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6·25전쟁 76주년, 던컨의 사진 속 총구는 적을 향했지만 마음은 아이를 향했다

오늘은 6월 24일이다. 내일이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6년이 된다. 며칠 전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에서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David Douglas Duncan)의 기증사진전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전쟁 사진 가운데 오래 발걸음을 붙든 것은, 총을 쏘는 병사도, 돌격하는 부대도 아니었다. 참호 한쪽에 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는 두 어린아이였다.
아이들의 머리에는 병사의 철모가 씌워져 있었다. 너무 커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철모였다. 아마 병사가 자신의 것을 벗어 씌워 주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병사가 아이의 귀를 막아 주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보니 아이 스스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누군가 “귀 막아!”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몇 번의 포성과 폭격을 겪으며 어린아이가 스스로 배운 행동이었을까. 귀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눈은 감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아래쪽에는 검정고무신과 먼지가 묻은 작은 발이 보인다. 그 발은 어디까지 걸어왔을까. 피난길의 흙먼지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사진 뒤편에는 기관총 진지가 보인다. 병사들은 전방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그들의 임무는 적과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자신들의 철모를 어린아이에게 씌워 준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총은 적을 향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이를 향하고 있었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전쟁터 한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끝내 지키고 싶은 존재를 잊지 않았다.

며칠 전 같은 전시장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으면서도 품속의 아기를 놓지 않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았다. 한 장은 상처 입은 어머니를 보여 주었고, 다른 한 장은 귀를 막은 아이를 보여 주었다. 던컨은 전쟁을 찍었지만, 결국 인간을 찍고 있었다.
내일은 6월 25일이다. 우리는 전쟁의 시작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전쟁을 되풀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쟁 속에서도 아이에게 철모를 씌워 주려 했던 사람들, 상처를 입고도 아이를 품에서 놓지 않았던 어머니들, 그런 인간다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