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곰 ‘고문’하는 인간의 ‘욕망’

곰

야생동물보호법 제정 불구 중국서 무분별 웅담추출 여전히 기승
비위생적 환경에서 뽑아 인체에 치명적 위해 가능성

[아시아엔=왕치(王岐) 인턴기자] 2012년 중국에서 웅담즙 강장제를 판매하는 귀진당(歸眞堂)이 주식공개를 통한 상장을 시도하자 동물보호 단체와 전문가는 물론 일반시민의 비판을 초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70여 명의 대표단은 중국증권감독위원회에 귀진당의 주식공개 승인 보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귀진당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내에선 무분별한 웅담 추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약성론>(藥性論)과 <당본초>(唐本草)에 따르면 웅담이 약재로 이용된 지는 1000년이 넘었다. 중국에서는 옛부터 야생곰을 사냥해 도축한 후 웅담즙을 추출했다. 웅담이 몸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웅담의 수요가 공급보다 큰 수급불균형문제가 발생했다. 1960년대 의약품 연구개발자들은 살아있는 곰에서 웅담즙을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개발했고, 이 기술은 1983년 중국 길림성에서 정식도입됐다. 1993년 국제동물보호기금(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 IFAW)이 중국 광동성의 한 농장이 살아있는 곰에서 쓸개즙을 채취한다는 사실을 고발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웅담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곰 쓸개즙이 체온을 내리고 해독하는데 효과가 있지만, 비슷한 효능을 지닌 약재가 50여종에 달한다고 말한다. 또한 쓸개즙은 간장보호 효과가 있는 우루소데옥시콜산(ursodeoxycholic acid)이라는 성분을 함유하나, 이 성분은 화학제조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히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추출된 동물의 체액을 복용했을 때 기생충 및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고 경고한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곰 쓸개즙을 먹고 사망한 사례도 나타났다.

중국에서 반달곰은 16개 행정구역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개체수는 약 2만8천마리에 이른다. 반달곰 수가 1000마리 이상인 지역은 헤이룽장(黑壟江), 강서(江西), 쓰촨(四川), 티베트(西藏), 산시(山西)와 간쑤(江蘇)성 등이다. 개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티베트로 약 1만마리가 서식 중이며, 그 다음은 4500마리가 서식 중인 쓰촨 지역이다.

1988년 반달곰은 2급 국가중점보호야생동물로 등록되며 수출입이 금지됐다. 살아있는 곰에서 웅담을 추출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웅담즙은 1kg당 635달러(약69만원)에 판매된다. 동물보호단체 ‘아시아동물기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시의 흑보약업(黑寶藥業)은 50만m²에 이르는 농장에서 현재 2000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곰 사육 업체는 98곳이며, 협력업체는 183곳에 달한다. 이들은 123종의 관련 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귀진당 사건’으로 무분별한 웅담추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나, 지금도 중국에선 ‘동물학대’가 여전하다. 지난 6월 광시위린시(廣西玉林市)에선 ‘개고기 축제’가 열려 전세계 동물애호가들의 지탄을 받았다. 1988년 11월 제4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중국야생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26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동물들이 고문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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