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정확히 읽고 투자처 찾아라
초저금리시대 자산관리, 전문가 상담 ‘필수’
[아시아엔=홍승돈 스탠다드차타드 PB] “금리가 또 떨어진데?” “이러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건 아니야?” “은행이란 게 이젠 돈 보관해주는 보관소 정도지…. 나중엔 오히려 보관료를 내라 할 걸”.
요즘 금리를 보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금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시절이 있다. 다름 아닌 IMF 구제금융 시절이다. 그때 금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금리는 말도 안 되는 것이리라. 그렇다. 불과 17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은행은 고객에게 주는 이자를 말도 안 되게 줄여놓았다. 그렇다면 나머지 돈은 은행이 고스란히 수익으로 가지고 가는 것일까?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지면 진짜 마이너스 금리라는 게 생기는 걸까? 아니면 이제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그에 대한 보관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는 것일까?
금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의 환율에 대해 암달러상 할아버지도 알 수 없는 것처럼, 금리 역시 예측할 수는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예측일 뿐 정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인 범위 안에서 금리와 이에 따른 한계 및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일반적인 소시민(금융기관 종사자라는 점을 배제하면)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굳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계산식과 관계식을 가지고 금리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볼 때, 적어도 긴 안목에서 금리가 일반인들 기대만큼 오르기는 어렵다는 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더군다나 IMF 시절의 금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흔히 이야기하듯 미국이나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건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알아보자.
마이너스 금리, 상실의 시대?
과연 마이너스 금리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원금에서 마이너스 금리만큼 빼고 돌려준다는 이야기인가? 다들 아는 대로 수치상의 마이너스 금리는 없다. 단 0.1%라도 은행은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게 된다. 다만 지급이자가 연간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경우 이를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 2%의 이자를 지급하는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1000만원을 예치하고 1년 후 20만원의 이자(세전)를 받았을 경우 수치상으로는 당연히 플러스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물가가 3% 올랐다면 받은 이자 2%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마이너스 금리라 부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직접 피부로 느끼지 않는 사람에겐 마이너스의 수치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20년 전 500원이었던 자장면의 가격이 지금 4000원이라면 그간 자장면 가격은 무려 8배나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100원이었던 버스요금는 1200원으로 무려 12배 뛰었다. 엄청난 상승률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장면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버스 역시 서민의 발로, 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임이 분명하다. 단순히 어느 한가지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물가를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렇듯 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를 얘기하려면 복잡한 수치와 계산식을 들이대야 하고, 결국 당연히 머리 아프고 지루한 얘기가 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내야 할 것이라는 얘기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 1000만원하고 보관료 20만원이 있으니 1년간 제 돈을 잘 보관해 두셨다가 1년 후에 1000만원을 돌려주세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은행은 더 없이 기쁜 일일지도 모르고, 고객은 그냥 놔두긴 불안해 보관료를 내가면서 은행에 맡기는 상황이 될 테니 그 역시 코미디같은 일이다. 물론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없다.
다만 앞에서 거론했듯이 은행에 맡기고 나온 이자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오히려 가치 면에서 손실을 입게 되고 그 손실에 보관료까지 무는 꼴이니 화제거리가 되는 것이리라.
이런 걱정들은 당연히 저금리시대의 소시민들에게서 나오는 불만 섞인 넋두리일 것이다. “도대체 은행금리가 너무 낮아 돈을 맡길 데가 없어”로 시작한 넋두리는 정치는 어떠니 사회는 어떠니 세계경제는 어떠니 등으로 이어져 오늘도 어느 선술집에서 거하게 취한 우리 아버지의 술안주로 변해 있을 터이다. 어제 독한 술 한잔과 함께 안주가 되어주었던 금리를 우리는 조금 더 현명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 이제 금리는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럼 아무런 대안 없이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이것저것 귀찮다고 현금을 집에 쌓아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겠다는 분이라면 모르지만, 한달 한달 열심히 일해 받은 월급에서 공과금, 자녀교육비, 아파트관리비, 보험료, 자동차할부금, 집 담보대출이자까지…. 이렇게 다 빼고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저축을 해야 하는 대다수 서민이라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끝난 케이블방송의 드라마 <미생>을 통해 대기업 샐러리맨과 비정규직 직원의 서러움,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회사생활을 해나가는 우리네 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아팠다. 그렇게 어렵게 번 돈,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덜 손해 보고 늘려나갈 수 있을까? 정답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 금리와 관련된 상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리에 연동하지 않는 투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펀드? 신탁? 변액보험? 아마도 이런 상품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말 그대로 투자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경험하곤 다시는 투자 안 하겠다고 이를 깨무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하지만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투자상품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원하세요?”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 분은 “원금은 보장 되면서 금리보다는 조금 더 많이 받는 상품”이라고 답한다. “그럼 원하시는 투자수익률이 얼마 정도지요?”라고 다시 물으면 “뭐 많이는 아니고 연 7~8% 정도면 좋을 듯한데” 라고 답한다.
쉽지 않은 얘기다. 아니, 원금이 보장되면서 연 7~8%의 수익을 주는 건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결론은 둘 중 하나다. 금리가 낮아도 그냥 원금이 보장되니까 예금을 선택하거나 금리가 불만스럽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비예금 투자상품에 가입하거나…. 그런데 우리에겐 이런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하나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리스크 파악 없이 자산관리 어려워
그렇다면 이런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위험에 대한 나의 타고난 성격과 나의 자산관리 목적에 따라 ‘내게 맞는’ 상품을 구성하는 것. 투자 주체인 나를 파악하는 이른바 리스크 프로파일링(Risk Profiling)이야말로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의 시작이며 기본이다.
먼저 원금이 보장되면서 금리보다는 조금 더 받는 게 목적이라면 보험회사의 저축성 보험상품을 활용하는 게 좋다. 물론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으나 보험회사의 저축성 보험상품은 일반적으로 은행의 금리보다 1~1.5%의 추가금리를 제공하고 일정조건들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최저보증금리가 있어 금리가 아무리 하락해도 수익이 보증된다. 또한 최근에는 보험상품임에도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 많이 나와 있으니 상담을 통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긴 호흡의 장기적인 자금운용인 것이다.
반면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신탁상품 중 원금이 보장되거나 원금의 상당부분이 보장되면서 일정조건을 충족할 경우 정해진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 물론 원금이 보장되거나 상당 부분 보장되는 경우 확정되는 금리는 일반 시중은행 금리보다 조금 높고, 아니면 원금만 받거나 최악의 경우 원금의 일부를 손실 볼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상품을 신중히 비교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금의 일부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면 시장 흐름에 맞는 펀드를 선택해 보는 것도 좋다. 다만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펀드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반드시 금융전문가와 상담하기 바란다. 최근에는 금이나 달러 같은 현물이나 외화표시 상품에 대한 투자를 생각하는 고객도 많은데 이 역시 전문상담을 통해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금리가 높던 시절에는 은행에 맡겨만 놓아도 별다른 재테크 없이도 자산이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애써 모은 자산이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든다면? 원금만 유지가 된다고 손실이 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 가치가 하락한다면 원금손실보다 더욱 큰 가치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가치의 하락 역시 큰 손실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저금리 시대의 자산관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렵게 노력해 번 돈을 가만히 놔두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니다.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투자할 곳을 찾는 것이 현명한 재테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