A씨는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고 미는 식의 육체적 폭행은 일상적이었다”면서 “이 같은 (한국인들의) 폭력행위는 바다에서건 뉴질랜드 육지에서건 늘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선원 B씨는 “바다로 밧줄을 던지고 있었는데 줄이 풀려버리자 한국인 간부는 내 머리를 치고 귀를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나를 개나 동물 이름으로 불렀다. 한번은 한국인 직원이 자신의 기름진 장갑으로 내 얼굴을 문지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폭력행위와 함께 한국인 간부들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당시 ‘오양 75호’에는 인도네시아 선원 32명 외에 선장과 항해사, 갑판장 등 한국인 간부가 7~8명 정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선원 C씨는 “주방에서 일을 하는데 거의 매일 뒷머리를 얻어맞는 것뿐 아니라 ‘새끼야, XX놈아’와 같은 언어폭력도 당했다”며 “한번은 한국인 직원이 내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흔드는가 하면, 갑판장은 내 은밀한 부위를 잡고 마구 비틀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조오양’은 1969년 6월9일 ‘오양수산’으로 출범한 뒤, 1972년 9월 제70 오양호를 진수하여 북태평양 출어를 시작했으며, 2007년 6월 사조그룹으로 편입된 기업이다.

동원산업도 FAD(집어장치) 사용해 해양생태계 파괴

연 매출 6000억원(2010년)에 이르고, 한국 참치캔 시장의 3분의 2을 점유하고 있는 동원산업도 최근 태평양에서 비도덕적 조업 행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동원산업은 태평양에서 사조그룹과 더불어 참치 조업의 선두업체다. 그런데 2011년 11월 말 동원산업의 원양어선에서 일한 어느 외국인 헬기조종사가 양심선언을 했다. 그가 하는 일은 헬기를 타고 참치떼를 찾아내 어선이 쳐놓은 그물 안으로 모는 일이었다. 그는 동원의 원양어선이 FAD(Fish Aggregation Devices)라고 불리는 집어장치를 이용해 참치를 무작위로 잡고 있다고 폭로했다.

해양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FAD(집어장치)

이 집어장치는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부유 장치인데, 이 장치는 참치뿐 아니라 가오리, 새치, 돌고래, 바다거북 같은 다른 종들도 무작위로 잡아들인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집어장치에 걸려든 어린 물고기 떼는 바로 죽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물째 바다로 버려진다. 동원 원양어선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이렇게 혼획(混獲)된 물고기들의 피가 흥건하며, 바다 생태계의 씨를 말린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국어선들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수산물을 어획하는 국제적인 프로그램인 FOS (Friends of the Sea:바다의 벗) 인증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어선들은 선상 옵저버 프로그램-선주나 업체, 정부 등 다른 관계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 객관적으로 조업을 관찰, 감시하는-을 운영하지 않고 있고, 총 어획량 한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가치가 없는 물고기를 다시 바다에 버리기도 하며, 비싼 값에 거래되는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 내고 몸통을 바다에 버리는 ‘샥피닝(shark finning)’을 일삼기도 한다.

[참고]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MSC 인증마크?


참치를 비롯해 대서양 대구, 메로, 상어 등 남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든 어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비영리단체 ‘해양관리기구(MSC:Marine Stewardship Council)’가 어종, 어획 방법, 유통 경로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한 해산물’을 인증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1999년 시작된 지속가능한 해산물 인증제에는 2011년 기준으로 미국·영국·일본 등 66개국 187개 수산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인증을 받은 해산물은 ‘친환경 표지’를 달고 해산물 도·소매점, 대형 마트, 식당 등에서 일반 해산물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다.


MSC 인증 마크 부착 사례

한국 원양어선들의 사회적 책임 점검해야

한국 원양어선들의 인권유린과 노동착취, 국제협약 위반과 해양 생물자원 남획 등 생명 경시 풍조와 비도덕적 조업 행태 등을 보면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제반 사항을 점검해야 할 때가 되었다.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 관계 기관이 나서야 할 일임에도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국가 위신이 땅에 추락하고 있다.

뉴질랜드 등 외국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불법과 만행을 조사하고 있는 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문제가 된 한국 어선들에 대해 남극해양생물자원위원회(Convention for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CCAMLR) 제30차 연례회의에서 불법조업선 목록에 등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 11월 제정된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인 ISO26000(사회책임)의 원칙과 규정을 살펴보면, 사조, 동원, 인성실업 등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판단된다. 인권보호, 노동권 보호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해양생태계 보호 등 환경분야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품질경영, 환경경영에서 출발하여 이제 인권경영, 윤리경영, 사회책임경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원양업체들이 구태와 악행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소비자와 우리 시민들의 외면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냉대와 고립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국내외 인권단체, 환경단체, 소비자단체들은 원양업체들의 자기반성과 책임 있는 모습을 엄중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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