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파키스탄·이집트 청년좌담 “지구촌 재앙, 청년연대로 예방·복구해야”

지난 4월25일 발생한 네팔 대지진 참사는 사망 1만명, 부상 수십만명에 1백만채 가까운 가옥과 건물 붕괴, 도로 파괴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시아엔>은 대지진 이후 <아시아엔> 현지특파원을 겸하고 있는 비쉬누 고탐 <라이징 네팔> 기자의 기고, 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의 생생한 현지 르포와 라훌 아이자즈(파키스탄), 라드와 아시라프(이집트), 펨바 셰르파(네팔) 세 젊은이들의 좌담을 특집으로 다뤘습니다. -편집자

<사진=조진수 사진작가>

[특별좌담] 네팔지진 복구, 네팔·파키스탄·이집트 청년에 물었다

[아시아엔=사회·정리 최정아 기자] 펨바 세르파(30)씨는 ‘네팔 최고의 트래킹 셸파’다. 그는 <아시아엔>과 <매거진 N> 포토칼럼니스트 겸 사진작가 조진수씨의 네팔 사진탐사에 매년 동행하고 있다. 조진수 사진작가와 함께 한 지 올해로 10년째. 이제 그는 사진촬영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지난 4월25일 발생한 네팔 대지진 당시, 펨바는 부상당한 엄마의 생사를 모른 채 젖을 빨고 있는 갓난아이의 사진을 촬영해 <아시아엔>에 보내와 보도됐다. 이 사진은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한국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펨바가 8월10일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조진수 사진작가의 ‘네팔지진 참사 후원모금을 위한 사진전’을 돕기 위해서다. 펨바는 소통에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했다. 3개월간 네팔 현지에서 한국어 어학원을 다녔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로 “네팔 대지진이 일어난 지 넉달이 지났지만, 아직 텐트에서 지내는 사람이 많다. 지진 후폭풍이 언제 끝날 지 걱정”이라고 했다. 아직 많은 민간단체와 각국 정부가 도움을 주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시아엔>은 펨바를 초청해 아시아기자협회에서 연수중인 라훌 아이자즈(파키스탄) 기자와 라드와 아시라프(이집트) 기자의 ‘네팔 대지진 이후’를 주제로 지난 8월12일 한네연 사무실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펨바
펨바 <사진=조진수 사진작가>

‘생색내기 원조’는 NO! 정확한 정보·소통 절실
펨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텐트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돌로 지은 오래된 주택이 많은데, 지진 당시 대부분 무너졌다. 과거와 달리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지진 발생 후 네팔이 가장 필요했던 건 ‘의약품’과 ‘텐트’다. 붕괴된 건물로 깔려 골절된 사람이 많다. 또 집을 잃고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감기 두통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다. 네팔정부에서도 의약품과 텐트 등을 제때 보급해주지 못해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했다.

라훌 재난 원조에도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진 직후 ‘식량’ 위주로 네팔에 원조를 보냈다. 문제는 힌두교 국가인 네팔에 ‘소고기’를 보낸 것이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과 적대관계에 있는 인도를 중심으로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비난과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펨바 파키스탄에서 보낸 소고기는 보지 못했다. 힌두교에선 소고기를 먹는 것을 금하지만, 사실 네팔 사람들도 소고기를 먹는다.(웃음) 중요한 점은 많은 이웃국에서 식량을 보내왔는데 대부분 폐기 처리됐다는 사실이다. 모든 음식엔 유통기한이 있다. 공항에 이웃국들이 보낸 식량이 도착했는데 제 시간에 전달을 못했다. 특히 식량이 필요한 산간지방 같은 경우 카트만두공항에서 제때 식량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인도정부도 쌀을 많이 보냈다. 근데 대부분 유통기간이 지나서 폐기처분된 걸로 안다.

라드와 이런 사실을 처음 들었는데 매우 놀랍다. 이집트도 인도정부를 통해 쌀과 식량을 네팔에 전했다. 당시 이집트 언론들은 정부가 네팔에 식량원조를 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집트 당국은 네팔 학생들에게 대학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집이 무너져 텐트에서 지내는 네팔 국민들한테 장학금이 무슨 소용인가. 피해를 입은 네팔 국민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대재난이 났을 때 국제사회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결국 많은 국가들이 재난발생국에 정말 필요한 구호물품을 전달하지 않은 채, ‘생색내기’ 원조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라훌 아이자즈
라훌 아이자즈 <사진=조진수 사진작가>

네팔 대지진 후 언론보도, 무엇이 문제였나
라훌 파키스탄의 경우, 구호품 ‘금액’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보도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네팔 구호물품 및 원조금을 보내는 것을 두고 서로 경쟁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100만 달러를 네팔에 보내겠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지만 실제로 원조금을 보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화제가 된 파키스탄 정부의 ‘소고기 원조’ 논란도 결국 언론들이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것이었다.

펨바 지진 직후 네팔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한 일이 거의 없었다. 네팔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웃국에서 보낸 원조금을 고위층이 빼먹는다는 의혹도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네팔 언론들은 이런 의혹들을 밝힐 수 있는 힘이 없다.

라드와 이집트 언론들은 지진 직후 지진규모, 사망자, 피해상황 등에 대해 일제히 전했다. 대부분 정부의 ‘공식발표’를 중심으로 보도한 것이다. 실제 재난을 당한 네팔국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진 당시 네팔 현지에 있던 한 이집트 학생이 당시 상황을 SNS을 통해 전했다. 이 학생 덕분에 네팔 대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라드와 아시라프
라드와 아시라프 <사진=조진수 사진작가>

이웃나라의 비극, 젊은이들의 역할은?
라훌 자국의 일이면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먼나라의 비극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지진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을 통해 네팔 지진 관련 사진과 기사를 공유했지만, 그뿐이었다. 곧 네팔 지진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정말 소수의 의식있는 젊은이들만이 행동에 옮길 뿐이다.

라드와 많은 이집트 젊은이들은 네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네팔 지진 소식을 듣고 봉사를 가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네팔 현지봉사 관련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재난 발생시 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많은 언론들이 네팔 사망자 통계, 정부발표 등과 같이 단편적인 뉴스를 보도하는데 급급하다. 젊은이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언론이 젊은이들한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소수의 젊은이들이 SNS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전통언론(방송·신문)이 문제점을 보도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충족되면 라훌 기자가 지적한 젊은이들의 태도들도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라훌 10년 전까지만 해도 파키스탄은 나라 밖 이슈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테러, 빈곤 등 시급한 국내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이웃나라의 재난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싶다.

펨바 네팔 젊은이들이 SNS,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 네팔 포토 프로젝트를 통해 네팔 현지소식을 세계 네티즌들에게 전했다.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 네팔처럼 대지진이 나거나 재난이 나면 네팔 젊은이들도 더 많은 공감과 응원을 보낼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네팔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네팔은 관광업을 핵심동력으로 삼고 있는 나라다. 해외 언론이 보도하는 만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네팔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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