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영원한 전설될 수 있을까?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 이름 PSY. 한국뿐 아니라 미국 시장 마저 강타하고, Youtube라는-역시나 미국에서 만든-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전세계를 점령해 버렸다는 그 이름 PSY.
필자는 한국, 독일 ,일본, 대만을 오가며 클래식음악과 대중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태(?)에 굉장한 관심이 갔지만, 처음 시끄럽게 매스컴에서 난리가 났을 때만 해도 그냥 저러다 말겠지 싶었다. 매스컴 이란 사전적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스컴. 대량 전달의 뜻으로, 대중을 일정한 행동으로 몰기 위해 매스 미디어를 통해 사회 현상과 대인 관계에 대한 마음가짐을 전달하고, 그 사회적 태도나 이데올로기를 은연중에 소기의 방향으로 바꾸어 가는 활동을 말한다. 이것을 의도적으로 행하는 것이 선전 광고로 매스 미디어로서는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이 중요하며, 비주얼 디자인도 그 역할을 지닌다.
싸이에 대한 전세계의 폭발적인 반응에 가장 큰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매스컴이었다는 것은 적어도 싸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점점 늘어나는 싸이의 동영상 조회수를 지켜 보았고, 9시 뉴스데스크에서까지 보도되는 그의 소식을 접하면서 이 싸이라는 문화(라고까지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가 단순히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이나 유학생들 사이에만 퍼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동시에 이런 현상이 과연 어디까지 뻗치고 있는지가 궁금해 졌고 유럽에 있는 한국 친구들뿐 아니라 독일, 터키 등 편하게 반응을 물을 수 있는 현지인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 보았다.
대답은 “What is PSY?”
이게 의외의 대답이었는지, 아니면 필자도 모르게 속으로 예상한 대답이었는지 사실은 아직 모르겠다. 아쉬움이었는지, 그럼 그렇지 싶은 마음이었는지 그 때의 기분을 정확히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필자의 짧은 인맥을 통한 개인적인 경험을 필요 이상으로 일반화 시킨 것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유행을 하면 마치 그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처럼 생각하는 우리 한국인의 태도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씁쓸한 순간이었다 할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사람들은 미국우월주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인들도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별 것 없는데 말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기발하다는 아이디어들도 사실은 그곳에 살고 있는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에게서 나온 것이 더 많고, 온갖 내로라 하는 대기업의 오너 역시 정작 미국인이 아닌 실정이다. 필자는, 이런 것에 대한 염두 없이 미국에서 나온 제품이나 문화를 무조건 숭상하는 행동들이 심히 불편한 것이다. 또한 이젠 그들마저도 아이디어가 고갈돼 옛스럽고 유치한 것들에 치중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시장을 크게 예의 주시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두번째로, 일반인들에게는 ‘노래’가 뜬 것처럼 보였으나 엄연히 따지고 보면 ‘춤’이 알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여느 외국인에게 “Do you know PSY?” 라고 물었을 때 그 곡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사람보다는 말 춤을 춰 보이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유행하는 음악을 들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바로 클럽이다. 싸이의 노래는 분명 미국 클럽에서 역시 대박을 쳤다. 음악이 좋아서? 아니, 필자는 감히 춤이 재미있어서 라고 말하고 싶다. 전 세계 음악 역사상 손에 꼽힐 수 있을 만한 위력을 지녔던 그 것, 이름하여 ‘말 춤’.
