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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시선] 20년 전 고려대 법대 망년모임이 불쑥 떠올랐다
20년 전 내 주변과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오십대 무렵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고려대학 법대 동창들이 한해를 마무리 하는 망년 모임이 있었다. 한 사람씩 간단히 사는 근황을 얘기하고 남은 세월의 꿈을 말하기로 했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친구부터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들어간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줄곧 법무팀에서만 일했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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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도인같은 목사 김흥호 “천당 가서 낮잠 자지 않을 거야”
2007년 9월경이었다. 어둠침침한 강당에서 사람들이 모여 도인(道人)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는 조용헌씨는 그를 도인이라고 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도인은 얼굴이 하얀 여든여덟 살의 자그마한 노인이었다. 그는 유 불 선 기독교의 경전을 12년을 읽어나갔다고 했다. 그가 젊은 시절 번역한 <대학>(大學)에 대해 다석 류영모 선생은 그가 번역하기는 했지만 하나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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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이재명 재판부…”공정하게 재판해 나쁜 놈들한테 나쁜 놈 소리 듣길”
현직 법원장인 친구와 함께 동양철학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다. 우리는 둘다 크리스천이다. 강의가 끝나고 근처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눌 때였다. “동양에 노장 철학같은 귀중한 진리가 많은 것 같아. 얼마 전 교회에서 동양철학 얘기를 했더니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정색들을 하더라구. 착실하고 믿음이 깊은 사람들인데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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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시선] 어느 도박꾼 아내의 속 깊은 남편 이야기
겨울바람이 부는 구치소 앞 광장은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해가 지면서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높은 담 아래 붙어있는 작은 철문 쪽으로 몇몇 사람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변호사인 나는 이따금씩 내가 사건을 맡았던 인물들의 석방 장면을 보러 갔다. 감옥에 있을 때 누가 면회를 갔는지 그리고 석방될 때 누가 그를 맞이하러 왔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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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지금은 ‘돈 귀신 종교’ 시대
며칠 전 저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단골 중국음식점으로 갔다. 외환은행을 퇴직했다는 남자가 경영하고 있다. 금융위기 시절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노조위원장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긋지긋하게 검찰과 법원에 불려다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이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미국이 돈 귀신을 섬기는 종교의 성지고 각종 펀드는 돈 귀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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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국정원 돈’ 뇌물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뇌물사건을 다루는 법정에서 나는 변호인이었다. 나는 다른 정부기관의 예산이 청와대로 전용된 것이 뇌물이 아님을 지금도 확신한다. 나는 담당 재판장에게 정말 바르게 재판을 하라고 경고했다. 정치적인 재판에 대해 나중에 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을 뒤흔들었던 살인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이 복역 50년만의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를 봤다. 여든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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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의대에서 뭘 가르칩니까?”
한 젊은 의사가 탄광촌 의무실에 취직했다. 그는 의대 동기생 사이에서는 가장 형편없는 직장에 가게 된 셈이다. 동기들 중에는 교수를 바라보고 대학에 남은 경우도 있고 도시에서 의원 개업을 하기도 했다. 그가 탄광촌에 간지 얼마되지 않아 낙반 사고가 일어났다. 지하갱도가 무너진 것이다. 급한 연락이 왔다. 광부 한 명이 바위에 발이 깔려 나오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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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시선] 밥보다 몇배 더 중요한 것
탑골공원 뒷골목 노인과 노숙자들이 모여드는 곳에서 법무장관이 밥을 푸고 전 대법관이 카레를 얹어 주는 모습의 사진이 기사와 함께 나오고 있다. 2024년 9월 29일 아침 조선닷컴의 내용이다. 장관은 혼자 지하철을 타고 무료급식소로 오고 대법관은 15년 전쯤부터 매달 한 번씩 와서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선거 때 기자들을 불러 사진을 찍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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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남의 죄’ 대신 빌어주는 숭고함에 대하여
혼자 동해안을 여행하던 친구가 찾아왔다. 중고등학교 동기였다. 중학교 시절 그를 처음 봤을 때 마치 탱크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유별나게 덩치가 크고 주먹이 세 보였다. 싸움으로 그를 이길 아이가 없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 고등학생 대항 태권도 대회가 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그가 선수로 출전했다. 상대방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그의 펀치력이 무서웠다.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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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노년에 다가온 친구…”하나님의 선물일 터”
그제 저녁 서초동 이면도로의 빌딩 지하에 있는 국수집에서 고등학교 선배를 만났다. 그를 보기 위해 동해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고교 시절 문예반 대표인 그는 이미 문단에서 기성작가 같은 위치에 있던 것 같다. 카리스마가 대단했다고 할까. 그의 고교동기인 천재 소설가 이인성 같이 될 걸로 믿었다. 20년 전쯤의 일이다. 그가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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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시대의 의인’ 장기표 선생을 떠나보내며
장기표 선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이다. 다만 막연히 훌륭한 분인 걸로 안다. 얼마 전 그에게 암이라는 하늘의 초청장이 갑자기 도달했다. 초청장을 받고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당혹스럽지만 살 만큼 살았고 할 만큼 했으며 또 이룰 만큼 이루었으니 아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자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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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시선] 길고양이들의 안식처 ‘포구식당’
어제(9월 21일) 이곳 동해엔 가을을 예고하는 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렸다. 바다가 보이는 유리창에 가득 매달린 물방울들이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다. 흥건하게 물에 젖은 해안로를 이따금씩 차들이 달리고 있다. 방안에는 잔잔하고 묵직한 첼로 연주가 너울을 일으키면서 퍼지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고즈넉하고 평안한 느낌이 든다. 바닷가에 와서 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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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시선] 작지만 따뜻한 시골교회
인천에서 뱃길로 한 시간 떨어져 있는 육도라는 작은 섬에 간 적이 있다. 몇 가구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는 그곳에도 작은 시골교회가 있었다. 일요일 저녁 예배 시간이었다. 예배당으로 갔다. 얇은 유리가 끼어진 알미늄 샷슈 문 앞콘크리트 바닥에 비닐 슬리퍼 세 개가 놓여있었다. 조심스럽에 문을 열었다. 나이 든 할머니 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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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의 시선] “병(病)도 그분이 보내는 메시지”
느릿느릿 걸으면서 오후의 해파랑길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쇳소리가 나는 거센 숨소리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까 커다란 안경을 쓴 아이가 지쳐 보이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할아버지, 여기서 감추사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려요?” 감추사는 파도가 들이치는 검은 바위 위에 세워진 동해안의 외딴곳에 있는 절이었다. 천년 전 백화병에 걸린 신라의 공주가 와서 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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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칼럼] “김문수 장관이 바른말을 한다는 생각이다. 나도 친일파라서 그럴까”
국회에서 한 의원이 김문수 노동부 장관을 앞에 불러세우고 물었다. “일제시대 한국인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김문수 장관의 말 한마디가 많은 민주당의원들의 공격하는 표적이 되어 있었다. 장관은 뉴라이트 친일파로 몰리고 있었다. 그걸 아는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되물었다. “일제시대 살았던 의원님 아버지 어머니 국적은 어디였습니까?” “우리 부모님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었고 상해임시정부였습니다.” “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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