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보신주의 해소 ‘역행’

산업은행 임직원만 징계…기관은 배제

[아시아엔=강준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보신주의 해소를 위한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1일 STX그룹 부실대출과 관련해 KDB산업은행의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에게 제재내용을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우선 산업은행이 STX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 미이행 사실을 알고도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STX 계열사의 신용평가등급을 객관적 근거 없이 올려주고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분식회계 가능성에도 여신을 3000억원 늘려준 점, 선박 건조 현황을 따지지도 않고 선수금을 지급한 점도 제재 근거로 삼았다.

금감원은 이같은 문제를 이유로 개인제재만을 통보하고 기관제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최근 정부의 금융보신주의 해소를 위한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며 금융보신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규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일선 금융기관의 보신주의가 해소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금융권이 지금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금융사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개인은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제재하고 감독당국은 기관에 대해서만 제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감독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실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만 돌리려하고 있어 여전히 개인제재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임직원에 대한 징계 사전통보는 금융보신주의를 없애라고 지시한 박 대통령과 기관제재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정부와 역행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 비리가 아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온 결과인데도 개인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사고만 내지 말자’는 금융보신주의를 더욱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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