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이 만난 강소기업 ① 쌍용기계산업] 벼 품질 측정해 FTA시대 쌀 경쟁력 앞장
[아시아엔=글 이상기 박호경 기자, 사진 라훌 아이자즈 기자] 내년 창립 40년을 맞는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쌍용기계산업(주) 이재권?대표이사실 한쪽에 놓인 화이트보드엔 검은 매직으로 다음과 같은 글귀가?적혀 있다. “목표가 있고, 목적을 달성하려면 실천해야 하고, 반드시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창업주 이중희(78) 회장이 얼마 전 아들 이재권(48) 대표이사실에 들렀다 써놓고 간 것이라고 했다.
오른 쪽엔 이재권 사장이 빨간 매직펜으로 쓴 4가지가 눈에 띈다. △조직요구+개인화 △개인별 특화작업의 요구 △지도자의 개인에 대한 요구 △조직 복무의 요구.
1999년부터 아들에게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는 이중희 회장은 종종 대표이사실에 들러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고 했다.
지난 9월7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 도중 직원이 모과차를 들여왔다. 잔과 잔 받침이 그냥 고른 것 같지 않다. 인터뷰는 대표이사실에서 시작해 공장 곳곳을 둘러보고 이중희 회장실에 이어 인근 식당으로 옮겨 3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이중희 회장과 이재권 대표이사가 번갈아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쌀 측정기계와 도정 등 전문용어가 많아 반복해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1976년에 설립했으니 내년이면 40년 된다. 쌍용기계산업(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가?
“쌀 한 톨도 소중히 여기는 농민들이 최우수 품질의 쌀생산을 하도록 돕는 게 최고 목표다. FTA 체결로 쌀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의 값싼 쌀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국산 쌀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는 품질을 얼마나 높이는 데 달려 있다. 쌍용기계의 쌀 품질 판정 장비들은 고품질 쌀생산에 기여하는 게 우선목표다.”
-벼 검사장비가 왜 필요한가? 그냥 맨 눈으로도 판정이 가능하지 않나?
“예전엔 육안판정으로 대강 보고 품질과 등급 및 가격을 매겼다. 농업인구가 줄고 외국산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상황에선 과학적인 품질 측정으로 우수종자를 연구 개발하고 생산해야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확한 벼 품질검사는 △쌀 생산 이력의 데이터베이스화 △품질과 등급별 도정으로 브랜드가치 제고 △고품질 원료쌀 확보로 고품질 수확의 선순환(善循環) 등을 이끌 수 있다. 우리 회사 장비들은 벼 속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분석해 내는 일종의 벼 엑스레이 또는 벼 MRI 같은 것이다.”
-벼 검사장비를 사용하면 이로운 점들은 또 뭐가 있나?
“좋은 쌀 생산을 위해서는 좋은 벼가 있어야 하는데, 육안으로는 볏 속에 어떤 게 들어있는지, 그리고 제대로 영글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또 고품질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쌀은 원료가 좋아야 하는데, 우리 기계가 그걸 판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확한 품질 검사는 농민들과 수매업체의 다음해 경영계획 수립에도 크게 도움 된다.”
-최근 쌀 속의 단백질을 측정하는 기계를 발명했다고 들었다.
“2012년 6월 최초로 ‘벼품위단백질 자동판정기’를 농촌진흥청과 공동개발해 특허를 얻어 상용화했다. 단백질이 많으면 밥에 끈기가 없고 맛이 떨어진다. ‘벼품위단백질 자동판정기’의 가장 큰 특징은 벼 수매때 ‘제현율’ 및 현미의 품위 측정과 단백질 함유량 판정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1분30초 간격으로 연속시험하면서 오차율은 ±0.3% 즉 1000알 중 3알만 틀릴 정도로 정확하다는 점이다. 이밖에 △시료를 부수지 않고도 측정할 수 있는 비파괴 검사 △현미 또는 백미의 품질평가표 자동출력 및 DB화 △30초 이내의 최단기 측정 △시료 측정시 10회 이상 반복 측정해 평균값을 내 정확도를 높였다. 이는 벼수매 때 생산자와 수매자가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중국 등 해외에도 수출하나? 해외지사는? 외국 소비자에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궁금하다.
“일찌감치 2000년 중국의 검측장비 평심회(評審會, 평가심의회)에서 최우수 장비로 채택돼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중국의 국가양식 검측장비로 공식 채택됐다. 중국국가양식품질관리원, 정주양식학원, 숙천RPC, 농북농업대, 연변농산물품질관리원 등 50여곳에 계약을 맺고 제품을 팔았으나 2003년 사스(SARS)가 중국에 창궐하면서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 정부가 국가예산을 보건안전쪽에 집중하면서 우리 제품 수출이 거의 막혔다. 현재 중국 지사는 철수했지만, 하남, 길림, 사천, 요녕, 강소 등 주요 성(省)과 연변대, 남경대, 동북농업대 등 대학교에서도 우리 쌍용기계의 장비를 수입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독점적으로 쌍용기계 장비가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
“그렇다. 여주 능서, 당진 신평, 음성, 서김제, 상주 아자개 등 농협과 거창농업기술센터 등 전국 240여곳의 미곡종합처리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진청 작물시험장, 영남농업시험장 등 연구소와 서울대, 한경대, 현대서산농장 등 대학 및 초대형 농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쌀품질 시험측정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게 쌍용기계로 통하는 것 같다. 쌍용기계 생산제품을 소개해 달라.
“가장 최근에 생산된 최첨단 ‘벼품위단백질자동판정기’를 비롯해 벼품위자동판정기, 완전미도정수율자동판정기, 시험용벼건조기, 종자용벼탈곡기, 싸라기선별기 등 30여 가지 정도다. 휴대용도 개발해 수확과 동시에 논에서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인터뷰 말미 이중희 회장께 “아침 출근과 귀가 때 어떤 생각으로 임하시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 하루 만나는 모든 분이 건강하길 바라면서 집을 나서고, 잠들기 전엔 하루 중 있던 일 가운데 좋은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회사 이름을 쌍용으로 한 것은 용처럼 펄펄 날면서 밝고 맑게 살자는 뜻에서였다”며 “늘 감사하며 무리하지 않고 한길로 매진했기 때문에 여든 가깝도록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했다.
이중희 회장은 오랜 꿈이 하나 있다고 했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직원 자녀들과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도 돈 없어 못 배운 이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해왔지만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이중희 회장에게?마지막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냐고?” 이에 이 회장 대신 이재권 대표가 답했다. “저는 원래 중고교때 야구선수였어요. 대학때는 운동권 출신이구요. 아직도 저는 부친의 가업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하지만,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서 즐거운 맘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