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이 만난 강소기업②에프엘코리아] 요우커 신혼부부 시름 덜어줄 맞춤형 유아용 매트리스
[아시아엔=이상기, 박호경 기자] “안정적인 생산 능력 및 대량생산 이력, 효성물산(주)과 MOU체결 및 협력업체의 시장경쟁력 확보, 아라미드 신소재 융합제품으로 개발 및 양산체제 구축”(Strength)
“고객 대면 상담 제한으로 매출성장 한계, 기술개발 전문인력 부족, 마케팅 및 회계 등 전담부서 부족”(Weakness)
“방검복 및 보호장비 시장의 지속 성장, 다양한 신소재 통한 방검복 모델 증가, 총기 및 흉기사고로 인한 수요증가, 디자인 고급화에 따른 기능성 보호장비 수요 증대”(Opportunity)
“보호장비 공급업체 증가, 특히 중국업체 진입으로 무한경쟁시대 도래, 규격화와 법제화에 따른 시장변화, 재료비 상승”(Threat)
인천시 부평구 우림라이온스밸리에 위치한 F.L.KOREA(주)(이하 에프엘코리아) 김대원(58) 대표이사는 틈나는 대로 이 회사 ‘SWOT분석표’를 꼼꼼히 살핀다. 에프엘코리아는 우리나라의 원조 ‘코코넛 야자섬유 매트리스’ 제조업체였다. 1989년 대길무역상사로 출발해 1991년 현대자동차에 코코넛 팜 시트 납품을 시작하고 이후 기아차에도 납품하며 1998년 (주)코코리아로 법인으로 전환했다. 법인 전환 후 보루네오가구, 한샘인테리어, 오크갤러리, 삼익가구, 장인방가구 등에 코코넛 코이어(Coir, 코코넛 열매 안 수액을 감싸고 있는 곧고 긴 섬유) 매트리스를 납품하며 ‘잘 나가던’ 회사에 위기가 닥쳤다. 2008년 11월 인천 가좌동 공장 창고에 쌓여있던 제품이 대형화재로 몽땅 타버린 것이다. 설상가상, 담당직원의 실수로 보험가입 만료 후 연장을 하지 않아 10억원 상당의 제품보상도 받지 못했다.
한순간에 모든 게 한줌의 재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김대원 대표는 “한국 최고수준으로 평가받아 온 코코넛 매트리스 사업을 접을걸 생각하니 너무 억울해 며칠 밤낮 술과 눈물로 지새웠다”고 했다.
30년 청춘을 바친 자식같은 매트리스 사업을 다시 일으키지 않고서는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아, 김 대표는 아내와 단둘이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도움으로 조그만 공장을 얻었다. 30명 안팎의 직원들이 공장과 사무실에서 북적대던 시절은 모두 잊기로 했다. “신용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정성을 다하면 옛날 전성기로 돌아가는 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 여기며 이 악물고 다시 시작했다. 화재로 문을 닫은 지 5년만인 2013년 7월이었다.
쉬는 5년 동안 많은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했다. 어찌 보면 다시 올 수 없는 재충전 기회였다. 충북 음성에 공장도 세우고 원재료를 공급받던 말레이시아를 수십 차례 오가며 자신감이 생겼다.
그 사이 경쟁업체가 생겨났지만, 그것이 오히려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는 자극제가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김 대표가 코코넛 섬유로 만든 매트리스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침대생활을 해온 김 대표는 잠을 자도 영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매트리스 탓이었다. 스프링이 망가져 삐그럭거리는 소리는 물론, 통풍도 안 되고 진드기와 곰팡이가 달라붙어 피부염에 시달려야 했다.
1988년 말레이시아 방문길에 우연히 코코넛 코이어 공장을 들를 기회가 있었다. 벤츠, 크라이슬러, 혼다 등에 납품되는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주저없이 “어디 쓰이며 뭐에 좋으냐”고 물었다. 말레이시아 원주민들은 코코넛 코이어로 만든 깔개에 누워 생활한다고 했다. 실제 그들을 보니 한결같이 건강미와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바로 저것이다 싶었습니다. 천연재료인 코코넛 섬유의 인장력과 열매 자체의 보온·보습에다 항균성 등을 확인한 거죠.”
김 대표는 1997년 인천 남동공단에 공장을 세워 코코넛 매트리스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침대용 매트리스는 물론 자동차 시트도 만들어 납품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불로 모든 걸 잃고 나서야 사업은 한시도 방심해선 안 되는 휘발력 강한 벤젠과 같다는 걸 배웠죠. 수업료는 많이 치렀지만, 그 덕분에 회갑 다 된 나이에도 현장을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김 대표는 늘 웃는 낯이다. 화 내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걸 알기 때문이란다.
코코넛 매트리스 안정성 美·日서도 인정
에프엘코리아(주)는 김 대표 말 그대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올해 매출목표가 13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흉기를 이용한 강력범죄가 늘면서 방검복 수요가 늘어나는 등 시장여건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목표는 금년보다 700% 이상으로 잡았다고 한다. “2008년 화재 이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이고 매출액이지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저희가 새로 개발한 유아용 매트리스를 찾는 요우커 신혼부부 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화재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시장을 발견하게 된 거죠.”
에프엘코리아는 예전에 주력했던 침대용 매트리스보다 유아용 매트리스, 의료용(욕창방지), 그리고 방검용 매트리스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신혼부부의 한국행이 늘고, 요양병원이 늘면서 장기 입원 노인들에게 코코넛 매트리스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칼 등 날카로운 흉기를 이용한 강력범죄에 대비해 경찰과 사설경비 경호원들이 방검용 보호장구를 많이 찾고 있는 것도 밝은 전망이다.
코코넛 매트리스의 안정성은 국제적으로 인증받았다. 즉 울트라 프레시 항균 인정(미국 환경청), 포름알데히드 불검출(일본 후생성), 항균검사 불검출(미국 섬유화학염색학회), 항박테리아 및 휘발성 유해화학물 검사 통과(도쿄도립 위생연구소) 등이 입증된 것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강복권(58)씨는 “18년전 구입한 코코넛 매트리스를 지금껏 사용하고 있는데, 잠에서 깨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며 “기존 스프링이나 라텍스 매트리스와 달리 통풍이 잘 되고 특히 몸무게를 골고루 분산해 흡수하기 때문에 허리통증 같은 걸 전혀 느끼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에프엘코리아의 SWOT 자료에 대한 김대원 대표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의 답은 신중하면서도 단호했다. “30년 가까이 내가 잘 해온 분야는 더 강화하되, 트렌드가 아닌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죠. 스프링이 없는 매트리스는 소음도, 진드기도 없지요. 천연소재인 점이 무엇보다 장점입니다. 그걸 방검용 조끼에 응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철만 되면 어민들을 괴롭히는 녹조와 적조를 막을 수 있는 코코넛 코이어 펜스를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기존 제품이 수면 위, 아래 30~40cm 밖에 방지효과에 없는 반면 우리 제품은 그보다 2~3배 차단효과가 있습니다. 화재 이전의 강점은 살리되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에 매진할 겁니다. 필사즉생, 바로 그 정신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