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A TALK] 세계 각국의 추수감사절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작열하던 태양은 그 열기를 낮춰 곡식을 익게 하고, 어느새 선선해진 바람을 따라 잠시나마 여유가 생긴다. 한 해동안 땀흘리며 수확한 농작물이 곳간에 가득히 쌓여 마음은 든든하다.

가을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만큼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며, 이 계절엔 온갖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놓고 즐겁게 지내고만 싶다.

가을의 풍족함은 우리 고유명절인 추석을 통해 그 진가가 드러난다.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추석을 맞이하여 세계 다른 나라들의 추수감사절 혹은 수확제가 궁금해졌다.

AJA 글로벌 리포터들이 모국의 추수감사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아시아기자협회(AJA) 글로벌 리포터 카밀라 율다세바(Kamila Yuldasheva·우즈베키스탄·서울대 스포츠경영학 석사과정), 마달리나 바타(Madalina Barta·루마니아·동국대 교환학생), 마이클 모차르스키(Michal Mocarski·폴란드·경희대 언론정보학)에게 물었다.

모국에 추수감사절이나 특별한 수확축제가 있나요?

카밀라 율다세바, 우즈베키스탄

카밀라: 우즈베키스탄에 특별한 추수감사절은 없다. 하지만 농업이 발달한 만큼 곡식이나 과일 관련 축제가 많다. 특히 ‘과일 천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과일이 재배되고 있고, 각 지방을 대표하는 과일축제가 유명하다. 그중 8월 하순 ‘히바’라는 고대도시에서 열리는 ‘구박(Gurvak) 멜론축제’를 소개하고 싶다. 달콤하고 시원한 멜론은 우즈베키스탄의 여름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36종류의 멜론이 각 지방에서 수확되고 있다.
‘구박축제’에서는 각 지방의 다양한 멜론이 모여 품질이나 맛을 겨룬다. 멜론에 조각하거나 멜론을 구별하는 콘테스트도 열리는 등 과일 관련 볼거리가 많다. 축제기간 민속무용이나 전통 수공예품 관련 부대행사도 열린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4대 목화 생산국이다. 9월부터 시작해 12월에 정점을 맞는 ‘목화축제(Cotton Festival)’도 유명하다.

구박(Gurvak) 멜론 축제에서 두 여성 참가자가 멜론을 들고 있다. <사진:Uzbekistan National News Agency>
마달리나 바타, 루마니아

마달리나: 루마니에도 이렇다 할 추수감사절은 없다. 하지만 포도 수확철에 온 가족과 마을이 함께 와인을 제조하는 풍습인 ‘수레티(Suretit)’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프랑스만큼은 아니지만 루마니아는 세계 12위 와인생산국이다. 각 지방마다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고대왕실에서부터 이어져 온 와인제조방식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루마니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을에 도심을 벗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로 내려가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온 가족이 모여 포도를 수확하고 나무로 만든 전통 압축기에 포도를 압축한다. 요즘은 잘 입지 않지만, 포도를 수확할 때 입는 전통복장도 있다. 1단계 제조과정을 거친 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대량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가 담긴 커다란 드럼통에 들어가 포도를 으깨는 작업은 늘 여자몫이다. 노래를 부르며 맨발로 포도를 으깨는 과정은 언제나 유쾌하다. 포도수확과 와인제작이 모두 끝난 후 신께 수확한 포도를 바치며 풍요와 번성을 기원한다. 제사 후 수확이 끝난 포도나무를 한데 모아 태우는 의식을 행한다.

소녀들이 맨발로 포도를 으깨고 있다.
마이클 모차르스키, 폴란드

마이클: 폴란드에선 9월 23일 혹은 추분 후 첫 번째 일요일에 ‘도진키(Dozhinki)’라는 추수감사절이 열린다. ‘도진키’는 고대 슬라브 신앙에서 유래됐으며, 현재는 카톨릭 기념행사로 자리잡았다. 러시아, 벨라루스, 체코 등에서도 ‘도진키’를 추수감사절 행사로 행하고 있으나 각 나라나 지역마다 행사명과 내용이 다르다. ‘도진키’ 기간 중 여자들은 꽃 왕관을 쓴다. 옛날에는 꽃 대신 곡물이나 견과류로 왕관을 만들거나 심지어 왕관 위에 살아있는 닭을 올리는 등 동물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꽃 왕관을 강에 띄우며 풍작과 건강을 기원하기도 한다. 꽃 왕관 외에 중요한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의식 중 하나가 바로 ‘곡식 정리’다. 한 해동안 수확한 곡식을 들판에 길게 한 줄로 늘여 놓는데, 제일 마지막 줄은 최고수확량을 자랑한 농부만의 영예로운 자리다. 수확 후 신께 빵을 올리며 제사를 지낸다. 제사 후 교회를 방문해 성모마리아께 이듬해의 풍요와 번영을 기원한 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보드카를 마시며 축제를 즐긴다.

도진키 축제 중 사람들이 꽃 왕관을 쓰고 빵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www.polish-texans.com>

한국에는 ‘추석’이라고 하는 명절이 있다. 모국의 추수감사행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

마달리나: 추석이 되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본가로 대이동을 한다고 들었다. 풍작을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레티’와 일맥상통한다. 한국만큼의 ‘민족대이동’은 아니지만, 루마니아도 포도 수확철이 되면 도심에서 시골로 이동하는 차량이 많아진다. 비록 이동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한동안 보지 못 했던 가족들을 만나 함께 연휴를 보낼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추수감사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마이클: 한국 차례상에 음식을 올리는 데에도 순서와 법칙이 있다고 들었다. 과일부터 고기, 야채까지 음식을 두는 방향이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 한국 음식이 푸짐하게 나오는 것도 이런 차례상에서 유래된 것 같다. 폴란드에서는 신께 제사를 지낼 때 바치는 음식이 빵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상차림이 꽤 단순할 수도 있지만, 폴란드의 기본 주식이 바로 빵이기 때문에 제사상도 간단하다. 빵, 소금 그리고 보드카만 있으면 끝이다.
또 추석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강강술래’를 춘다고 들었다. 다같이 손을 잡고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빙글빙글 돈다고 하는데 춤이 굉장히 단순한 것 같다. 폴란드에서는 남녀가 함께 추는 전통무용이 있지만 최근에는 현대식 왈츠 분위기로 바뀌었다.

카밀라: 과일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내가 우즈베키스탄 입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사상에 올라가는 한국 과일보다 우즈베키스탄 과일이 더 맛있다. 어느 나라의 추수감사절이든 모두 한 해 농작한 수확물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다음해 농사도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나누는 의미있는 행사이다. 추수감사절은 그동안 소홀했던 친구·친적 또는 동네사람들과 교류하고, 잊고 있던 자신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One comment

  1. 나는 폴란드에서의 휴가를 잊지 않습니다. 바르샤바는 그 날에 매력을 많이 가지고 멋진 도시입니다. 밤에는 나이트 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나는 친구로부터 들었 기 때문에 뉴 올리언스를 선택했다. 그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최고의 스트립 멋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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