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위 모두 게을렀다’

감사원 동양그룹 사태 공익감사 결과 공개

무려 4만여 명의 투자자가 1조7천억원의 손해를 본 대형금융 사고인 ‘동양그룹 사태’는 금융당국의 고질적 업무태만이 원인이라고 감사원이 14일 밝혔다.

감사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3개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지난 1∼2월 동양증권 및 관련제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감독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우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불완전 판매 정황 등을 확인했지만 이를 방지할 기회를 여러 번 허비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동양증권의 회사채 불완전 판매행위에 대한 지도·검사업무를 태만히 했다는 이유로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담당국장 및 팀장을 문책하라고 금감원장에게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08년부터 동양증권의 투기등급 회사채 불완전판매 등을 여러 번 확인했지만 2011년 11월 종합검사에서는 관련 사항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또 예금보험공사가 이듬해인 2012년 2월 동양증권 회사채에 대해 ‘불완전판매 및 손해배상 소송 제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금감원도 얼마 후 자체 보고서를 통해 지도·검사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대신 같은 해 7월 ‘내부통제절차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만 한 차례 전달한 채 사실상 사태를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한 달 후인 8월에 동양증권 부문 검사를 통해 기업어음(CP) 부당 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회사채에 대한 부분은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동양증권의 회사채 판매잔액은 2012년 6월 8903억 원에서 지난해 9월 1조844억 원으로 1941억원 늘어나는 등 투자자 피해가 증가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동양증권의 회사채 뿐 아니라 CP에 대해서도 투기등급 계열사 발행분을 판매하는 행위를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지난 2006년 종합검사에서 동양증권이 계열사 투기등급 CP 1조494억원을 보유한 것을 확인하고도 관련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듬해 자발적 감축을 주문하는 취지의 ‘경영유의사항’ 조치만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08년 9월 종합검사에서 동양증권이 투기등급 계열사 CP를 조직적으로 판매,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인가 취소 등의 실효성 있는 조치 없이 단순히 양해각서(MOU)만 체결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탓에 동양증권은 양해각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감원에 양해각서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사태를 악화한 게으른 업무태도는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위원회는 2007년 2월 동양증권이 동양레저 등 투기등급 계열사의 CP 1조원을 취득해 고객을 위험에 노출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2008년 8월 관련규정을 통합·정비, ‘금융투자업규정’을 제정하면서도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을 삭제했다.

금융위는 이후부터 2012년 1월까지 동양증권이 부실 계열사의 CP를 과도하게 보유한 사실을 3차례나 금감원으로부터 보고받았지만 내내 방치하다가 금감원의 공식 건의를 받은 7월에서야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그룹 재무구조개선 업무를 담당한 한국산업은행은 동양메이저의 동양시멘트 주식 매각 및 콜·풋옵션 계약과 관련해 대주주 부당지원 가능성과 더불어 재무상황 악화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2008년 4월 1400억원을 동양메이저에 대출했다.

동양그룹의 주력기업인 동양메이저는 이 대출을 통해 동양시멘트 주식을 적정가치 1468억원보다 2336억원 더 비싼 3804억원에 되사들여 재무구조를 악화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동양메이저 내부관련자에 대해 업무상 배임소지가 있다고 판단, 지난 4월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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