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호 ? 2013년 5월 29일





2013년 5월 29일 뉴스레터 제70호 – 국문


지난 1주일간 많은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습니다.

좋은 일, 나쁜 일, 궂은 일, 보람있는 일 등등…

5월22일 저녁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선 팔레스타인 출신의 의사 이젤딘 아부엘아이시(Izzeldin Abuelaish)와 국제분쟁전문가 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대담이 열렸습니다.

그가 작년에 낸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I Shall Not Hate) 한국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는 2009년 1월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때 세 딸과 조카를 잃고 현재는 다섯 명의 아이들과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달라 라나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젤딘은 어처구니없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세 딸을 잃기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경계 양쪽에 있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였습니다. 세 딸을 잃은 팔레스타인 의사는 미움과 앙갚음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합니다. 중상을 당한 다른 딸과 동생의 목숨부터 구하기 위해 가해자 국가의 친구한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 요청은 도움의 손길로 이어졌고, 마침내 휴전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젤딘은 포탄에 희생된 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일은 증오라는 병을 치유하는 평화의 응징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는 1955년 가자의 난민캠프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영국 런던대와 이스라엘 소로카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하버드대에선 공중보건의 석사과정을 밟고 귀국해 텔아비브에 있는 셰바병원의 거트너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딸들이 마지막 희생자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를 만난 후 이메일을 보냈더니 이런 답을 보내왔습니다.

Dear Mr Lee

Thank you so much for your email and kind message. It was my great honor to have met you and other people who came with big heart and mind to learn.

Thank you from all of my heart for all your efforts to spread the message of I Shall Not Hate and be part of it. This is the way we can make a difference and inspire people to take responsibility. When we all come together, and each to do his or her part, the world can be the one we want.

All my best wishes


Izzeldin

그는 7월 세 딸의 묘를 찾기 위해 고국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의 뼈아픈 희생과 존경스런 용서와 화해정신이 평화로 승화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어제(28일) 한반도의 한가운데 위치한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창립 1주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사진기자로 30년 이상 현장을 누비던 고명진 아시아기자협회 감사가 2년 반 전 서울을 떠나 이곳의 조그만 폐교를 박물관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곳에선 취재사진과 기사원고, 카메라, 기자증명서 등 기자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습니다.

개관 1년을 맞아 고 관장과 주민들은 박물관 한켠에 있던 버섯 재배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영화관으로 만들었습니다. 인구 4만 명의 시골도시에 영화관이 처음 생긴 것입니다. 이름은 영농조합법인 ‘뱃말이야기 마을영화관’, 이름도 참 예쁩니다. 낮에는 뻐꾸기 소리, 밤엔 소쩍새 우는 이곳에서 주민들과 길손들이 오순도순 영화도 보고 삶은 감자도 나누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합니다.

기념식 내내 ‘영원한 사진기자’ 고명진은 무거운 사진기를 어깨에 메고 촬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박선규 영월군수의 지혜롭고 정성 어린 지원이 영월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덕명 영농조합장, 우홍명 한반도면 광전2리 이장, 조규원 영월군의원, 김성달 영월군농촌관관협의회 회장 등 군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고 관장은 말합니다.

작년 개관식에 참석한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300리 길 마다치 않고 달려와 “미동초등학교 동창이자 50년 친구인 고명진 관장이 너무 자랑스럽고, 나도 닮고 싶다”고 축하 말을 했습니다.

아시아기자협회와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은 박물관 입구에 취재 중 순직한 아시아 각국의 기자들을 추모하는 조그만 기념물을 세울 계획입니다. 인권과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숨져간 기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늦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25일 <강원도민일보>는 고명진 관장에 관한 뉴스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잘나가던 사진기자 생활 접고 밭일하는 악바리 농민 됐어요”란 제목 아래 ‘2011년 2월 영월로 귀촌 밤늦도록 유기농 천착/ 마을주민 소통 카페 만들고 영농조합 설립 수익창출 도모/ AP 선정 20세기 100대 사진 ‘아! 나의 조국’ 전시도’ 부제를 달았습니다.

영월에 주재하는 방기준 기사가 쓴 기사의 몇 대목을 소개합니다.

“그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일보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전국을 다 누볐다. 이 가운데에서 그를 단연 돋보이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87년. 당시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난 가운데 부산 문현로터리 평화대행진 현장에서 상의를 벗은 한 청년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달리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아! 나의 조국’이란 제목이 붙은 이 사진은 1999년 AP 선정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포함되면서 유명세를 탔고 중학교 사회 교과서 수록으로 이어졌다.”

“이방인(異邦人)입장인 만큼 마을 주민과의 동화(同和)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뱃말이야기’카페를 만들어 주민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해 이제는 마을 이모저모와 대소사를 확인할 수 있는 어엿한 우체통 역할을 한다. (중략) 박물관에도 꾸준하게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물관 입구 야외전시장에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을 지킨 사진기자의 정신으로 채워졌다. 쓰나미 사태를 맞은 일본 국민의 모습과 우면산 산사태, 4·19 현장,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등 특종사진 120여 점이 눈길을 끈다.”

제 기억으로는 한국언론사에서 타사 출신 기자의 이야기를 1면 톱기사로 이렇게 다룬 것은 없었습니다. 기삿거리가 된다면 그것이 타 언론사의 인물이나 뉴스라도 독자들 입장에서 전달하는 것, 그것은 용기 이전에 상식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원도민일보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육사에서 불미스런 일이 또다시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25년 전 육사교장을 지내신 민병돈 장군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육사 생도대장과 훈육관 등 관계관들은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됩니다. 만일 내가 교장이라면 나 역시 그럴 겁니다. 육사에 여생도를 입학시킨 이래 용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질 건 책임지고 개선해 가는 게 중요하지요. 1970년 중반 월남전에서 철수한 미군에서도 군기사고가 빈번했습니다. 웨스트포인트와 해군사관학교에서도 집단 커닝사건이 빈발하고, 육사에선 생도가 교수부인을 강간하는 사고까지 일어났지요. 웨스트포인트 교장은 중장이 보직을 맡는데 당시 육군 중장 중에선 적임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비역 중에서 찾았는데, 나토군사령관을 지낸 굿 패스터 예비역 대장이었습니다. 그는 1계급 강등해 중장으로 현역 복귀해 교장을 맡았습니다. 그 후 5년간 웨스트포인트 개혁에 몸을 바쳤습니다. 교장직을 물러날 때 다시 대장 계급을 되찾았지요.”

이런 장군, 대한민국에도 찾으면 많이 계실 겁니다. 나라의 소중함을 특히 생각하게 하는 6월이 바로 코앞에 다가옵니다.

오늘은 편지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13년 5월29일
The AsiaN 발행인 겸 대표이사 이상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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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2013년 5월2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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