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천도교 교령 인터뷰 ②] “‘생명이 무너져가는 시대’, 인류와 자연은 하나”
‘천도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는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종교하면 기독교, 가톨릭, 불교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천도교’는 동학운동(1894), 3.1운동(1919) 등의 중심에 있었던, 한국 근현대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민족 종교다. 박남수 천도교 교령이 들려주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천도교의 방향과 대책을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아시아엔=인터뷰 이상기 기자, 정리 김아람 인턴기자] 보릿고개 시절에 비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눈부실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성장한 탓일까? 경제와 과학기술은 발전했으나,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듯 보인다. 박남수 교령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정권의 부정부패가 지금의 갈등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작년 세월호 사건과 미국 9.?11 테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전세계에서 생명이 무너져가는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지나치게 빠른 과학기술의 발전과 부정한 권력으로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박남수 교령은 현재 사회를 ‘생명이 무너져가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온갖 분쟁과 테러 등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지구촌이 우리의 현 주소라고 설명했다.
“지금 시대는 한마디로 ‘생명이 무너져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도 질병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신호탄이라 봅니다. 보통 3재라고 하면 전쟁, 흉년, 질병이 있죠. 요즘엔 여기에 ‘음식’을 보태서 말합니다. 불법 첨가물, 부정식품 등으로 음식이 사람을 살리기는커녕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기술은 날로 발전했지만 그만큼 환경파괴도 심각해졌다. 사회 갈등도 늘어나고 그 양상도 날로 복잡해져 간다. 박남수 교령은 사람들이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생명이 무너져가는 시대’의 희망이라고 했다. 그가 재미난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자연과 사람은 ‘하나’의 같은 생명체입니다. 건국대에서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며 ‘당신들 생명과 내 생명이 둘이 아니라 하나다’그러니까 학생들 눈이 동그래지더라고요. 그래서 어항 속 물고기 비유를 들었어요. 물에 생명이 있을까 아니면 그 물고기에 생명이 있을까? 그러면 물고기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가요? 물고기를 물에서 꺼내면 죽잖아요. 물과 물고기는 하나인 셈입니다. 생명은 하나로 연결돼 있어요.”
천도교에 ‘인오동포 물오동포(人悟同胞 物悟同胞)’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은 한 동포요 한 생명이다, 모든 물질, 물건이 나의 생명이라는 뜻이다. 박남수 교령은 사람의 마음과 자연은 하나로 연결되어있다고 했다.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공기(자연)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치를 깨닫는 것이 ‘생명이 무너져가는 시대’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우리사회는 어떨까?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 박남수 교령은 앞으로 메르스보다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메르스보다 더 큰 재앙이 많이 올 지도 모릅니다. 가족계획이나 산아제한 같이 생명의 탄생의 탄생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건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날로 증가하는 아동학대, 가해자는 다름아닌 ‘우리’
박남수 천도교 교령은 어린이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가 올해 초 있었던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야기로 운을 띄웠다.
“올 초에 난데없이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이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죠. 처음에는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었어요. 천도교 경전에 ‘어린아이가 하늘이니 때리지 말라. 어린이가 죽는 것은 곧 하늘이 죽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박남수 교령은 어린이가 세상에서 제일 연약한 생명이라고 본다. 저항하거나 변명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린 아이를 때리는 일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꺾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또한 박남수 교령은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행태를 들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만 1만4천여건에 달한다. 또한 2014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경험이 있는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 문제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자란 뒤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부모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부관계 등에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어린이집 폭행사건 뒤 예방책으로 CCTV 달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는 실제로 아이를 때린 경험이 있는 한 선생님을 만나봤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아이를 때린 선생님을 만났더니 체육교사더군요. 왜 그랬냐 물으니 ‘잘 몰라서 그러시는 거다. 애는 때리면 울음을 딱 그친다’라고 합디다. 그 아이를 때린 건 선생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우리 정치, 우리가 때린 겁니다. 모든 어른들이 때린 겁니다.”
우리 사회 분위기가 아동학대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박남수 교령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우선 보건복지부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봤어요. 그랬더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더라고요. 국회의장 포함 여섯 분 모시고 토론도 했어요. 현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아동학대근절을 위한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조선족 어린이들도 함께 돌보고 있다.
“중국 오상시에 있는 조선족소학교에 도서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3?1절 기념도 하고 민족정신을 지키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 5월 다녀왔는데 어린이들과 대화해 보면 ‘우리 엄마아빠가 한국에 가서 식모살이를 해 부모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소식을 들으니 한족 아이들도 이 학교에 온다고 합니다. 도서관을 통해 일종의 특성화 교육을 시키는 효과가 나타난 겁니다.”
원래 어린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아이, 애, 야 이놈아’ 하고 부르다가 ‘어린이를 어른처럼 대접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게 ‘어린이’ 란다. 노인은 늙은이, 청년은 젊은이라고 불렀던 데 비해 어린이는 비교적 늦게 생긴 단어다. 최초로 천도교가 만든 용어이기도 하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2년 어린이 날을 처음 제정한 이래 올해가 벌써 94년째다. 누구보다 어린이 권리 신장에 앞섰던 그가 지금 우리의 보면 한숨을 내쉴 일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새싹들을 보호해주는 일은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