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대법원 출두, 이유는 ‘법정 모욕’
파키스탄 총리가 파키스탄 법정에 출두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19일 오전 9시 반쯤 자가용을 타고 대법원에 나타났다. 지난 주 법원이 그에게 ‘법정모욕’ 혐의를 들어 출두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길라니 총리가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현 대통령, 그리고 그의 부인이자 파키스탄 전 총리였던 故 베나지르 부토는 자금세탁 등 부패 사건으로 기소된 바 있다. 스위스 법원은 지난 2003년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이들에 대해 피고 부재중 상태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07년 당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자르다리와 부토를 포함한 수천명의 정치인과 관료를 대상으로 ‘국가중재법령’에 따라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또 스위스 당국에 사건종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2009년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들에 대한 사면이 위헌이었다는 판결을 내렸고, 정부에 자르다리 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 재개를 요청했다. 대법원은 정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길라니 총리를 책임자라고 판단하고, 그에게 수사 재개가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책임을 물어 법원 출두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날 길라니 총리의 법정 출두는 최근 정부와 군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대법원은 길라니 총리와 함께 온 장관과 정치인들에게 특별 출입증을 발급하는 등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법원이 “정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왜 법원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하자 길라니 총리는 “나는 6년간 감옥에 있던 적이 있다.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법정을 모독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법원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 재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이며 파키스탄 헌법 역시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스위스 당국에 파키스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재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7분간의 변론을 마친 길라니 총리는 “법원이 부르면 언제든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다음 심리 예정일을 2월 1일로 잡았다. 길라니 총리는 변호사 변론을 포함해 여러 차례 사건에 대한 심리를 받았으며, 다음?심리 때는 총리 출두 없이 변호사만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지르 아이자즈 기자(이슬라마바드=As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