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명퇴’도 뜻대로 안된다
서울지역에서 올해 하반기(8월 말) 교원 2386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신청자의 7.6%인 181명 만이 받아들여졌다.
명퇴 수당 예산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자리가 없어 교원 발령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하반기 서울지역 교원 명예퇴직 대상자 181명을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공사립별로는 공립학교 138명, 사립학교 43명이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모두 2399명(공립 1978명, 사립 421명)이었으나 13명이 중도 철회해 2386명(공립 1천967명, 사립 419명)이 최종 신청했다.
지난해 8월 말 명예퇴직 신청자는 383명(공립 277명, 사립 106명)으로, 1년 만에 명퇴신청이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명퇴 신청자가 크게 늘어난데다 예산 부족으로 신청이 받아들여진 교원은 작년 하반기(219명)를 밑돈다. 명예퇴직 수용률은 작년 하반기 57.2%에서 올 상반기 29.6%, 이번에는 7.6%로 계속 급감하고 있다.
명퇴 신청이 급증한 데에는 정부의 연금법 개정 움직임으로 연금이 삭감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수년째 교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교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낮아지면서 명예퇴직으로 눈을 돌리는 교사들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퇴직을 원하는 교원들의 출구가 막히면서 임용고시에 합격해도 교사 발령을 받지 못하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서울지역은 초등학교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한 예비 교사들이 3월 인사에서 단 한 명도 발령을 받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서울교육청은 이후 결원이 발생할 때마다 매달 1일과 15일자로 임용 발령을 내려 임용대기 상태에 있던 예비교사 188명이 신규 임용됐지만 아직까지 835명이 임용대기 상태에 있다.
이번 하반기 명예퇴직자들이 확정되면서 임용 발령을 기다리는 예비교사들은 명퇴로 결원되는 181명 중 휴직했다가 복직하는 교사를 뺀 수만큼 9월 1일자로 신규 임용된다.
서울교육청 측은 “경기 부진으로 인한 세수 결손으로 교부금과 전입금 등이 2천여억원 이상 줄어 명예퇴직 희망 교사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명예퇴직 재원 확보를 위해 교육부에 지방채 발행 요청 등 대책을 촉구하고 서울시에도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울교육청은 일반 교사들에게 재충전을 통한 전문성 향상 기회를 주기 위해 자유롭게 휴직할 수 있는 ‘자유휴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자유휴직제’가 시행되면 신규교사 임용 시험에 합격하고 대기중인 예비 교사들의 조기 발령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유휴직제를 도입하려면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서울교육청은 이를 위해 교육부와 국회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