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삶의 만족도’ 이라크보다 낮아
갤럽 조사 결과 ‘긍정답변’ 14% 불과…세계 75위 머물러
우리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가 다른 아시아 국가 국민의 체감지수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보건컨설팅업체 헬스웨이스와 공동으로 지난해 135개국에서 15세 이상 남녀 13만3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집계한 2013 세계 웰빙(삶의 질) 지수 순위를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생 목표, 사회관계, 경제 상황, 공동체의 안전·자부심, 건강 등 5개 항목으로 시행된 여론 조사에서 우리 국민이 3개 항목 이상에서 삶의 질 만족도가 강하고 지속적인 상태를 뜻하는 ‘번영중'(thriving)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이 순위에서 75위에 머문 한국은 대만(18%·55위), 일본(15%·64위)은 물론 말레이시아(24%·36위), 필리핀(24%·40위), 태국(22%·44위), 인도(15%·71위)보다 낮았다.
심지어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15%·73위)보다도 낮았다.
갤럽과 헬스웨이스는 국력, 실질적인 국민 건강상태와 별도로 국민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삶의 질 체감 지수를 알아보고자 조사 참가자에게 항목마다 ‘번영 중’, ‘고전 중'(struggling), ‘고통받는 중'(suffering)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이 결과 우리 국민 대다수는 삶의 목표 실현에서 고전 중(46%) 또는 고통받는 중(40%)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14%만 목표 실현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사회관계 또한 고전 중(47%)이라는 답변이 긍정적 답변(22%)의 두 배를 넘었고, 공동체 안전·자부심과 건강 항목에서는 고전 중이라는 응답이 각각 63%, 65%로 과반에 이르렀다.
5개 항목 중 우리 국민이 가장 만족한 부문은 경제 상황으로, 응답자의 37%가 번영하고 있다고 택했다.
갤럽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성장과 국민 행복 시대 구현 정책으로 한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 국민은 3개 항목 이상 만족스럽다는 답변을 택해 긍정답변 비율 61%로 전체 1위에 올랐다.
파나마 국민은 삶의 목표(66%), 사회관계(68%), 공동체 안전·자부심(58%), 건강(63%) 등 경제 상황을 제외한 4개 항목에서 모두 만족 비율 1위를 달렸다.
갤럽 조사관인 댄 위터스는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라틴 아메리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조사에서도 파나마 국민은 특히 늘 웃고 낙천적인 삶을 즐기는 성향을 보였다”며 “개통 100주년인 올해를 겨냥해 2007년부터 개시한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로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도 파나마 국민의 웰빙지수가 높은 원인”이라고 평했다.
파나마에 이어 코스타리카(44%), 덴마크(40%), 오스트리아·브라질(39%), 우루과이·엘살바도르(37%), 스웨덴(36%), 과테말라·캐나다(34%) 순으로 삶의 질 만족도가 높았다.
오랜 내전으로 민중의 삶이 피폐해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삶 만족 비율은 고작 1%로 최하위에 그쳤다.
그러나 끊임없는 흉악범죄와 가난 탓에 수많은 미국 밀입국자를 양산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가 상위권에 자리하고, 비만 비율이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가 건강 지수 상위 10위에 오르는 등 현실과 맞지 않은 결과도 나와 신빙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추에리 헬스웨이스 인터내셔널 대표는 “정부, 고용주, 보험업자들이 현실과 여론 조사 결과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면 보다 문화적으로 세심하게 거중 조정자로서의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