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밥보다 몇배 더 중요한 것
탑골공원 뒷골목 노인과 노숙자들이 모여드는 곳에서 법무장관이 밥을 푸고 전 대법관이 카레를 얹어 주는 모습의 사진이 기사와 함께 나오고 있다. 2024년 9월 29일 아침 조선닷컴의 내용이다. 장관은 혼자 지하철을 타고 무료급식소로 오고 대법관은 15년 전쯤부터 매달 한 번씩 와서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선거 때 기자들을 불러 사진을 찍는…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남의 죄’ 대신 빌어주는 숭고함에 대하여
혼자 동해안을 여행하던 친구가 찾아왔다. 중고등학교 동기였다. 중학교 시절 그를 처음 봤을 때 마치 탱크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유별나게 덩치가 크고 주먹이 세 보였다. 싸움으로 그를 이길 아이가 없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 고등학생 대항 태권도 대회가 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그가 선수로 출전했다. 상대방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그의 펀치력이 무서웠다. 요즈음…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노년에 다가온 친구…”하나님의 선물일 터”
그제 저녁 서초동 이면도로의 빌딩 지하에 있는 국수집에서 고등학교 선배를 만났다. 그를 보기 위해 동해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고교 시절 문예반 대표인 그는 이미 문단에서 기성작가 같은 위치에 있던 것 같다. 카리스마가 대단했다고 할까. 그의 고교동기인 천재 소설가 이인성 같이 될 걸로 믿었다. 20년 전쯤의 일이다. 그가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시대의 의인’ 장기표 선생을 떠나보내며
장기표 선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이다. 다만 막연히 훌륭한 분인 걸로 안다. 얼마 전 그에게 암이라는 하늘의 초청장이 갑자기 도달했다. 초청장을 받고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당혹스럽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자연의…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길고양이들의 안식처 ‘포구식당’
어제(9월 21일) 이곳 동해엔 가을을 예고하는 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렸다. 바다가 보이는 유리창에 가득 매달린 물방울들이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다. 흥건하게 물에 젖은 해안로를 이따금씩 차들이 달리고 있다. 방안에는 잔잔하고 묵직한 첼로 연주가 너울을 일으키면서 퍼지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고즈넉하고 평안한 느낌이 든다. 바닷가에 와서 산 지…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작지만 따뜻한 시골교회
인천에서 뱃길로 한 시간 떨어져 있는 육도라는 작은 섬에 간 적이 있다. 몇 가구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는 그곳에도 작은 시골교회가 있었다. 일요일 저녁 예배 시간이었다. 예배당으로 갔다. 얇은 유리가 끼어진 알미늄 샷슈 문 앞콘크리트 바닥에 비닐 슬리퍼 세 개가 놓여있었다. 조심스럽에 문을 열었다. 나이 든 할머니 세 분…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병(病)도 그분이 보내는 메시지”
느릿느릿 걸으면서 오후의 해파랑길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쇳소리가 나는 거센 숨소리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까 커다란 안경을 쓴 아이가 지쳐 보이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할아버지, 여기서 감추사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려요?” 감추사는 파도가 들이치는 검은 바위 위에 세워진 동해안의 외딴곳에 있는 절이었다. 천년 전 백화병에 걸린 신라의 공주가 와서 기도하고…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김문수 장관이 바른말을 한다는 생각이다. 나도 친일파라서 그럴까”
국회에서 한 의원이 김문수 노동부 장관을 앞에 불러세우고 물었다. “일제시대 한국인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김문수 장관의 말 한마디가 많은 민주당의원들의 공격하는 표적이 되어 있었다. 장관은 뉴라이트 친일파로 몰리고 있었다. 그걸 아는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되물었다. “일제시대 살았던 의원님 아버지 어머니 국적은 어디였습니까?” “우리 부모님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었고 상해임시정부였습니다.” “나라가…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인간을 만드는 거푸집…”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본을 보이는 것”
추석연휴를 맞아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인 열두살 짜리 아들을 데리고 동해 바닷가 나의 집으로 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는 공부 때문에 바빠서 못 온다고 했다. 내가 첫 정을 흠뻑 들인 손녀였다. 동해 바다를 보면서 딸은 이제야 푸근한 친정을 가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동안 지방 도시에 친정집이 있는 여자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어제는 가족을 데리고…
더 읽기 » -
사회
[엄상익 칼럼] “의사란 전문직을 다시 생각해 본다”
2005년 1월 22일경이었다. 나는 LA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배 안에 있었다. 배의 둥근 현창을 통해 태평양의 넘실거리는 검은 파도가 보였다. 언덕 만한 파도는 불쑥 솟았다가 어느 순간 내려앉곤 했다. 배는 거센 파도를 능숙하게 올라타며 바다를 미끄러져 나가고 있었다. 그 배에서 나는 60대 후반쯤 되는 두 명의 의사를 만났다. 한 명은 공산권인…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나만의 색깔 가진 노년, 괜찮지 않은가?”
몇 년 전 동해역이 배경 중 하나인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동해역에서 기차를 탄 주인공 눈을 통해 보인 스산한 겨울바다가 묘사되어 있다. 날이 선 시퍼런 겨울바다 위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물결이 차다고 했다. 적막하고 고독한 그 광경의 애수가 내 가슴 속으로 시리게 스며들었다. 어떤 글을 읽고 실제로 그 장소에 가서…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이왕 세상 무대에 던져졌다면…
산책을 하다가 수평선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의 벤치에 앉았다. 나는 매일 시간과 보는 높이를 달리해 바다를 감상한다. 해변가 데크에서 걸을 때 보이는 바다는 미술관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속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아름답다. 철썩이며 다가오는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모래사장을 걷다가 몸을 돌려 마주보는 바다는 또 다르다. 충만한 바다가 내 가슴속으로…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의 시선] 가수 김세환님 부부께 드리는 감사인사
바닷가에 한차례 비가 뿌렸다. 비 온 뒤의 고즈넉한 저녁 분위기가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밥을 먹기 위해 뒷골목의 찌개집으로 들어섰다. 칠십대초쯤의 여성 혼자서 꾸려가는 자그마한 식당이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로 메뉴가 간단했다.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끓인 김치찌개의 진한 국물에서 깊은 맛이 났다. 식당 주인이 밑반찬을 가지고 와서 식탁 위에 놓고 갈 때였다.…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검사와 장관…2009년 광우병 괴담 조사실 ‘현장’
변호사를 하면서 나는 조사를 받는데 입회를 많이 했다. 검찰에 불려가 여러 시간 동안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한 내용들이 사실관계의 주춧돌이 된다. 그런 것들이 역사가 되기도 했다. 과거 재판 기록을 들추어 보면 애국지사나 민주투사들의 절규가 담긴 많은 조서들이 있다. 변호사인 나는 조사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증인이 되어주는 게 업무이기도 했다. 2009년…
더 읽기 » -
동아시아
[엄상익 칼럼] ‘광우병 사태’ 당시 검찰 단면…”사냥개는 여우를 잡지 못했다”
변호사를 하면 우연히 역사적인 사건의 한 부분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수가 있다. 아주 작은 퍼즐 조각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그 사건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완성을 위한 귀중한 부분일 것이다. 그 기억이 사위어지거나 바래지면서 시간 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의 변호사 수첩에는 광우병 사태 당시…
더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