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30회 만해대상] 니시모리 시오조·박준영·안규리·정호승·박명성 수상…“생명과 평화 실천”

사진 왼쪽부터 니시모리 시오조·박준영·안규리·정호승·박명성 수상자

<님의 침묵> 출간 100주년 맞아 평화·실천·문예 주역 조명
강천석 심사위원장 “국적·인종·종교의 벽 넘는 전통 이어가”

제30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9일 강원특별자치도 인제에서 열렸다. 올해 만해대상은 ‘생명과 평화’를 주제로 평화와 인권·의료나눔·문학·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해온 5명에게 돌아갔다. 평화대상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일본 사회에 알려온 니시모리 시오조 전 고치현의회 의장이 받았다. 실천대상은 재심을 통해 사법 피해자들의 무죄를 이끌어온 박준영 변호사와 이주노동자·노숙인 등 의료 취약계층을 돌봐온 안규리 라파엘나눔 이사장이 공동 수상했다. 문예대상은 정호승 시인과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이 받았다.

강천석 만해대상 심사위원장은 종합심사평에서 만해대상의 경계를 허무는 전통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설악 무산 스님은 담장을 치거나 벽을 세우지 말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전통을 세워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며 “그 정신을 이어받아 국적과 인종, 종교의 벽을 넘어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모든 심사위원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상의 권위는 상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오랜 세월 훌륭한 수상자들의 업적이 대대로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올해 수상자들은 국적과 인종, 종교의 담을 쌓지 않는 만해대상의 전통에 더없이 부합하는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강 위원장은 “만해 선사와 설악 무산 스님께서도 하늘에서 흡족해하실 것”이라며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전했다.

최상기 인제군수는 축사에서 “1997년 시작한 만해대상이 올해 30회를 맞았다”며 “지난 30년 동안 국가와 민족, 종교와 인종의 경계를 넘어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을 찾아 그 뜻을 세상에 알려왔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올해는 만해 한용운 선사가 설악산에서 완성한 <님의 침묵>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며 “전쟁과 갈등, 세대와 사람 사이의 분열이 깊어지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화와 생명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제군은 만해의 역사를 과거의 자랑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문화와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가겠다”며 “백담사와 만해마을을 비롯한 역사문화 자원을 가꾸어 국민과 세계인이 만해의 정신을 만나는 인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여중협 행정부지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만해에게 생명은 모든 존재의 존엄이었고 평화는 억압과 차별을 넘어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수상자 다섯 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걸어온 길은 만해가 추구한 생명과 평화의 길로 이어진다”며 “강원특별자치도도 만해의 삶과 사상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닿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지혜 신흥사 주지스님이 대신 읽은 축하에서 “<님의 침묵>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지났지만 만해의 생명사상과 사랑의 철학, 평화에 대한 염원은 AI와 문명의 번영 속에서 본질을 잊기 쉬운 인류에게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등불”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니시모리 전 의장의 한일 화해 활동을 “인류 평화사의 아름다운 궤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준영 변호사의 재심 변론에 대해서는 “사법의 정의를 넘어선 자비의 실천”, 안규리 이사장의 의료나눔에 대해서는 “생명 존중의 가치를 몸으로 증명한 보살행”이라고 했다. 정호승 시인에 대해서는 “상처받은 현대인의 고독과 슬픔을 맑고 단정한 언어로 보듬었다”고 했으며, 박명성 감독에 대해서는 “불굴의 도전으로 한국 공연예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김용현 교무부총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만해 선사는 동국대학교 제1회 졸업생으로, 그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동국대의 교육과 인재 양성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평화와 정의, 이웃을 돌보는 나눔, 문학과 예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모두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실천”이라며 “만해대상은 업적에 대한 포상을 넘어 시대가 지켜야 할 가치를 실천한 이들에게 드리는 존경과 감사”라고 했다.

평화부문 수상자 니시모리 전 의장은 수상소감에서 “올바른 역사를 알아야 올바른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며 “86세인 지금도 남은 생애 동안 한일 우호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천부문 수상자 박준영 변호사는 “과거에는 제 이름을 더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억울한 사람들의 불행한 시간을 멈추게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겠다”고 했다.

실천부문 안규리 이사장은 “라파엘의 29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나와 한 몸으로 받아들이는 동체대비의 마음을 배운 과정이었다”며 “생명을 봉사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삶의 곁에 함께하라는 당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문예부문 정호승 시인은 “시인의 존재를 살기 위해서는 언제나 시를 쓰는 현재성 속에 있어야 한다”며 “만해 선생에게 민족적 정통성과 서정성, 영원성, 역설과 반어를 배웠다”고 밝혔다.

역시 문예부문 박명성 감독은 1984년 뮤지컬 <님의 침묵>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인연을 소개하며 “세계인을 감동시킬 작품을 만들고 세계시장에 내놓을 K뮤지컬을 완성할 때까지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만해대상은 만해 한용운의 사상과 실천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시상식은 <님의 침묵> 출간 100주년과 제30회를 맞아 생명·자유·평화의 현재적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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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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