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이 만난 강소기업③] (주)지오시스템리서치 “해양현장 과학적 탐사로 재난방지·미래먹거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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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세월이 흐르면 사람들은 변한다고들 한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또는 심정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같은 것이다. 변하는 것에는 두 종류가 있다. 변화하는 게 그 하나요, 변질되는 게 다른 하나다. ?기자는 “변화는 환경에 적응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자기중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변질에 대해선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듯하다. 싱싱했던 우유가 어느 순간 먹을 수 없게 됐다든지, 지조를 지키던 선비가 어느새 곡학아세할 때 이 단어가 적확히 쓰이곤 한다.

기자가 (주)지오시스템리서치(GeoSR, Geo System Research)?김홍선(57) 대표이사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3월 경남대 북한대학원 지도자과정(8기)에서였다. 그후 4~5년마다 한두 차례 여러 사람과 함께 자리를 같이했지만, 그가 심층수 혹은 해양 관련 사업을 하는 정도로만 알았다. 그러던 지난 9월 북한대학원 원우 5~6명이 무교동 삼겹살 집에서 오랜 만에 만났다. 우리는 다시 명함을 주고받았다. 13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깊이는 더해졌으되 훨씬 젊어보였다. 때로는 돌직구이나 주로는 양보하며 손해보던 옛 모습 그대로였다. 이틀 뒤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밌는 일 하시네요. 잘 모르는 분야라 호기심이 일어납니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찌 그리 똑같으신지 좋습니다. 인터뷰 합시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추석 연휴 며칠 뒤인 10월5일 낮 군포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김형기 심층수개발(주) 대표, 명철수 (주)에코션 대표이사, 전득산 (주)지오시스템리서치 부회장, 장택희 (주)지오시스템리서치 전무이사 등이 함께 했다.

애초 오전 11시45분 군포시 한림휴먼타워 회사에서 만나 ‘선 인터뷰 후 식사’ 계획이 ‘선 식사 후 회사견학’으로 바뀐 것이다. 김형기 대표 등은 그와 10여년간 해양관련 사업을 해온 분들이라고 했다.

