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크리스마스 축제 ‘심방가비’를 아십니까?
[아시아엔=리고베르토 반타 주니어 인턴기자] 필리핀에서 새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벌어졌던 다양한 축제를 마무리하는 기간이다. 필리핀에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온 동방박사 세 사람을 기리는 의식이 있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필리핀만의 고유한 축제일 것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가족과 연휴를 즐긴다. 크리스마스를 필리핀에선 따갈로그어로 ‘파스코’라고 부른다. 파스코 기간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별모양으로 된 전구를 달아 밤하늘을 밝힌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9일간 ‘심방가비’(Simbang Gabi, 따갈로그어로 크리스마스 시작을 알리는 예식) 축제가 이어진다. 서양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집안을 장식한다. 반면 새해는 중국의 미신을 따라 물방울 무늬 옷을 입고 과일이나 동전 등 동그란 모양의 물건을 놓고 행운을 빈다. 행운을 비는 동시에 새해 첫날 자정(밤 12시)이 되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악귀를 내쫓는 의식을 한다.
새해 음식으로는 12가지 과일이 널리 알려져 있다. 12가지 과일은 각각 매월을 상징하는데 여기에는 포도, 오렌지, 멜론, 수박, 감귤 등이 포함된다. ‘말라킷’이라고 부르는 쌀케이크(쌀떡)도 먹는데, 좋은 기운들이 떡처럼 잘 붙어있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판싯’은 필리핀식 볶음면으로 간장을 기본소스로 만든다. 국수와 같이 장수를 누리라는 뜻에서 이를 즐긴다. 하지만 새해 초엔 생선이나 닭으로 만든 요리는 먹지 않는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들 동물이 ‘고난’을 상징한다고 믿는다.
폭죽을 터트리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는 이벤트를 두고 ‘돈 낭비’라거나 ‘지나친 호사’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 과도한 폭죽 사용으로 사고가 많이 일어나며 어린이들이 다치는 경우도 흔하다. 병원 응급실은 부상자로 북적대며, 폭죽사고로 입은 화상 흉터로 속상해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많은 필리핀 사람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해를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해변가 리조트는 한달 전부터 이미 예약이 완료되며 주변에선 불꽃놀이나 음악공연 등 축제가 이어진다. 물론 긴 연휴를 활용해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 연휴기간 동안 연인이나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새해를 설계하고 서로 위로하고 행운을 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