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천도교 교령 인터뷰 ①] “천도교청우당, 북한에서 종교 뿌리 둔 유일한 정당”
‘천도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는 아니다. 사람들은?보통 종교하면 기독교, 가톨릭, 불교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천도교’는 동학운동(1894), 3.1운동(1919) 등의 중심에 있었던, 한국 근현대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민족 종교다. 박남수 천도교 교령이 들려주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천도교의 방향과 대책을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아시아엔=인터뷰 이상기 기자, 정리 김아람 인턴기자]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한울(하늘)”이라는 뜻이다. 많이 들었음에도 ‘인내천’이 천도교 핵심사상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천도교는 동학(東學)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1860년 최제우 선생이 창시했다. 천도교는 동학농민운동, 3·1 운동 등 한국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서왔다.
오늘날 천도교는 한반도 평화통일뿐 아니라 어린이 학대 반대 등 사회다방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 위치한 천도교 중앙총본부에서 박남수(73) 교령을 만나,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천도교의 방향과 대책 등을 들어봤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그는 ‘북한의 천도교’에 대해 운을 띄웠다.
과연 통제국가 북한에 천도교가 있을까? 있다. 심지어 북한의 정당 중에는 ‘천도교청우당’도 있다. 북한에서 종교에 뿌리를 둔 유일한 정당이다.
“분단 당시 3백만 교도 중 2백만명이 북쪽으로 갔는데, 김일성 정권 때 탄압받아 교세가 많이 약해지긴 했어요.”
또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동학운동에 참여했던 천도교 분들이 10분이었어요. 그 중에 3명이 북쪽 분들이셨죠”이었다고 할 정도니 북한 내의 천도교 위치를 짐작할만하다. 그만큼 교세가 대단했으니 정당도 만들 수 있었다. 정전협정(1953) 당시 북한 측에서 인공기와 천도교 기를 함께 들고 왔을 정도였다고 한다.
북한 유일의 공식 종교인 천도교는 그 교당만 북한에 약 15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박남수 교령은 실제로 직접 가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물론?천도교 중앙총본부는 분단 이전이나 지금이나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이라고 한다.
북한하면 통일 역시 빠질 수 없는 주제다. 박남수 교령은 통일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하며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남기신 “내 탓이다”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다.
“요즘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갈등, ‘양극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세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양극화’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죠.”
박남수 교령은 남북의 통일이 단순히 ‘합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양극화 문제 종식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세계 유일 분단국이 통일을 이룸으로써 ‘갈등’ 문제가 해결되고 세상이 나아갈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이 중요한 이유다.
그는 통일을 희망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양국 정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기에 바빠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사람들의 관점도 변한다는 것이다. 박남수 교령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내가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통일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김수환 전 추기경께서 선종 전 남기신 말씀이 있습니다. ‘내 탓이다’ 천도교 교리 중 하나인 ‘향아설위(向我設位)’와 같은 맥락입니다. 보통은 영정을 벽에다 두고 제사를 지내는데 천도교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영정이 없는 대신 메(제삿밥)를 내 앞에 두고 나를 향해 제사를 지냅니다. 조상님이 바로 내 안에 계시다고 보는 것이죠. 이게 바로 핵심입니다.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거죠. 통일 역시 상대방 탓을 해서는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이어 그는 최제우 선생(동학 창시자)의 말을 덧붙였다.
“최제우 선생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남진원만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라고 남쪽의 이웃들이 원만해지니 북쪽의 강이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죠. 정치적으로 풀면, 남쪽의 이웃들이 사이가 좋아지니까 북쪽의 경제, 정치, 문화가 바뀐다는 얘기죠. 김지하 선생이 남진원만북하회를 들면서 ‘천도교 가르침에 이미 통일에 대한 말씀이 담겨 있다’고 하더군요. 통일은 남북 모두가 서로 안 되면 내 탓이라는 마음으로 추진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통일을 위해선 그만큼 마음을 합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단순히 갈라져있던 두 땅덩어리가 합쳐지는 것이 ‘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만 합칠 수 있다면 땅이야 두 동강이 나든 열 동강이 나든 상관없다고 박남수 교령은 말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단일민족’만 고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다문화로 변하고 있는 데다, 인종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첫째, 남 탓을 할게 아니라 ‘내 탓’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마음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세가지가 지켜져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긴 세월을 떨어져 지낸 두 국가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박남수 교령은 통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한 데 모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