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세 어린이부터 87세 노인까지…세대를 잇는 생활체육
시각장애인·휠체어 이용자도 같은 과녁 향해 경기
2006년 출발 2021년 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 인정단체
한궁,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생활체육 어떻게 키울까
2006년 한국에서 시작된 생활체육 한궁이 올해 20년을 맞았다. 국회에는 박수현 현 충남지사가 국회의원 재직 당시인 2026년 2월 대표발의한 ‘한궁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한궁 진흥 기본계획과 지도자 양성, 학생·노인·장애인 프로그램, 연구개발과 국제교류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아시아엔>은 한궁이 지난 20년 동안 생활체육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건강효과는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별도의 진흥법은 왜 필요한지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8월 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한궁 탄생 20주년 기념식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성과 발표가 아니었다. 한 종목을 20년 동안 이어온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노인체육 관계자와 장애인체육인, 지역 지도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에서 130여명이 참석했다.

그날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한궁은 왜 지금 다시 봐야 하는가.
한궁은 2006년 허광이 만들었다. 전통놀이 투호와 국궁, 양궁 등의 요소를 결합하고 전자식 과녁과 핀을 이용해 점수를 계산하도록 고안했다. 허광은 한궁 20주년 행사에서 2006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활체육을 만들겠다”는 뜻을 세웠다고 회고했다.
새로운 스포츠 종목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사람들이 실제로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궁은 후자에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대한한궁협회는 2009년 설립됐다. 2010년부터 대한노인회장기 전국한궁대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노인 생활체육 현장이 중요한 보급 기반이 됐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처럼 큰 경기장이 없어도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다는 점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2021년 10월 대한한궁협회는 대한체육회 인정단체 가입 승인을 받았다. 당시 협회가 공개한 규모는 한궁 참여자 약 100만명, 심판·지도자 1만4000여명, 연간 대회 약 400회였다. 같은 해 12월 대한장애인한궁연맹도 대한장애인체육회 인정단체로 가입했다. 현재 협회 측이 제시하는 참여자와 지도자 규모는 당시보다 늘었지만, 최신 수치는 산출근거와 함께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궁을 다시 보게 하는 대목은 숫자보다 참여자의 폭이다. 2024년 11월 서울 삼육대학교에서 열린 ‘세대공감 한궁대회’에는 4세 어린이부터 87세 노인까지 참가했다. 한 경기장 안에서 어린이와 부모 세대, 노인이 같은 방식으로 과녁을 향했다. 전문선수가 아닌 가족과 일반 시민이 함께할 수 있다는 생활체육의 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인들의 한궁은 이미 지역 현장에서 낯설지 않다. 올해 3월 강원 횡성에서는 31개 경로당 선수단과 지역 노인 400여명이 참가한 어르신 한궁대회가 열렸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경로당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한궁 장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생활체육이 중앙의 거대한 정책보다 지역 복지관과 경로당에서 먼저 자리잡는 과정이다.
장애인 체육에서는 한궁의 또 다른 가능성이 드러난다.

2023년 경기도 시각장애인 한궁대회에서는 전맹부와 저시력부 경기가 진행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지원 전자한궁 장비와 거리 구분 장치를 활용했다. 경기에는 경기도 각 지역 선수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장애 여부가 경기 참여 자체를 막지 않도록 장비와 규칙을 조정한 것이다.
대구에서 열린 영남권 어울림 한궁대회에서도 지체·시각·지적·청각장애 선수와 비장애인이 함께 참가했다. 미국에서도 2022년 열린 제1회 전미주장애인체전에 한궁이 경기종목으로 포함됐다.
한궁이 해외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과의 연결이다. 세계한궁협회는 2015년 TAFISA 국제회원으로 가입했고, 한궁은 같은 해 전통스포츠·게임(TSG) 종목으로 인정받았다고 관련 자료들은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것을 올림픽이나 국제경기연맹의 ‘정식 국제종목 공인’과 같은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패럴림픽과 올림픽 정식종목 진입은 현재의 지위가 아니라 한궁계가 내세우는 장기 목표다.
여기까지가 한궁이 지난 20년 동안 걸어온 길이다.
그러나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특정 스포츠를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궁을 평가하려면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생활체육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가 함께 참여할 종목은 충분한가. 선수의 기록과 승패만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만나게 하는 스포츠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한궁의 의미를 찾는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궁을 키우자는 이야기에 앞서, 노인과 장애인과 어린이가 같은 과녁 앞에 설 수 있는 생활체육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키울 것인지 묻자는 것이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한궁진흥법도 결국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법안은 노인·장애인 복지시설과 한궁 프로그램의 연계, 학생과 특수교육대상자 프로그램, 지도자 양성, 연구개발과 국제교류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영역으로 가져오려 한다. 현재 법안은 지난 3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법이 필요하다는 결론부터 내릴 필요는 없다. 먼저 한궁이 실제로 사람의 몸과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한궁계가 강조해온 ‘치매 예방’과 인지기능 개선은 같은 말인지, 연구가 확인한 범위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다음 회에서 그 문제를 살펴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