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⑧] 묻고 또 물어 이치를 깨닫다
독공은 여러 법제의 소리를 성실하게 익힌 뒤, 깊은 산중이나 혼자만의 한적한 공부 장소를 찾아 배운 소리를 더 자세히 다듬는 일이다. 더 나아가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정감이나 뜻을 발견하고, 그러한 것을 소리에 덧붙여 자기만의 덧음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독공은 성실함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격물치지(格物致知)하는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 소리만 쳐다보고…
더 읽기 » -
칼럼
[배일동의 소리 집중⑦] 수련 끝에 목이 활짝 트이다
“치곡(致曲)과 불식(不息)의 공이 득음의 명약” 바위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내 목이 트이면서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바위가 떨어진 게 조짐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이 포근하게 내리던 어느 겨울날 오후 점심을 먹은 뒤 천천히 목을 풀고 기운을 써가며 소리를 해나가는데, 갑자기 뻑뻑한 목청이 툭 트이면서 마치 폭포수가 쏟아지듯…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격물’···진실과 진리를 캐묻다
격물(格物)은 단순한 인식에 머무르는 공부 방식이 아니라 물리적인 속성을 완벽하게 알아내는 공부 방식이다. 격(格)이란 사물이나 일의 격식이고 성격이고 품격이며 조격이고 격조다. 단순하게 책을 통해서 격을 파악한 것은 수박겉핥기 식의 앎에 불과한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을 세울 때 얼마나 많은 논의와 증험(證驗)을 통해서 정립해 나가던가. 그러한 것이 진정한 물리학자이고 철학자다. 책을…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⑥] 꼿꼿이 서서 하루 8시간씩 5년간…
운수암의 체험 덕분에 이젠 산중이 낯설지 않고 내 집 같았다. 공부 방법은 운수암 시절과 같았으나 숙식은 한결 좋았다. 소리를 하려면 먹는 것도 중요하다. 채식만 하면 몸이 부실해져서 강도 높은 수련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다. 달궁에서는 묵었던 집 주인 이순봉씨 부부의 인심 덕택으로 간간이 기름진 음식도 포식했다. 산사에서는 모든 게 단출했지만, 달궁은…
더 읽기 » -
칼럼
[배일동의 소리 집중⑤] 스승의 지도는 분명 옳았으나
산중에는 도 닦는 이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구도의 열정이 같은 터라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운수암 건너편에 북암이 있었는데, 그 암자에는 전통 무예인 기천무를 수련하는 도인이 기거해 서로 왕래하며 공부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호흡이 무엇인지, 기의 소통과 행공(行功) 등이 무엇인지 서로 묻고 알아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러모로 공부가…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④] 소리의 힘과 뜻이 균형을 이루다
운수암에서 2년을 공부하다가, 이제는 폭포로 가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있는 지리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알아본 바로는 뱀사골쪽 달궁이 여러모로 지내기 합당하여, 그길로 짐을 싸서 달궁으로 처소를 옮겼다. 조계산이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처녀 같은 산이라면, 지리산은 웅장한 기세가 마치 튼튼한 장년의 기골 같아서 보자마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짐을 옮겨온 그날 밤,…
더 읽기 » -
사회
배일동 명창의 쓴소리 “실속 없는 교육프로그램에 내모는 대학”
예전 선비들의 대학지도(大學之道)를 보자! 재명명덕(在明明德)하고 재친민(在親民)하여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이라 하잖던가. 밝은 덕을 더 밝게 닦고, 그 밝은 덕으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어 덕을 더욱 빛나게 하고, 마침내 지극한 선에 머무르고자 하는 뜻에서 큰 학문을 한다고 했다. 그런 큰 뜻까지야 못 미칠지언정 자신이 하는 예술의 정신이라도 깨치게 하는 대학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②] 아플 새가 없었다
6개월 정도 공부를 하니 목에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날이면 날마다 질러대는 바람에 늘 잠겨서 쉰 목이었으나, 6개월 정도 지나자 쉰 목에서 실 같은 소리가 간신히 비집고 나왔다. 새벽 4시부터 두 시간쯤 목 풀고, 아침을 먹은 뒤 8시에 다시 초막으로 가서 공부하고, 12시쯤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 그리고 오후…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독공獨功’과 ‘득음得音’
득음 경지에 오르려 소리를 갈고닦다 이동백 명창의 공부담에서 본 것처럼, 예전 명창들은 매우 이른 나이에 독공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 나이 열아홉, 스무 살이면 고3이나 대학 초년생쯤 된다. 그 나이에 요즘 소리꾼들은 고등학교나 대학으로 소리 공부를 가지만, 예전 명창들은 이동백 명창처럼 폭포나 산중으로 소리 공부를 갔다.…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③] 껍질 하나하나 벗겨내야 찰진 씨알 만나듯
예술에서의 깨달음은 심수(心手)가 상응(相應)한 것이다. 몇 겹으로 포개진 옥수수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어야 찰진 씨알들을 만나듯이, 절차탁마의 노고를 거쳐야 마침내 빛나는 성음을 얻을 수 있다. 노화순청(爐火純靑)은 옛날 도사들이 단약(丹藥)을 만들 때, 화로 안의 불꽃이 순청색으로 나올 때까지 연단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학문이나 예술 등이 완숙한 경지에 이른 것을 비유할 때 쓴다.…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①]?”잠들기 전 두 시간은 독서를 했다”
나는 처음부터 산 공부 장소를 폭포로 택하지 않았다. 선암사 운수암으로 가기 전에 시험 삼아 지리산 고기리에 있는 폭포에서 한 달 정도 공부했는데 공력이 약해 기가 센 폭포에서 오래 머무르며 공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운수암에서는 일부러 기세가 평범한 개울로 정했다. 선암사에서는 그야말로 끼니도 잊고 소리에 몰두했다. 잠자는 시간 네…
더 읽기 » -
사회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지극한 예술은 피눈물의 산물”
독공하면서 정말 무서운 것은 게으름이고,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헛된 망상이다. 이동백 명창은 소리하는 틈틈이 독서를 즐겼다고 한다. 그냥 심심파적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여러 매체들과 나눈 인터뷰에서도 누누이 말한 바 있다. 소리란 것이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라 음양오행의 질서로 행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마도 그러한 학문에 관계된 책을 읽었지 않나…
더 읽기 » -
사회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재주없는 필부에게 3년 공부는 새발의 피였다”
벼랑 끝에 자신을 세우다 2 섣부른 어릿광대는 서너 푼의 재주로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 설쳐대지만, 먼 앞날을 생각하며 소리를 공부하는 악공은 함부로 나대지 않고 자신의 예술을 더욱 세련되게 연마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래서 소리꾼들은 산 공부를 즐긴다. 어쩌다 방학 때 선생을 따라 잠깐 산에 다녀온 것은 유람이고 피서이지 진정한…
더 읽기 » -
동아시아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독공獨功’···벼랑 끝에 자신을 세우다
독공은 독선…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독공(獨功)이란 소리꾼이 선생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더욱 정밀하고 자세하게 닦고, 더 나아가 자기만의 독특한 덧음을 만든다. 덧음이란 소리꾼이 기존에 전승되어온 사설과 음악 등에 새롭게 짜 넣은 판소리 대목을 말한다. 특정 소리꾼이 다른 소리꾼보다 월등히 잘 부르는 대목을 지칭하기도 한다. 더늠이라고도 부른다. 즉 독공은 덧음을 만들기 위해…
더 읽기 » -
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