(주)지오시스템리서치의 주요 업무를 <매거진 N> 독자들께 소개해달라.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실제로 해양에 대해서는 많이 낯선 편이다. 더욱이 김 대표님 회사의 일은 일반인들 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기도 한데.
“(주)지오시스템리서치가 지금까지 진출한 사업분야는 해양물리조사, 수치모델링, 수질 및 저질 분석, 측량 및 탐사, 연안침식 모니터링시스템 구축, GIS 및 S/W 개발분야 등이다. 또한 해당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을 통하여 수질 및 생태분야, 해양 원격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분야, 항로표지 원격관리 분야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각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핵심기술의 현장적용능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국내업체로는 드물게 도플러식 다층유속계(ADCP)를 비롯해 ADCP 저층계류장치, 음파식 수중분리장치 등 전문기술용역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해수부 산하 해양조사원의 해도제작과 관련된 용역에 오랫동안 참여해 왔으니 배를 이용하는 분들은 모두 우리 사업과 상관이 있는 셈이다. 전국 250개 해수욕장을 비디오 모니터링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매년 수백만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해운대 모래사장을 적정규모로 유지하는 것도 우리 사업 중 하나다.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전국 141개소에 대해 ‘전국 연안재해 취약성 평가’를 통해 지자체별로 대책을 수립하고 풍수해를 줄일 방안을 연안지역 국민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후쿠시마를 덮친 쓰나미 이후 최근에는 바다낚시를 떠나는 분들을 비롯한 해상 관련자들을 위한 ‘해양예보’를 진행하고 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늘 국민들 안전을 위해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동해 표층수온 및 유속분포도
동해 표층수온 및 유속분포도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라고들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각각 해야 할 역할은 어떤 것인가?
“전세계의 미래학자, 선진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해양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둘러싸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이나 중국과 일본의 조어도 즉 중국명 다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열도 갈등이 좋은 예다. 요즘 해양 강대국은 해양영토 확보와 해양자원 탐사라는 공통 주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7년 8월 2일, 북극해 수심 4천m 이하의 바닥에 티타늄 국기를 꽂은 러시아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전통적인 해양 강국들은 하나같이 해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해양조직을 키우고, 기존의 해양 정책을 다시 가다듬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한반도라고 불리는 육지 즉 한국땅(Land Korea)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땅의 한국 외에 영해와 EEZ(배타적 경제수역)를 포함해 육지면적의 4.5배에 이르는 해양한국(Ocean Korea)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충분히 활용할 때 비로소 온전한 대한민국을 회복하고, 미래에도 영원히 지속되는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미래의 주요 에너지인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물 즉 FEW(Food, Energy, Water)의 원천인 바다를 3면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천혜의 기회인 것이다.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책입안자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육지와 바다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북서태평양 표층수온 및 유속분포도
북서태평양 표층수온 및 유속분포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진이나 해일 등에서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져 왔지만, 이웃 일본의 후쿠시마 대지진 참사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동해안에서 특히 이런 위험요소가 실제 현실화될 소지가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며, (주)지오시스템리서치의 역할은 무엇인가?
“동해에는 일본 서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지진대가 발달해 있으므로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40년 이후에 총 5건의 지진해일이 발생했다. 이 중 1983년과 1993년 일본 북서해역에서 발생한 지진해일로 5명의 인명피해와 약 8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우리 회사에선 해일의 침수상황을 예상한 ‘지진해일 침수예상도’ 제작과제를 수행해 이를 이용하여 지진해일 발생때 지자체 및 방재담당기관들이 주민들의 신속한 피난을 유도할 수 있는 피난지도를 작성하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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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자칫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로 인한 재앙(카오스)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 이에 따른 해양 및 해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지오시스템리서치가 갖고 있는 기술력은 무엇인지? 태풍이나 해일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돼 있는지?
“(주)지오시스템리서치는 기상청, 국립수산과학원, 국립해양조사원 및 지방해양수산청 등 해양유관기관에서 운영하는 실시간 해양기상관측시스템 구축 및 유지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국내 연안 및 외해역에서 해양기상 현황을 관측하는 기상청 해양기상부이는 실시간으로 기상 및 파고 정보 등을 수집 전송해 날씨 예측에 유용한 보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동서남해의 양식장 등 27곳에 실시간 어장환경정보시스템을 운용하는데, 우리 회사는 여수 나로도 및 통영곤리도 지역에 실시간 적조관측부이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실시간 해양기상시스템’ 및 ‘표류부이’는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주요해역 및 항로와 위험해역의 관측자료와 예측정보 산출 등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 회사는 다양한 해양기상관측센서로부터 관측자료를 수집하고 원격제어할 수 있는 통합형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해 전파연구소의 관련 인증을 확보했다. 특히 유럽연합의 CE인증을 획득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실시간 관측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안의 무분별한 개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연안시설물이 자주 침수 또는 범람해 해안가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또 자연재해라고 하여 보험도 안 될 뿐더러 정부 보상도 미미한 실정이다. (주)지오시스템리서치의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가 연안침식 및 연안재해 예방으로 알고 있다.
“우리 연안은 무분별한 연안개발과 기후변화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일이 높게 이는 등 연안의 재해노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GeoSR에서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연안침식 실태조사 과제를 2003년부터 현재까지 13년간 전국 연안 250곳의 백사장 침식실태를 조사 분석하고 있다. 특히 IT 기술을 접목한 비디오 모니터링 기술은 백사장의 면적변화를 실시간으로 비디오카메라 영상으로부터 추출하여 산출하는 국내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안침수예상도 작성, 연안재해취약성평가체계 구축, 실시간 이안류 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수행했다. 해안침수예상도 작성사업은 폭풍해일 내습 때 전국 연안의 저지대 침수범람을 예측하고 지도로 작성하는 사업이며, 연안재해취약성평가체계 구축사업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연안 141곳에서 파랑, 해일, 해수면상승 등을 지수화하여 지자체의 재해대응능력 향상 및 연안관리계획과 도시계획 등에 활용되고 있다.”

