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영화 ‘졸라’, 힌디 여성에 가해지는 순장(殉葬) 악습 폭로
고대에 살아 있는 아내나 신하를 죽은 남편이나 임금과 함께 묻었다고 전해지는 ‘순장(殉葬)’. 순장이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네팔과 인도의 ‘상류층’에서 널리 시행됐다고 한다. 죽은 남편을 화장할 때 살아 있는 여러 명의 아내를 함께 불로 태운다. 죽어서 더 나은 내세의 삶을 맞게 하려는 것이 그 이유다. 여기엔 여성을 아기 낳는 기계나 일하는 기계로만 간주한 여성비하적 사고가 깔려 있다. 네팔식 순장을 주제로 제작된 영화 <졸라>가 지난 2월 네팔에서 개봉돼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관람객이 몰려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졸라>는 네팔어로 가방(bag)을 의미한다. 극본을 쓴 저명 작가 크리슈나 다라바시가 자신의 집에 있던 한 낡은 가방에서 익명으로 쓰여진 순장에 관련된 기록을 발견해 각본으로 탄생시켰다.
영화 <졸라>는 네팔의 어느 시골에 사는 70대 초반의 병든 노인과 20대 후반의 젊은 아내를 주인공으로 한다. 첫 아내와 사별한 노인(디파크 크셰트리 역)이 아내(가리마 팬트 역)와 함께 하는 시골 생활을 그리고 있다. 아내는 온갖 힘든 육체노동을 다 하면서 아이 하나를 키우던 중 남편이 죽었다. 야간에 진행된 화장 의식 동안 아내는 신부(新婦) 차림으로 남편의 시체가 불타는 가운데 자신의 몸을 태웠다. 화장 의식 동안 요란한 악기 소리가 아내의 비명소리를 덮어버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내가 야음을 틈타 슬그머니 도피해 버렸고 몇 년 후 아이는 정글의 동굴에서 엄마를 극적으로 만나 함께 시골을 벗어난다는 줄거리다. <졸라>는 네팔식 순장의 악습뿐만 아니라 네팔 사회·문화·경제 문제점들을 고발하고 있다. 흥행 성공에 고무된 작가 다라바시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4월13일 방미했다고 하니, 한국 시장에도 진출할 지 지켜볼 일이다. 영화는 네팔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