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근혜·칠레 바첼렛 두 여성대통령의 공통점 vs 차이점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지난 4월19일 한-칠레 정상회담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모두 첫 여성대통령이자 아버지가 군인출신이라는 점에서 닮은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두 정상은 닮은꼴뿐만 아니라 차이점도 있다. 4월23일자 매일경제 기사와 4월26일자 경향신문의 정동칼럼을 을 통해 <아시아엔>이 비교분석해본다.-편집자

이 신문들에 따르면 바첼레트 대통령은 군사독재정권당시 저항하다 국외로 추방돼 망명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공군 장성 출신이었던 그녀의 아버지 또한 군사 쿠테타에 반대하다가 형무소에서 고문을 받아 사망했다.

박대통령 부친은 군사 쿠테타로 장기집권 한 뒤 심복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또한 바첼레트 대통령은 직장여성과 미혼모들의 권익을 높여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첫 번째 임기 동안 약 3500개의 국립 보육시설을 만들어 직장여성들은 일을 하고 미혼모들은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출산율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보육예산을 두고 지방정부와 갈등을 빚고있다고 경향신문 칼럼은 설명했다. 다음은 두 신문 보도.

닮은꼴 두 여걸의 만남(<매일경제> 4월23일)

박근혜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칠레를 방문해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닮은꼴’ 여성 정치지도자 간 만남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자 동북아시아 최초 여성 정상이 됐고, 바첼레트 대통령도 2005년 칠레 대선에서 승리하며 칠레뿐만 아니라 남미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아시아와 중남미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지도자끼리 첫 공식 회담을 한 셈이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4년 임기를 마친 2009년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가 2013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두 정상은 이 밖에도 공통점이 많다.

나이는 바첼레트 대통령이 1951년생으로 64세, 1952년에 태어난 박 대통령이 63세로 또래다. 박 대통령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인 출신이고, 바첼레트 대통령 아버지인 알베르토 바첼레트 역시 공군 소장으로 군인 출신이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부하가 쏜 흉탄에 목숨을 잃었고, 바첼레트 대통령 선친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쿠데타 당시 부하들에게 모진 고문을 당해 숨지는 등 두 정상 모두 부친을 잃은 충격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은 바첼레트 대통령이 의학을, 박 대통령은 전자공학을 각각 전공한 같은 이공계 출신이다. 최근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 비리 의혹에 직면해 있는 점이나 바첼레트 대통령이 아들과 며느리 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점도 묘하게 비슷하다.

두 정상은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식 때 당시 유엔 여성기구 총재였던 바첼레트 대통령이 참석해 면담한 바 있으며, 지난해 유엔 총회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만나 환담하며 친분을 나눴다.

 

두 대통령 이야기(<경향신문> ‘정동칼럼’ 4월29일)

두 대통령이 만났다. 두 대통령이 모두 여성이라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두 대통령의 인생 여정이 닮은꼴이라며, 유수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두 대통령이 다정하게 머리를 모은 사진도 곁들여졌다. 한 대통령은 전직 소아과 의사였다. 두 번 이혼했고, 세 자녀 중 한 명은 미혼모 상태에서 낳았던 싱글맘이다. 젊은 시절,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다 국외로 추방돼 망명 생활을 했다.

공군 장성 출신인 그녀의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형무소에서 고문을 받아 사망했다. 다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18년 동안 대통령 관저가 자신의 집이었고, 몇 년 동안 ‘영부인’ 역할을 대신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그녀의 아버지는 안가에서 파티를 하던 중에 심복 부하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한 대통령은 집권한 뒤, 남녀 동수로 내각을 구성했다.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군사독재정권의 피해자였지만, “증오를 거꾸로 돌리는 데 내 삶을 바치겠다”며 국민의 상처를 보듬고, 가해자를 용서했다.

다른 대통령은 집권한 뒤, 권력기관의 수장과 정부 요직을 특정 지역과 계파 출신으로 채웠다. 그녀의 아버지가 일으킨 군사 쿠데타는 구국의 혁명이었고, 헌법을 부정한 인권 유린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아버지를 용서했다. 한 대통령은 그녀의 첫 번째 임기 동안 무려 3500개의 국립 보육시설을 만들었다. 하루에 2.5개꼴이었다.

그 덕분에 여성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미혼모는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출산율도 가파르게 올랐다. 그 당시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9400달러였다. 다른 대통령은 아이 키우는 것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임기 첫해부터 보육비용을 지방정부의 부담으로 떠넘겨 소란을 일으키더니, 그 후에는 아이들 점심밥을 먹이는 것과 아이들 돌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국민을 몰아세웠다.

그녀의 임기 2년 동안 290여개의 공립 보육시설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조차도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녀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첫해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000달러였다.

한 대통령은 무상교육과 공교육 강화를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선거기간 내내 재계의 반발이 계속됐지만, 그녀는 취임 20일 만에 이를 위한 법안을 발표했다. 몇 달 후 이 법안은 의회를 통과했다. 다른 대통령은 고교 무상교육과 대학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다.

이것을 증세 없이 실현하겠다고 장담했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지금, 고교 무상교육 공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반값 등록금 공약도 사실상 폐기됐다. 그리고 ‘증세 없는 복지’는 ‘복지 없는 증세’로 둔갑했다. 한 대통령은 최근 아들 부부의 비리 의혹으로 곤경에 처했다. 어머니가 현직 대통령이었지만, 아들 부부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녀 자신은 아들 부부의 비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녀는 국민 앞에서 공개 사과했다.

다른 대통령도 동생의 비리 의혹으로 곤경에 처했었다. 그녀는 “동생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최근에는 그녀의 측근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 정치자금의 일부가 자신의 선거비용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녀는 남의 일 이야기하듯 사임 의사를 밝힌 측근의 고뇌를 이해한다고만 했다. 한 대통령은 두 차례의 임기 동안 두 번의 지진을 겪었다.

수백명의 국민이 사망했고, 수십만채의 주택이 파손된 대형 재난이었다. 그녀는 지진이 발생한 새벽 시간에 본인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상황 설명을 했고, 날이 밝자마자 여진이 계속되는 피해지역으로 달려가 복구 활동을 이끌었다. 그 와중에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되어서 주민들과 함께 대피하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감수했다.

위기 상황에서 그녀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고, 국민은 안정을 되찾았다. 다른 대통령도 수백명의 학생이 억울하게 수장되는 국가 재난을 겪었다. 그러나 촌각을 다투던 사고 발생 초기에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했고, 관계 부처와 기관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자식이 죽은 진상을 밝혀달라는 유가족의 호소는 지금껏 외면당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권의 민낯이 드러났고, 국민은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다. 이 두 대통령이 닮은꼴이라고 하는 이유를 나는 알 수가 없다. 두 대통령 중의 한 명은 칠레의 바첼레트 대통령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12일간의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오늘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다.(필자 서울대 의대 이진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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