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AI 시대, 시니어는 퇴장할 세대가 아니다…‘연주자’에서 ‘지휘자’로

AI가 많은 것을 대신할수록 인간에게 남는 것은 결국 방향과 판단, 관계와 신뢰다. 그래서 시니어는 퇴장할 세대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다시 꺼내 AI와 연결하고 다음 세대를 돕는 지휘자가 될 수 있다. 어쩌면 AI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새로운 능력은 가장 오래된 인간의 자산, 곧 경험과 지혜인지도 모른다. <AI 생성 이미지>

<AI 오케스트레이터와 슈퍼 1인 기업>을 펴낸 윤석빈 서강대 특임교수와 김수윤 플루티스 겸 교육자가 AI 에이전트 시대의 인간 역할, 시니어의 경험, 세대 간 연결, 리더십의 변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단순한 AI 활용법을 넘어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특히 시니어가 쌓아온 경험과 주니어의 새로운 감각을 AI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편집자>

AI 시대가 오면 시니어는 뒤로 물러나야 할까.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익히는 데 강점이 있다면, 시니어에게는 오랜 세월 일하고 사람을 만나며 쌓은 경험과 판단력이 있다. AI가 실행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시킬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하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윤석빈 교수는 AI 시대의 인간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한다. 각각의 AI 에이전트가 기획, 조사, 분석, 디자인, 판매 같은 역할을 맡는다면 인간은 이들을 조율하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연주자는 한 악기에 능숙하면 되지만 지휘자는 전체 음악을 이해해야 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단순한 기술 숙련보다 통찰과 판단, 가치관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시니어의 가능성이 새롭게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는 새로운 기기를 다루는 능력 때문에 세대 간 격차가 컸다. 그러나 AI는 점점 사람의 자연스러운 언어와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윤 교수는 “시니어에게는 일을 해본 경험이 있고, 사람에게 일을 시켜본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일이 중요한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은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니어가 AI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개인의 기억과 문서, 작업 기록이 AI와 연결되면 한 사람이 평생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니어의 경험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미래의 자원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세대의 연결이다. 시니어에게는 경험과 인간관계의 축적이 있고, 주니어에게는 새로운 감각과 빠른 적응력이 있다. 두 세대가 서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연결돼야 한다. 윤 교수 역시 앞으로 커뮤니티와 신뢰 네트워크가 중요하며, 시니어의 경험을 주니어와 연결하는 일이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AI는 그 연결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시니어의 경험을 정리하고, 주니어가 활용할 수 있는 언어와 형식으로 바꾸고, 세대 사이의 지식과 경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고령사회에서 시니어는 단순히 부양받거나 쉬어야 하는 세대가 아니라 사회의 경험 자본을 제공하는 세대가 된다.

그렇다고 경험만 가지고 AI 시대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니어 자신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절대화하기보다 AI와 대화하고 질문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검증하고 정리해야 한다. 윤 교수는 AI 시대에 중요한 것을 ‘인텐트(Intent)’, 즉 자신의 가치관과 의도를 AI와 제대로 정렬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강력한 AI를 손에 쥐어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것은 기업과 사회의 리더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리더가 AI를 단순히 직원들에게 쓰라고 지시하는 데 그쳐서는 조직이 달라지지 않는다. 리더 자신이 AI를 사용하면서 무엇을 맡길 수 있고 무엇은 사람이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 리더의 역할 역시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는 ‘연주자’에서 사람과 AI를 배치하고 방향을 정하는 ‘지휘자’로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나이가 들면 내려놓고 물러나는 것을 미덕처럼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시니어가 되는 사회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경험을 그대로 쉬게 하는 것은 너무 큰 낭비다.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고 그것을 다음 세대와 연결하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AI 시대는 시니어에게 위기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주니어의 새로운 감각과 시니어의 깊은 경험, 그리고 AI의 실행력이 만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협업이 가능하다.

AI가 많은 것을 대신할수록 인간에게 남는 것은 결국 방향과 판단, 관계와 신뢰다. 그래서 시니어는 퇴장할 세대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다시 꺼내 AI와 연결하고 다음 세대를 돕는 지휘자가 될 수 있다. 어쩌면 AI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새로운 능력은 가장 오래된 인간의 자산, 곧 경험과 지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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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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