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어떤 시너지 있나?

엘리엇 “양사 합병안 불공정” 거듭 주장…”제일모직 사실상 금융지주 된다”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거듭 제기했다.

엘리엇은 18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면서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엘리엇은 “(경영권 승계)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기업 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도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이와 함게 이날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엘리엇의 견해’라는 제목의 27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파일를 올려이번 합병의 ‘불공정성’과 ‘불법성’을 거듭 되풀이 주장했다.

엘리엇의 이같은 움직임은 19일로 다가온 가처분 신청 사건의 법원 심문을 앞두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이번 자료에서 합병안 결정 직전 시기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1대 0.35의 합병 비율에 대해 “합병이 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 주주들을 위해 7조8천억원의 장부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설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삼성물산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 이하로 낮은 수준이라는 삼성그룹 측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5월 25일 기준 PBR이 삼성물산 0.64, 현대건설 0.98, GS건설 0.66, 대림건설 0.68로 엇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병 발표일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4.1%), 삼성SDS(17.1%), 제일기획(12.6%), 삼성엔지니어링(7.8%) 등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는 12조4천억원어치로, 삼성물산 시가총액 8조1천억원의 1.5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제일모직 상장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심각한 저조 양상을 보였다”며 “시장이 제일모직과의 불공정한 합병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점이 주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모직 상장 이후 대형 건설주가 평균 26.1% 상승하는 동안 삼성물산은 오히려 11.8%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엘리엇은 양사의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합병안에서 어떤 실질적인 이익이나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도 찾아볼 수 없다”며 “경영진은 사업 다각화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테마파크, 건설, 패션, 생명보험사 지분 보유 등의 결합이라는 제일모직의 포트폴리오에서 상업적 논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건스탠리, 크레디스위스, 메릴린치 등도 최근 양사의 합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또 삼성의 복잡한 순환 출자 구조가 다시 불거진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병이 진행되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 등의 5개의 순환 출자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제일모직이 이건희 회장과 더불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고 사실상의 금융지주회사가 됨으로써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엘리엇은 우려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불공정한 합병안을 받아들라고 주주들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대신 장기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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