GeoSR은 지난 7월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기업으로 보면 아직 청소년기에 불과한데, 그동안 업계에선 적지 않은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보람있던 일과 다른 기업이 이것은 GeoSR한테 벤치마킹해야겠다 하는 것을 소개해달라. 가장 어려웠던 점과 후회되는 일, 그리고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해양관련 전문기업인 (주)지오시스템리서치를 2000년 설립하여 직원 100여명의 기업으로 성장시켜 해양산업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 주도의 해양과학기술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해양산업분야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GeoSR는 해양환경 엔지니어링 산업에서 가장 많은 업무분야를 다루고 있는 토탈솔루션업체로 타사에서 갖지 못하는 조직내 업무시너지를 활용한 수주 및 용역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GeoSR가 생산하는 용역보고서의 수준은 웬만한 대학이나 국책연구소와 비슷해 발주처들로부터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저가수주 경쟁이 난립하는 업계의 현실에서 꾸준히 매출신장을 내고 있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인사, 노무, 법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는데,?이는 어느 회사든 커지면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성장통으로 여겨진다.?이를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 컨설팅 등을 통해 회사의 비전, 미션 등을 수립하고, 윤리경영 선언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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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SR의 10년 뒤, 30년 뒤 모습을 소개해달라. 그리고 회사운영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지도 말씀해달라.
“GeoSR의 미션은 ‘지구과학기술 분야의 선도 역량을 결집하여 지구환경 보전과 지속가능 개발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비전은 ‘세계 수준의 지구과학기술 전문가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윤리경영(준법), 고객감동(열정, 책임감), 혁신(차별화), 행복(건강, 안전), 소통(배려, 협력), 검소(효율)를 핵심가치로 전 직원이 ‘서비스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자부한다.”

점심식사를 겸한 인터뷰 도중 동석했던 김형기 심층수개발(주) 대표가 육당 최남선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육당이 그랬어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조선사람들이 바다의 가치를 모르는데, 돼지에게 진주 목걸이를 달아준 격이라고요.”

?김형기 대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택희 (주)지오시스템리서치 전무이사가 맞장구쳤다.

“저만 유일하게 (주)지오시스템리서치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는데, 바다가 얼마나 소중한지 여기 합류해서 많이 배웠어요. 아직 개발 여지가 무궁무진한 곳이 바로 해양분야입니다.”

장택희 전무이사는 그러면서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란 시 앞부분을 기자에게 읽어줬다.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장 전무는 “육당 선생은 이 시를 통해 세계를 향해서 열려 있는 바다의 광활한 공간을 소개했다”며 “육당은 일부 친일행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바다에 관한 그의 탁견은 놀랍다”고 말했다. 장 전무는 “16세 청년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 지리역사학과에 입학해 바다를 새로이 발견하고, 조선이 일본의 지배하에 뒤떨어져가는 이유가 바다를 멀리했기 때문이라고 간파했다”며 “육당 선생은 별세 4년 전인 1953년 다시 ‘해양과 국민생활-우리를 구할 자는 오즉 바다’라는 글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잡지에 4회에 걸쳐 연재할 정도로 바다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우쳐 준 분”이라고 했다. 공학도인 장 전무의 통찰이 이 회사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에 기자가 김홍선 대표에게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주)지오리서치시스템의 상징으로 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1908년 육당 선생의 시가 100년 후 지금 우리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홍선 대표는 지난 3월 말 (사)해양기업협회(해기협) 회장에 선출됐다. 창립부터 수석부회장으로 6년간 이재완 회장(2년 임기 3연임)을 도와 실질적으로 살림을 도맡아오다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김 대표는 해양기업협회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회원은 200명 정도인데 아직 내세울 건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식사자리를 뜨면서 김홍선 사장이 해기협 회장을 맡은지 6개월 남짓 기간에 해양수산부 산하의 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 주최 행사 중 하나인 ‘바다가 일자리다’를 이미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동석한 명철수 해양기업협회 총무가 귀뜸했다. 김홍선 대표는 “내년부터는 해양기업협회가 해양분야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교육시스템(가칭 해양수산 ACADEMY)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해외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선 대표를 포함한 GeoSR 임직원 명함은 두가지 특이한 게 있다. 친환경을 위해 흑백 재생 가능용지를 쓴 것과 얼굴을 넣은 것이다. “명함을 받은 분들에 대한 서비스지요. 최상의 봉사가 최고의 행복이라고 우리는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15살 소년 (주)지오시스템리서치의 몇년 뒤 모습이 자못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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