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술 대탐험] 마오타이서 라키까지…아시아 대표명주를 소개합니다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시키는데 한 잔의 술보다 더 좋은 벗이 있을까? 소주, 맥주, 위스키, 보드카 등등…. 수많은 술들이 우릴 반긴다. 우리는 과연 ‘아시아의 술’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을까?
<아시아엔>은 아시아 각 권역을 대표하는 명주, 한 길만을 고집해온 한국전통주 장인의 사연, 외국기자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통주, 그리고 술이 터부시 되는 중동에서의 ‘술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파헤친다.
아시아의 술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아시아엔>과 만나는 아시아의 다양한 술들을 기억해 뒀다 당신의 애주 리스트에 추가하시라! – ?편집자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한국의 막걸리, 일본의 사케, 중국의 칭따오맥주…. 최근 아시아 술 시장이 성장하면서 세계인들도 아시아의 술에 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맛깔나는 전통주’도 여럿 있다. <매거진 N>은 서남아, 동남아, 동북아 등 아시아 각 권역의 대표 명주를 소개한다.
1 시진핑-오바마 건배주, 중국 마오타이
적이었던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은 1972년 2월,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마오타이’를 들었다. 두 정상이 함께 건배를 한 순간 ‘죽(竹)의 장막’에 갇혀있었던 미중관계가 해소됐다. 이후 마오타이는 ‘정치주’(政治酒)라는 별칭을 얻었다.
상하이의 밍쉬엔(24·회사원)씨는 “마오타이는 중국에서도 매우 비싼 고급술에 속한다”며 “중국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가질 때마다 마오타이가 등장했다. (2013년 6월)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마오타이로 건배제의를 했다”고 말했다.
알코올 도수 50도가 넘는 마오타이는 ‘세계 3대명주’에 거론될 정도로 유명한 중국의 국주(國酒)다.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구이저우성(省)의 마오타이진(鎭) 전통주로, 이 지역에만 양조장이 100여개가 넘는다. 윈야오(25·은행원) 씨는 “중국 술 애호가들은 마오타이를 맛보기 위해 마오타이진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도수는 독하지만 맛이 매우 깔끔하다”고 했다.
2 어린이도 즐겨먹는 건강음료, 몽골 아이락
한국에서 ‘마유주’로 알려진 아이락은 ‘말젖’으로 만든 몽골의 대표 술이다. 말과 소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넣어 발효시켜 만들어 막걸리와 비슷한 발효주 맛이 난다. 아이락은 도수가 있는 명백한 ‘술’이지만 몽골 어린이들도 즐겨 마신다. 이에 대해 에르뎀 툭스 몽골학교 교사는 “몽골인들은 아이락을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부터 햇빛이 강한 초원에 살았던 몽골민족은 시원한 아이락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감기예방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아이락은 보통 시큼하고 새콤한 맛이 나는데 말이 먹고 자란 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곤 한다. 에르뎀 툭스는 “아이락의 종류가 지역별로 다양한 이유는 말들이 먹는 풀 때문이다”며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겨울엔 말젖이 귀해져서 여름이 제철이다”라고 말했다. ‘몽골 국민주’인만큼 가격도 한화 약 15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단종이 기력회복을 위해 몽골 마유주를 마셨다’고 기록했다. 그만큼 아이락은 단백질, 필수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A,C,D,E가 풍부하고 영양가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각종 성인병, 뇌혈관질환 예방, 혈액순환 등에 좋다.
3 함께 마시는 재미, 베트남 르어우껀
베트남 시장에 가면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항아리에 긴 대나무 빨대를 꽂고 무언가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베트남 북부지역 사파의 전통주 ‘르어우껀’이다. 베트남말로 ‘르어우’는 술을 뜻한다. 쌀을 주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르어우껀 원액에 기호에 따라 물이나 맥주 등을 섞어 마신다. 베트남 서민들이 즐겨 먹는 술인 만큼 가격도 저렴하다. 단돈 1만원이면 큰 항아리에 담긴 르어우껀을 여럿이 즐길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살고 있는 양소연씨는 “보통 대나무 빨대를 꽂아 여럿이 함께 마시는데 여러번 섞어야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며 “한국 막걸리보다는 텁텁함이 덜하고 단 맛이 강하다”고 했다. 알코올 도수가 15~25도 가량 되는 르어우껀은 감기예방, 혈액순환에 좋아 과거 약용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4 ?형형색색 ‘코코넛 술’ 필리핀 람바녹
필리핀 퀘손주의 전통주 ‘람바녹(Lambanog)’은 코코넛을 이용해 빚은 술이다. 코코넛 천연액으로 빚은 ‘투바(Tuba)’를 증류해 만드는데 도수가 37~38도로 꽤 높은 편이다. 시큼한 향과 함께 달짝지근한 맛이 나 칵테일 재료로도 쓰인다.
필리핀관광청의 제이크씨는 “람바녹은 화학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으며, 천연 코코넛으로 만들어 필리핀에서 매우 인기가 좋다”며 “람바녹의 고향, 퀘손 주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데, 친구들과 둥글게 둘러앉아 람바녹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필리핀 상점에 가면 람바녹 원액에 체리, 사과, 오렌지, 딸기 등 다양한 향미가 첨가된 람바록을 볼 수 있다. 제이크씨는 “람바록은 ‘코코넛 보드카’라고 할 수 있다”며 “원액의 경우 달짝지근한 맛이 나며 퀘손주에서 대대로 내려온 전통방식으로 제조한다”고 말했다.
5 서남아 대표 증류주, 스리랑카 아락
‘아락(Arrack)’은 코코넛 꽃의 수액을 발효시켜 증류한 서남아 대표술이다. 서남아 국가 중 스리랑카는 ‘아락 최대 생산국’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아락은 ‘잔여물(residue)’이란 뜻으로, 스리랑카 언어 중 하나인 신할리어 ‘Arakku’에서 유래했다. 아락은 서남아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많다.
아락은 토디(toddy)라고 불리는 팜와인을 여러번 증류해 만든다. 증류된 술은 지역 특산 할밀라나무로 만든 통에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간 숙성하는데 도수가 33~66도로 다양하다.
플래닛스리랑카투어의 한재철씨는 “아락은 스리랑카의 소주라 생각하면 된다”며 “스리랑카 지역마다 종류가 다양한데, 시장 규모도 매우 큰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리랑카 최대 아락양조장 회사(DCSL)의 경우, 연간 약 4000만 리터를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6 투명한 술이 ‘사자의 젖’으로, 터키 라키
‘라키(Raki)’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을 섞으면 술의 색이 뿌옇게 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터키에선 라키를 ‘사자의 젖’이라고도 부른다. 색이 변하는 이유는 라키의 원료 중 하나인 아니스 씨앗 기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알코올 성분에 녹아 있다가 물에 닿으면 응고돼 불투명한 흰색으로 변한다.
라키는 아랍어로 ‘증류(distilled)’에서 유래했다. 터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라키 브랜드는 ‘예니 라키’로 ‘새로운 라키’를 뜻한다. 전통적으로 라키는 포도를 원료로 만들지만, ‘예니 라키’는 사탕무를 이용해 제조한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도 ‘라키’를 즐겨 마셨다. 그는 늦은 밤까지 동료들과 어울려 라키를 마시며 세상사를 논했다고 한다. 오스만제국이 무너진 뒤 터키공화국을 세운 아타튀르크는 라키 생산을 전매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