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자산회전율 ‘꼴찌’
10대 그룹이 기업활동에 쓰려고 보유한 자산 중에서 활용하지 않고 묵혀둔 자산이 63조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유자산은 많지만 투자와 영업활동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기업 활력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으로 저하됐다.
21일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한진·한화 등 자산 순위 상위 10대 그룹의 활동성 비율은 지난해 94.1%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92.4%에 근접한 수준이다.
활동성 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 영업활동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로, 1년간 매출총액을 자산총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 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모든 자산이 기업 활동에 쓰이지 않고 일부가 잠자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0대그룹의 자산은 1067조8억원이지만 매출은 1004조4천억원에 그쳤다. 활동성 비율이 94.1%로, 전체 자산의 63조원 정도가 기업활동에 쓰이지 않은 셈이다.
10대 그룹의 활동성은 2009년 92.4%에서 2010년 98.3%, 2011년 98.5%로 높아졌다 2012년 97.8%로 꺾인뒤 지난해엔 94.1%로 뚝 떨어졌다. 10대 그룹 기업들은 자산을 2009년 686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1067조8천억원으로, 5년 새 55.6%(381조7천억원)나 불렸다.
이처럼 기업의 활기가 떨어지면서 수익성도 2010년을 고점으로 악화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10대 그룹의 영업이익률은 ▲ 2009년 7.1% ▲ 2010년 8.2% ▲ 2011년 6.5% ▲ 2012년 6.0% ▲ 지난해 5.8% 등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반면 기업들이 빚을 내 적극적으로 투자와 영업활동에 나서지 않음에 따라 10대 그룹의 재무건전성은 개선됐다. 이들 그룹의 부채비율은 2011년 82.7%에서 지난해 72.7%로, 10%포인트나 낮아졌다.
그룹별 자산회전율은 한진그룹이 62.7%로 가장 저조하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자산 39조5천억원에 매출이 24조8천억원으로, 14조원 넘는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묵혔다. 이 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3%로 수익성 역시 10대그룹 중 가장 나빴다.
자산 28조3천억원에 연매출 16조7천억원인 한화그룹의 자산회전율도 63.8%에 불과했다.
롯데그룹은 자산은 88조8천억원인 데 반해 매출이 60조2천억원으로, 자산회전율이 67.8%로 나타났다. 28조원 이상의 자산이 잠자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의 자산회전율은 2011년 99.3%에서 2012년 93.3%, 지난해 85.1%로 급격하게 악화하는 추세다.
포스코그룹은 자산은 2012년 80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83조7천억원으로 1년 새 3조원 늘어났으나 매출액은 75조4천억원에서 71조2천억원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70.8%이던 부채비율은 54.3%로 떨어져 재무건전성은 한층 개선됐다.
현대차그룹의 자산회전율도 2011년 100%에서 2012년 97%, 지난해 86.4%로 뚝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의 자산과 매출은 2011년엔 148조9천억원으로 같았다. 그러나 지난해 자산규모는 174조원으로 1년 새 25조1천억원(16.9%) 늘어났으나 매출액은 150조4천억원으로 1조5천억원(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자산회전율은 95.6%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높아졌으나, 2010년 102.3%와 비교하면 오히려 떨어졌다.
자산회전율은 지난해 GS그룹이 118.0%로 가장 높고, LG그룹(114.1%)과 SK그룹(107.9%)도 100%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