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파키스탄, 美 반대에도 가스관 착공식 강행
핵개발 의혹으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이란의 가스를 파키스탄으로 수출하는 가스관 착공식이 11일 열렸다.
이란 동남부의 파키스탄 접경 차바하르 시에서 열린 착공식에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등 양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공조를 과시했다고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서방은 이란-파키스탄 가스관 건설을 막을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2010년 우여곡절 끝에 이란 서남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과 가까운 아살루예에서 파키스탄을 잇는 75억 달러 규모의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가스관 길이는 이란 아살루예에서 파키스탄 국경까지 900km, 파키스탄 국경에서 파키스탄 내부까지 780km다.
이란 내부의 가스관은 거의 완공된 상태로 이날 착공식은 파키스탄 구간 780㎞의 가스관 건설 시작을 기념하는 것이다.
미국은 파키스탄에 이란산 가스 수입 대신 에너지 부족 문제를 완화할 다른 방법이 있다며 이 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박해 왔다.
경제적 고립을 통한 국제사회의 이란 핵개발 저지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가스관 건설 사업이 새로운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외국 업체들도 미국의 제재를 우려, 파키스탄 구간 가스관 건설사업에 참여하려 들지 않아 파키스탄 정부는 가스관 건설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란 정부가 파키스탄 구간 공사비 15억 달러 가운데 5억 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하고 이란 업체가 가스관 건설에 직접 참여키로 해 이날 착공식이 열렸다.
파키스탄 정부로서도 국내 에너지 부족 문제를 더는 방관할 수 없었다.
특히 5월 총선을 앞두고 자르다리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이 국민의 반미 감정에 편승해 지지를 얻고자 착공식을 강행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예정대로 2014년까지 가스관을 건설하면 이란은 이를 통해 매일 2천150만㎥의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란산 가스를 수입하면 전체 전력 수요의 20%를 충당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사가 지연된 것으로 미뤄 볼 때 예정 기한 안에 가스관이 완공될지는 미지수라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