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막장 드라마’ 같은 정치 갈등
파키스탄, ‘전운’ 감도는 정부·군·사법부
현재 파키스탄 정치상황은 마치 막장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것 같다. 정부, 군, 사법부간의 갈등이 심각한 정도를 넘어서서 전운이 느껴질 정도다. 현지 시각으로 18일 오전에는? 현직 대통령의 혐의 때문에 현직 총리가?대법원에 출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AsiaN이 파키스탄 정치를 구성하는?막장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을 정리해 봤다.
대통령 :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Asif Ali Zardari)
파키스탄 정치사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물. 어쩌다가 대통령이 된 사람으로 통한다. 부인인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암살당하면서 동정여론을 업고 2008년 9월 대통령이 됐으나 그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크고 작은 사건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외관계에 있어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파키스탄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미국은 그의 리더십을 불신하고 있는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파키스탄 대법원이 그가 과거에 연루되었던 부정?부패 사건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미 부정?부패 스캔들로 8년을 복역하고 난 후 2009년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파키스탄 국민의 동정여론은 비난여론으로 바뀐 지 오래다. 게다가 건강이 안 좋아서 하필이면 중요한 순간마다 치료를 받느라 외국에 가 있었다.
최근 터진 스캔들은 일명 ‘메모 게이트’로서 만약 파키스탄에 쿠데타가 일어날 경우 미국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모가 유출됐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본인과 메모 게이트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미 심사를 시작했다. 만약 자르다리 대통령의 연관성이 입증되면 그는 탄핵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무총리 : 유서프 라자 길라니(Yousuf Raza Gilani)
원래는 말이 별로 없고 점잖은 신사로 통했으나 최근 들어 부쩍 군부를 질책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현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군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이나 군부는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일축했다.
군부가 한 발 더 나아가 “총리의 발언이 국가 장래에 통탄할 만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하자 국방부장관을 해임하는 맞수를 뒀다. 한편 파키스탄 대법원은 자르다리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사건 수사를 재개하지 않을 경우 총리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군 최고사령관?: ?아쉬파크 카야니(Ashfaq Kayani)
군의 최고 사령관으로서 파키스탄 군부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한 시기에 지휘봉을 잡게 된 인물.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서부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협박에 대한 대처 및 민간인 희생자를 낸 파업 진압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쉴 틈이 없었다.
그는 ‘메모 게이트’를 군부를 공격하기 위한 음모로 보고 사법부가 심사를 시작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에 길라니 총리는 카야니 장군을 ‘헌법에 위반하는 행동’을 한다며 고소했다.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3번의 쿠데타를 경험했으며 또다른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 : ?페르베즈 무샤라프(Pervez Musharraf)
파키스탄의 마지막 군부 출신 대통령. 2008년 자리에서 물러난 후 스스로 망명을 자처해 파키스탄을 떠났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월 초,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수주 내에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겠으니 함께 선거를 준비하자”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파키스탄에 도착하는 즉시 체포되게 되어 있다. 2008년 당시 총리였던 베나지르 부토의 암살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경호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혐의다. 그리고 그가 물러날 때의 군부의 이미지가 워낙 나빠서 설사 돌아온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 당수 : 나와즈 샤리프(Nawaz Sharif)
국무총리를 두 번 지냈으며 현재 파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인 The Pakistan Muslim League-N의 당 대표를 맡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펀잡(Punjab)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2008년 대선 당시 부토의 암살만 아니었어도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모 게이트’ 수사를 처음 의뢰한 인물이 샤리프 대표이다. 샤리프 대표는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 메모 내용이 국가에 대한 반역죄라며 자르다리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직 크리킷 선수 : ?임람 칸(Imran Khan)
과거에 세계적인 크리킷 선수였으나 현재는 정당 대표로 변신했다. 정의를 위한 행동(Movement for Justice) 당을 이끌면서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중산층 유권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는 있지만 아직 선거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부패 정치인 척결’이 제1공약인 가운데 군부와도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장 : 모하마드 이프티카르 차우드리(Mohammad Iftikhar Chaudhry)
2007년 당시 무샤라프 대통령에 의해 파면된 대법관 중 한 사람. 우여곡절 끝에 2009년 3월, 대법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한때는 대쪽같은 이미지로 전국민의 추앙을 받았으나 너무 소심한 판결을 내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파키스탄 대법원은 쿠데타가 일어날 때마다 군부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대법원이 메모 게이트와 함께 과거 대통령 특별사면도 심사하고 있는데 두 가지 심사를 한꺼번에 하게 된 배경에는 군부의 압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정원장 : 아흐마드 슈자 파샤(Ahmad Shuja Pasha)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 영토에서 사살됐을 때 전국적인 비난 여론과 사퇴 촉구 요구에 시달렸다. 파키스탄 정보부의 수장으로서 과연 오사마 빈 라덴의 거취 여부를 몰랐겠느냐가 비난의 핵심 내용이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국정원장으로 남았다.
메모 게이트가 터진 후에는 영국을 방문해서 그 메모를 처음 작성했다는 사업가를 만났다고 한다. 대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메모가 군부를 음해하려고 작성된 것이 맞다고 기록했다. 파키스탄 군부 중장 출신으로 자르다리 대통령과는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정원장 임기를 몇 달 남겨두지 않은 상태다.
이명현 기자 EnjoyMiracle@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