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오비추어리] 홍윤숙 시인 “다가올 죽음 앞에 당당하고 의연하게 마주 설 것이다” 남기고···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홍윤숙 시인이 12일 오전 서울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0. 고인은 1947년 <문예신보>에 ‘가을’로 등단해 <쓸쓸함을 위하여> <여사시집> <풍차> <일상의 시계소리> 등의 시집을 냈다.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고인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 한국가톨릭문우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1990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홍윤숙 시인은 서울 삼성의료원 자신의 장례식장 입구에 마지막 인사를 다음과 같이 남겼다.

“내 생애의 마지막 시집에 할 말은, 다가올 죽음 앞에 당당하고 의연하게 마주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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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인은 외아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와 딸 양지혜(전 오하이오 오토바인대 교수)·주혜(화가)씨를 남기고 저 하늘 등산 길에 올랐다. 홍 시인의 시 ‘등산’ 전문이다.

세상을 잊고자

나는

산으로 가는데

세상일 돌보고자

바람은

산아래 마을로 간다

청정한 나무의 정기를 타고

골짝

골짜기

정갈한 향기를 거두어

지천으로 쌓인 만고풍상

얼키고

설키고

상처난 뒤에야 깨달은 이치

용서하며

사랑하리

세상으로 간다

어리석은 나는

내자신을 구원하고자

산으로 가는데

못 미더운 세상 돌보고자

바람은

산아래 마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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