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고전하는 굴뚝산업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신영증권은 27일 기아차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6만8천원에서 5만7천원으로 낮췄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아차가 지난 23일 발표한 4분기 잠정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며 “4분기 러시아에서만 2천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도 26일 기아차의 목표주가를 깎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의 영업이익이 총 3500억원 가량 손실을 입었으며, 완성차 재고도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현대차·기아차가 제시한 세계 판매량 목표 증가율도 2.5%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경우 한전 부지 인수대금과 해외공장 신설 등으로 그룹 창설 이후 최대 규모의 현금 지출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삼성증권은 기아차 목표주가를 6만원으로 종전보다 14.3% 낮췄고 계열사인 현대위아 목표주가도 22만원으로 종전 26만원에서 15.4% 하향조정했다.

증권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5725억원으로 전년보다 19%나 감소했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으로 말미암아 기아차의 주가는 최근 52주 신저가를 날마다 새로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수주액이 28%가량 줄어들며 다시 200억 달러를 밑돌았다. 현대중공업이 27일 발간한 월간 IR뉴스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수주액은 198억3400만 달러로 전년 273억6300만 달러보다 2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이 당초 세웠던 계획(295억6500만 달러)의 약 70% 수준에 불과하다. 플랜트 부문의 수주는 71.4%나 감소했고, 조선 부문도 34.9% 줄어들었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조선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통째로 낮추고 관련기업의 목표주가도 하향조정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기대하는 상선의 발주 속도와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양발주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완성차와 조선 플랜트 산업의 부진으로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대형철강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목표주가가 떨어졌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철강 업황의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게 나타날 수 있다”며 포스코의 목표주가를 50만원에서 44만원으로 내리고 현대제철도 10만원에서 8만9천원으로 깎았다.

하나대투증권은 27일 LG화학의 목표 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5만원으로 19.3% 낮췄다. LG화학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31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6.8% 줄었으며,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 이유로 “정유·화학업종은 유가하락 구간에서 비용이 낮아진 원재료를 투입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수요 발생이 지연되는 반면 제품 가격이 하락해 이익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등 전통적인 ‘굴뚝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형편이다. 그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침체라는 기본적인 악조건에다 환율불안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5%로 낮췄다.

유가하락이나 환율요인도 당분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하락은 현재 정유나 조선 등의 업종에 도리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선박발주를 지연시키고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조선과 해운업계는 당분간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엔화는 물론 유로화까지 원화 대비 약세로 전환됐다. 이 역시 환율 면에서 우리나라 굴뚝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업종별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국내 업체들끼리 해외시장에서 제살깎기경쟁을 벌이든가 과거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나타나는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IT하드웨어나 반도체, 생활용품 등의 업종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중후장대한 굴뚝산업과 달리 이들 업종은 비교적 경박단소하고 ‘두뇌노동’에 의한 창의적인 노력이 더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을 통해 볼 때 우리나라 경제의 향후 방향은 비교적 분명해지는 것 같다. 무조건적인 대규모 투자를 요하는 업종보다는 창의적인 두뇌의 노력이 가미되는 산업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르짖는 ‘창조경제’도 이런 경제흐름과 통한다. 그렇지만 ‘외침’에 비해 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앞으로는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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