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 보면
그 옛날 개자추처럼 억울하게
찬밥 신세가 될 때 있지
힘든 일은 도맡아 하고
남의 잔치 밑불 되는 경우가 많지
죽어서 받는 제삿날 찬밥보다
살아서 꾸역꾸역 삼키는 찬밥이
더 시린 법이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도긴개긴이란 말
유령처럼 떠도는 건 다 이유가 있지
하지만 내 뒤에는 찬밥이나마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지
그러니 살아있는 날까지는
쪽불이라도 다시 지펴야지
암, 그래야지 누구든 꼭 그래야지
“쪽불이라도 다시 지펴야지”
‘한식(寒食)’의 핵심은 불을 쓰지 않는 것인데, 시적 화자는 그 금기를 깨고 ‘쪽불’을 다시 지피겠다고 선언한다. 남의 잔치를 위해 희생하는 ‘밑불’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데우기 위한 ‘쪽불’이라는 단어 선택이 기가 막힌다. 거창한 불꽃이 아닌, 작지만 분명한 온기를 스스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독자에게 가장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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