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술 대탐험] 파키스탄 기자도 매료시킨 한국 전통주의 매력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시키는데 한 잔의 술보다 더 좋은 벗이 있을까? 소주, 맥주, 위스키, 보드카 등등…. 수많은 술들이 우릴 반긴다. 우리는 과연 ‘아시아의 술’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을까?
<아시아엔>은 아시아 각 권역을 대표하는 명주, 한 길만을 고집해온 한국전통주 장인의 사연, 외국기자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통주, 그리고 술이 터부시 되는 중동에서의 ‘술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파헤친다.
아시아의 술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아시아엔>과 만나는 아시아의 다양한 술들을 기억해 뒀다 당신의 애주 리스트에 추가하시라! ? ?편집자
[아시아엔=라훌 아이자즈 기자] 지난 6월말, ‘한국 전통주 시음회’에 참석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전통주를 맛보는 것만큼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기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듯, 시음회 현수막에는 ‘전통주를 마시는 건 문화를 맛보는 것이다’라고 적혀있었다.
한국에는 약 600여종의 전통주가 존재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사라지고 현재는 40종만 남아있다고 한다. 한국 역사 최초로 ‘술’이 등장한 문헌은 <삼국사기>의 ‘주몽설화’다. 한국 전통주는 삼국시대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고려시대(918~1392)에 들어와서야 자리를 잡고 융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잦은 전쟁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지난 100년간 많은 전통주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나이가 지극하신 양조업 종사자들의 기억을 통해서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아쉽다.
시음회에서는 총 8종류의 전통주를 맛볼 수 있었다. 매실원주(서울), 문배술(경기 김포), 송화백일주(전북 완주), 이강주(전북 전주), 대통대잎술(전남 담양), 오메기술(제주), 솔송주(경남 함양), 오미로제(경북 문경). 보기 좋게 포장된 멋진 술병들이 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맛있는 과일과 고기, 떡을 안주 삼아 8가지 전통주를 즐길 수 있었다.
초저녁 시작된 시음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밤도 깊어지고 있었다. 한국 전통음악 ‘판소리’ 공연이 시작됐고, 나는 그 음색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멋진 음악과 함께 마시는 한국의 전통주. 그것도 금요일 밤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전통악기임에도 현대적인 소리를 내는 한국의 타악기 ‘북’이 판소리의 배경음악이 됐고, 노래 부르는 ‘소리꾼’이 옛 설화와 전설을 들려주었다. 전통주와 함께 즐기니, 갈수록 흥이 더 해갔다. 풍미 깊은 전통주와 판소리의 하모니. 한국 전통문화의 진수를 만끽한 밤이었다. 번역 김아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