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 백인경찰 ‘흑인소녀 강압진압’에 “인종차별” vs “정당한 법집행’ 논란 확산

해당 경찰 사임 불구 언론 해석도 ‘각양각색’

[아시아엔=편집국] 수영장 파티에서 비키니만 걸친 14세 흑인 소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미국 백인경찰의 동영상이 큰 파장을 낳은 가운데?사건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매키니의 크레이그 랜치 주택가의 공동 수영장에서 소동이 빚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에릭 케이스볼트 경사는 파티 참석자들의 소요를 진정시키던 중 비키니만 입은 흑인 소녀 다제리아 벡튼(14)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얼굴을 바닥에 누르고 손을 등 뒤로 꺾는 등 힘으로 제압하던 케이스볼트 경사는 10대 남자 청소년들이 이에 항의하자 권총을 뽑아들어 위협했다.

이런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7일 SNS를 통해 공개되자 흑인사회가 인종차별이라며 크게 분노했다. 흑인 인권단체는 매키니 경찰에 케이스볼트 경사의 해임을 촉구하고, 주로 흑인으로 구성된 시위대 1천명은 8일 오후 평화 행진을 벌였다.

궁지에 몰린 케이스볼트 경사는 직무정지 상태인 9일 사표를 제출하고 약 10년 간의 경찰 생활을 매듭지었으나 그의 사임으로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인식과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라는 견해가 섞여 있다.

백인이 경찰의 흑인 차별이라고 강조한 데 반해, 흑인 주민은 경찰이 질서를 잡기 위한 적법한 행동을 했다며 도리어 감싸는 것이 이와 비슷한 기존 사건과 큰 차이점이다.

경찰의 과격 진압에 불구하고 소동을 잠재우기 위한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옹호론과 그렇다고 10대 비무장 청소년에게 총을 겨눌 수가 있느냐며 해당 경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강경론도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9일 지역신문인 <댈러스모닝뉴스>, <CNN> 등은 이번 사건의 원인 분석과 논란에 대해 상당히 다른 해석을 내놨다.

대다수 흑인 청소년에 섞여 있던 몇 안 되는 백인소년 가운데 1명으로 경찰의 진압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브랜든 브룩스는 “케이스볼트 경사의 흑백 차별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는 흑인 친구들만 골라서 땅바닥에 머리를 박게 했다”고 단정했다.

이에 반해 흑인 주민인 베넷 엠브리는 파티에 초대받지 않은 청소년들이 나중에 와 공동 수영장이 아닌 개인 주택의 수영장을 넘나들며 소동을 일으켰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은 인종 차별과는 무관하고 경찰은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백인이 흑인보다 압도적으로 많긴 하나 그간 이런 일이 한번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게 인종차별을 부인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경찰노조도 “사유지 침범과 같은 학생들의 폭력 행위를 단속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일 뿐이라며 인종차별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인종차별과 별개로 경찰이 연약한 소녀를 그렇게 다루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동정론’에서 경찰에 항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동영상을 보고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한결같이 경찰이 하고 싶은 대로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더는 볼 수 없다며 격분했다.

이번 사태는 △인종차별에 반대해 흑인의 행동을 촉구하는 강경파 △흑백 빈부격차에 항의하는 사람 △이 사건에 국한해 경찰의 무차별 공권력 사용에 항거하는 사람 △경찰의 해고 또는 기소를 촉구하는 등 여러 부류로 나뉘고 있다.

백인 인구가 49%를 차지하는 매키니에서 부촌으로 분류되는 서쪽에는 백인의 85%가 몰려 살고, 가난한 동쪽에 흑인이 집단 거주하는 구조적인 빈부 문제를 흑백 차별과 엮어 부각하겠다는 무리도 있다.

케이스볼트 경사의 개인 일탈로 보는 쪽도 있다. <폭스뉴스>는 “케이스볼트 경사가 2007년 코카인을 소지한 흑인을 단속하다가 인종차별적 수사와 강압적인 공권력 사용으로 고소당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수영장 파티 현장에 출동한 12명의 경찰관 중 다른 경관들은 잡음 없이 직무를 수행한 데 반해 유독 케이스볼트 경사만 소란을 자초한 게 평소 그의 인종 차별적 태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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