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생각] 12년 전 별세 정몽헌, “여보, 형제간 화해하고 현대그룹 잘 키워주오”
4일은 대북지원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2003년 이날?별세한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2주기다. <아시아엔>은 정 회장이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보내는 ‘가상 편지’를 통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한다. -편집자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사랑하는 당신 지이 엄마 현정은. 당신과 이별한지 올해로 만 12년이 됐구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10년 하고도 이태가 지났구려. 지이, 영이, 영선이 잘 키우느라 정말 수고 많았소.
내 떠난 뒤 당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을 알고 있소. 기업경영에 적성과 경험이 없는 당신이 기업의 현대그룹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얼마나 고충이 많겠소. 아버지와 내가 주력했던 금강산 관광도 벌써 7년째 중단된 상태지요. 아버님께서 소떼를 몰고 평양을 방문하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17년이 지났구려. 현대상선도 많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소. 힘내시구려.
내가 12년 전 계동 사옥 12층에서 뛰어내린 일을 두고 여러 얘기들을 많이듣고 있소. 다 지나간 일이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언젠가는 밝혀져야 하고, 밝혀질 날이 올 거요. 저승에 있는 내가 이승의 당신에게 할 말이 없진 않지만, 그 얘긴 나중 기회가 주어지든지, 아니면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기다려주기 바라오.
나도 이곳에 와서 생전 미처 생각이 못 미친 곳, 못 다한 일들, 해선 안 될 일 등에 대한 후회가 들 때가 종종 있다오.
요즘 롯데그룹이 형제간 다툼으로 연일 시끄러운 것을 알고 있어요. 하긴 우리도 ‘왕자의 난’이니 하며 국민들께 송구한 짓을 했으니 지금도 부끄럽기만 하오. 아버님께도 면목이 없고 그렇다오. 몽구 형님의 현대자동차가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어 참 고맙고 다행이지요.
기업가는 이윤추구가 기본이지만, 개인보다는 사회와 국가,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며 국민들을 위하지 않으면 언젠가 문을 닫는 게 정한 이치 같습니다. 나 또한 거기서 떳떳치 못할 뿐이오. 당신이 내 대신 아버님께서 평생 일궈 남겨주신 현대그룹을 앞으로 꼭 그렇게 이끌어 주기 바랍니다. 올해 100세를 맞으시는 아버님이나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님을 사람들이 존경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며 기업을 일구신 까닭이 아닌가 하오.
그럴진대, 사원을 가족같이 여기고 주인으로 섬기며 진인사대천명 하면 설령 일시적으로는 힘들더라도 하늘은 반드시 보상을 해준다고 나는 굳게 믿어요. 대북사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나쁘다고 하여 언제까지 그 상태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오. 특히 당신이 몇 번 만난 김정일 위원장의 뜻을 이어 김정은 제1비서 역시 대남 빗장을 어느 순간 활짝 열 거라 생각하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노동개혁과 정치개혁을 어느 정도 이룬 후 대북한 관계개선에 틀림없이 나설 거라고 나는 보고 있어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중국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렇게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요. 남북관계 개선에는 중국의 역할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마침 5일부터 이희호 여사께서 북한을 방문하시니 해방 70년을 맞는 올해 8.15에는 남북관계에서 뭔가 기대할 만한 일이 생길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오. 당신은 꾸준히 평양 문을 두드리면서 준비하기 바라오. 한 우물을 파되 넓게 깊게 파면 반드시 생수가 펑펑 솟아나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오.
사랑하는 현정은 회장.
나를 대신해 회사 일구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았소. ‘상’자 ‘영’자 KCC명예회장 작은 아버님이나 몽구 형님과의 다툼도 내가 있었다면 없었을 일인데, 당신께 참 미안하오. 이제 10년이나 지난 일, 다 잊고 그분들과 왕래하며 지혜도 구하고 그러기를 바라오. 기꺼이 멘토가 돼 당신에게 큰 도움을 주실 거라 믿으오. 아버님이 생전 형제분들과 의좋게 지내셨던 걸 보면 우리 현대家 집안에는 ‘우애의 DNA’가 있다고 난 믿고 있답니다. 우리 어머니, 그러니까 당신 시어머님께서 시장 외엔 거의 외출도 안 하시면서 그 많은 식솔들 먹을 것, 입을 것 아무 말씀 없이 묵묵히 뒷바라지 하시던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요.
사랑하는 지이 엄마, 현정은 회장!
몽준 동생이 국제축구연맹 회장에 출마한다고 하던데, 꼭 되었으면 합니다. 그 동생은 정치보다는 그 일이 훨씬 잘 어울려요. 당신도 좀 도와주구려. 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그 누구도 안 될 거라고 했던 88올림픽 서울 유치를 아버님을 중심으로 우리 가족이 똘똘 뭉쳐 이뤄냈듯이 말이오. 당시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쎄울” 하고 외쳤듯이 내년 2월26일 FIFA 회장선거에서 “정몽준!” 세 글자가 불리길 진심으로 바라오.
그리고 당신이 맡고 있는 현대그룹과 현대상선, 반드시 성공, 발전하길 나도 기도하겠소. 직원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잘 살펴드리면 모두 주인처럼 일할 거고 그러면 회사는 금세 일어설 거라 확신하오.
나는 이곳에서도 종종 직원들과 씨름하고 막걸리 나누시던 아버님이 자주 생각난다오. CEO의 그런 모습에 우리 현대직원들은 밤샘도 마다지 않고 회사를 발전시켜 온 게 아닌가 하오.
8월4일 내 기일(忌日)에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묘소에 오는 길, 미사리 조정경기장 옆에 오만평쯤 되는 기다란 섬이 하나 보일 거요. 당정섬이라고 24~25년전만 해도 30만평 면적에는 두 가구가 채소농사를 크게 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1990년께부턴가 모래와 자갈 등 골재를 파내면서 아버님이 대통령선거 출마하시던 1992년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아, 그런데 불과 4~5년 뒤부터 강물에 흘러온 모래가 쌓이더니 지금처럼 울창한 숲을 이루며 섬이 다시 생겨났다오. 인간사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하지만, 어느새 바로 그곳에 새로운 세상이 우뚝 솟아 있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소, 여보?
얘기가 길어졌구려. 작년 재작년 금강산에서 했던 내 추도식을, 내년엔 또다시 그곳에서 할 수 있길 함께 기원합시다.
지이, 영이, 영선 우리 귀여운 삼남매 보고 싶구려.
또 소식 전하리다. 당신의 몽헌 드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이따위 글을 쓸 수가 있지?
난 남인데도 이리 기분 나쁜데 유족들은 기분이 어떨지 상상할 수도 없다.
굉장히 치기어리고 경솔한 글이군요. 내용을 떠나 굳이 이런 형식으로 썼어야 했는지. 본인이 유족의 입장이 되어서 한 번 반성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