1990년대 중반 스페인 2인조 그룹 로스 델리오의 마카레나를 기억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여러 명이 모여 헤이, 마카레나! 한 마디와 함께 허리와 엉덩이를 흔드는 장면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춤이 재미있으니 대중들은 그것을 따라 했고, 덩달아 노래가 대 히트를 쳤다. 하지만 그 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 1년여의 반짝하는 활동 뒤에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미국그룹 빌리지 피플의 YMCA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음악은 사전적의미로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다.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라는 말에 좀 더 의미를 두어보자. 요즘 음악은 사실 이 의미에서 벗어 난지 오래다. 필자가 이 사실에 토를 달고자 함은 아니다. 무엇이든 세월이 지나면 변하게 마련이고, 싫던 좋던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 싸이 음악만 놓고 본다면 얘기가 달라 진다. 외국 유명 가수가 아닌 이상에야 무대에 서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뉴욕 타임스퀘어에서까지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싸이를, 이제 아마도 많은 이들이 롤 모델 삼아 답습하려 할 것이고 그에 따라 나타날 수 많은 증후군들을 필자는 우려하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성공적이었던 미국 진출을 한 싸이는 현재 미국에서 제일 hot한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저스틴 비버가 속한 기획사와 계약을 했다. 강남 스타일 이후 몇 곡의 음원을 더 만들어야 하는지 그의 정확한 계약 조건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쾌 상쾌 통쾌한 춤이 가미된 코믹한 스타일의 곡을 당분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바로 여기서! A4 용지 두 장이면 충분하다 했던 이 글의 분량을 훨씬 넘겨버릴 것이 분명함을 알면서도 필자가 목놓아 외치고 싶은 이 글의 목적을 서서히 밝힌다.
“Hangover” 이 전에 한 곡이 나왔었다. 그리고.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뭐였더라? 그래. “Gentleman”. 제목부터 너무나 미국적이어서 견딜 수 없는, 누가 봐도 미국 시장을 정조준 해서 만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고 제발 말해 주고만 싶은. 결과는 (전 앨범에 비하면) 참담했다.
싸이는 지금 로또를 맞았다. 미국으로서는 몇 달 동안 ?혹은 몇 년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쌓여만 가던 수백억 수천억의 행운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싸이라는 이름의 아시안에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본인 역시 그럴 것이다.
감히 필자가 일면식도 없는 싸이에게 한 마디를 하자면, 그를 우러러보며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어 라는 식의 (허황된, 이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희망을 가지고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Gang-nam style의 초 대박은 로또였음을 직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평범한 (물론 예전에도 그대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한국의 음악인 싸이로 돌아와 줬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또 누가 알겠나. 미국에서만큼은 아니어도 한국에서도 로또 당첨자는 계속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영웅 혹은 전설이 있었을까? 물론이다. 마침 한창 열기가 뜨거운 브라질 월드컵 시즌이니 차범근 씨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보태보려 한다.
한국 축구 역사로서는 말도 안 되는 시기에 당대 최고의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말이 필요 없는 레전드였고, 그 후로도 지치지 않고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만큼의 엄청난 업적을 꾸준히 쌓아온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전설 그 자체였다.
그러던 그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 팀이 16강전에서 네덜란드에 5:0으로 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독 직에서 물러났다. 자진사퇴라는 명목이 있었지만 사실은 (한 때는 그를 거의 모셔오다시피 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를 밖으로 내몬 꼴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영원한 영웅도 영원한 전설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능력 있는 엔터테이너가 한낮 한시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 사람 중 하나이다. 또한 가수 싸이가 다른 어떤 가수들보다도 영웅이나 전설의 시작이다 싶은 첫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운이 좋아서였든 실력이 좋아서였든 상관 없이 말이다. 그런 그가 앞으로도 계속 건재하길 바라고 있고 그래서 더욱 이 글이 쓰고 싶었다.
그와 필자가 언젠가 같이 음악을 하는 동료로서 술 한잔 하면서 각자의 음악도 들려주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순간이 온다면 꼭 이렇게 얘기하리라. 앞으로의 미국에서의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아니 변한 게 있다면 미국에서의 성공을 한 때의 즐거웠던 최고의 추억거리 정도로 생각하는 여유와 쿨함을 가진 모습으로 돌아와 준다면 가수 싸이는 영원히 우리에게 전설로 기억될 거라고.
언제 술 한잔 합시다 싸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