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오늘의 시] ‘은방울 꽃 하나가’ 백승훈

    입춘 지나 우수가 코앞인데 봄 눈 내리고 뺨을 스치는 바람이 차다 코로나 역병 때문에 마스크에 꽁꽁 갇힌 채 두 번이나 꽃 향기 없는 봄을 보낸 탓일까 눈을 하얗게 이고 선 북한산 바라보면 저 산 어디쯤에서 마주쳤던 어느 봄 날의 은방울꽃이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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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적요寂寥’ 최도선

    툇돌 위 가지런한 흰 고무신 두 켤레 노스님 묵주기도 동자승 조는 염불 산 너머 넘어온 가을볕 마당 가에 설핏하다. 귀양살이 배롱나무 외피가 근질근질 산비둘기 구구 울음 깨어나는 산중 고요 동자승 찻물 끓이러 가는가 신발 끄는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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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정월正月 언 가지에’ 박노해

    정월 빈 가지에 바람이 운다 이 밤에 나는 아직 울지도 못했는데 정월 흰 가지에 바람이 운다 이 아침 나는 아직 울지도 못했는데 멀리서 눈이 오는 소리 눈보라처럼 진실이 몰아쳐오는 소리 정월 언 가지에 바람이 울 때 울지도 못한 가슴들아 빈 가지 같은 손길들아 발길도 얼은 사람들아 언 가지마다 꽃이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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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깐부’ 외국친구에 최고 선물, 민병철의 <오징어게임>

    ‘선플운동’을 최초로 창안하여 SNS 공간에 긍정에너지를 충전·확산시키고 있는 민병철 교수(중앙대 석좌교수)가 이번엔 한국의 전통 게임과 문화, 그리고 관습·행동양식을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한 책을 냈다. 제목은 <Land of Squid Game> (BCM 간행). ‘Korean Games, Culture & Behavior’를 부제로 단 이 책은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며, 한국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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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대 충북대 재직 시절과 곽충구 교수의 추억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직장이나 모임 등 어떤 조직생활을 하게 마련이다.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십 명 군집 속에서 지내노라면 별별 유형을 두루 만나게 되어있다. 기질과 심성이 비슷해서 곧바로 소통이 되는 유형, 동일계열이 아니어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유형, 그저 그렇고 그런 무덤덤한 유형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대개 짧은 시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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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곳에 가고 싶다] 봄의 길목 ‘청량사’

    몇 년 만에 청랑사에 올랐다 눈 내린 산사에 수만 개 별빛이 흐르는 밤이다 수십 계단 올라 계단이 끝나는 곳에 푸른 소나무 한 그루 서서 소의 눈을 하고 뻐끔뻐끔 인사를 한다. 유리보전 안 약사여래는 닥종이가 아니고 수십 겹 붙이고 붙인 비단이래 워낭소리 노부부는 죽었는지 소식이 없다고 말을 하다 말고 우수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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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우리동네 양서방’ 우기복

    우리동네 양서방 아드 이냐. 따 이냐 두근반 세근 반 아들 이냐. 딸 이냐 두근반 두근반 햇살좋은 아침 아이 기다리는 양서방의 똥줄이 타네. 삽작에 동아줄 엮어 누리고 붉은 고추 껌정숯 몇 개 걸었으니 아들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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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朴 正 萬’ 정호승

    내 무덤 위로 푸른 하늘이 잠시 머무르게 해다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내 무덤이 평평해질 때까지 누가 제비붓꽃 한 송이 피어나게 해다오 내 무덤 앞으로 난 길도 없는 길을 걷다가 뜻밖에 저녁 노을이 질 때 누가 잠시 발길을 돌려 작은 나무십자가 하나를 세워다오 밤바람이 흘러가는 곳으로 새벽별들이 스러지면 또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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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새날을 맞는 기도’ 최명숙

    눈 속을 걸어온 당신의 미소가 온 누리에 사랑의 빛으로 빛나는 새날의 아침입니다. 당신의 혜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의 눈을 더욱 초롱하게 하고 당신의 지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어디서든 고요를 간직하게 하며 당신의 따뜻한 눈빛과 손이 가슴이 시린 사람들에게 항상 머물게 하소서. 당신이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것들을 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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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입춘, 찬 바람도 봄이다’ 홍사성

    앙상한 나뭇가지 끝 생바람 지나가는 풍경 차갑다 벌레 한 마리 울지 않는 침묵의 시간 물소리도 오그라든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참고 더 기다려야 한다는 듯 햇살 쏟아지는 한낮 지붕 위 헌눈 녹는 소리 가볍다 빈 들판 헛기침하며 건너오는 당신 반가워 문열어보니 방금 도착한 편지처럼 찬바람도 봄이다 애 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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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인고'(忍苦) 홍사성

    우둠지 영하 추위에도 하늘 향해 가지 뻗은 우둠지 새봄 오면 이파리 틔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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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정靜한 마음으로’ 박노해 “오늘부터 내가 먼저”

    새해 새날 아침에 정靜한 마음으로 쓴다 오늘부터 내가 먼저 내가 먼저 달라지기 내가 먼저 인사하기 내가 먼저 손내밀기 내가 먼저 들어주기 내가 먼저 고와지기 내가 먼저 살아내기 내가 먼저 내가 되기 시작은 내가 먼저 변화는 내가 먼저 끝까지 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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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설’ 김영관 “정돈할 시간을 받았네”

    까치 설은 어제 우리 설은 오늘 새배돈 받는 즐거움은 어제 새배돈 얼마줘야 하나 고민하는 오늘 새배돈에 맛난음식 배부름에 방긋 웃던 어제 새배돈 준비에 명절음식 준비에 바쁜 오늘 어제 오늘 다같은 설 새배돈으로 나이를 추억을 세월을 내일로 나갈 수 있는 지혜를 휴식을 제 정돈할 시간을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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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대추나무 이파리는 반짝이고’ 최도선

    끼니가 떨어진 지 오래다 방아쇠를 당겨야 할 텐데 대낮에도 가위눌린 듯 손끝은 꼼짝도 않는다 달포 가까이 참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허기진 식구들은 이 사냥질을 버리라고 한다 이상하다 이 산속에 짐승들이 왜 이리 눈에 뜨이지 않을까?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새들은 푸드덕 하늘 높이 날았다 요즘 와서 한 발도 내딛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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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겨울 산책’ 박노해

    아찌, 왜 입에서 하얀 게 나와? 음 겨울엔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지니까 근데 왜 어깨를 웅크리는 거야? 자기 안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느라고 그럼 왜 손을 꼬옥 잡아? 얼지 말라고 서로 온기를 나누는 거야 겨울밤엔 왜 별이 더 반짝반짝 빛나? 춥고 어두울수록 더 그리워서 오래 바라보니까 아찌… 근데… 왜 눈물이 나?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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