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칸 통신 3] ‘나홍진 표 하이브리드성 영화’ <호프> 마침내 월드 프리미어에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근접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성기(조인성) 등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범석과 성기, 성애(정호연)가 주축이 돼 외계 ‘괴물들’과 한바탕 대결을 펼치는 하이브리드 장르 영화다. ‘하이브리드’라는 규정에 걸맞게 코미디로 출발해 호러, 스릴러, 액션, 재난물, SF, 서부극 등 영화의 거의 모든 장르가 망라된다. 일찍이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2시간 40분)을 갖고 있고, 장르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금까지 한 번도 이야기된 적 없는 역사의 한 부분을 펼쳐낸다”고 영화에 대해 소개한 바 있듯, 클리셰가 돼버린 듯한 하이브리드 영화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한다고 할까.

이렇듯 ‘나홍진 표 하이브리드 영화’라는 사실에서 <호프>는 단연 독보적이다. 그 완성도 또한 가히 최상급이다. 10년 전 <곡성>을 칸에서 보고 ‘정리가 안 된 영화’라고 일축했던 나조차도, 이번에는 그 완성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 촬영감독인 홍경표의 촬영도, 미하엘 아벨스라는 미국 뮤지션의 음악 연출도, 2시간 40분을 밀고 나가는 극적 호흡도 일품이다. 짧은 러닝타임이 아니건만 어느새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 당황스러웠다면 이해가 될 정도다.
<추격자>(2008)부터 <황해>(2010), <곡성>에 이르는 전작들을 관통했던 ‘위험한 폭력성’을 탈피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 시도가 ‘나홍진 월드’의 지속적 변신으로 이어질지, 일시적 일탈에 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영화가 1997년부터 올해까지 총 24차례 칸을 찾으며 봐온 그간의 경쟁작들과는 너무도 다른 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칸의 외연 확장인지 일시적 단발성 기회 제공인지 여부 역시 궁금해진다. 전자이길 바라긴 해도….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봉준호와 박찬욱, 김지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세 감독을 때로는 패러디하고 때로는 오마주하며, 그 선배들을 뛰어넘고자 하는 듯한 감독의 욕망이 읽힌다는 점이다. 특히 <괴물>(2006)과 <복수는 나의 것>(200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 노골적으로 호출·차용된다. 후반부에서는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2016) 등과도 연결된다. 그 내포적 의미는 대조적이긴 해도 말이다. 그만큼 상호텍스트성 면에서도 <호프>는 풍요로운 편인데, 기시감 어린 상투성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물론 아쉬운 점들도 없지 않다. 나홍진 영화들이 그동안 유머와는 거리가 워낙 멀어서였겠지만, 더러는 코믹 효과가 어색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연기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황정민이 다소 붕 떠 있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고, 정호연의 연기 역시 과장돼 보이는 순간이 있다. 다만 조인성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정우성을 능가하는 쾌감을 선사하며 그 어색함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준다.
한편 감독주간에 초청된 <도라>는 <호프>에 앞서 17일 오전 8시 45분과 오후 6시에 성황리에 상영됐다. 내게는 ‘올 칸의 발견’이라 해도 손색없을 문제적 걸작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4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야 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