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칼럼

[황건 칼럼] 신념이 권력이 되는 시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칼빈, 세르베투스, 카스텔리오(왼쪽부터) <이미지 생성 AI>

요사이 일요일 예배에 가 보면 각자의 개성에 맞는 옷차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예배는 신앙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는 작은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개혁 직후 유럽의 어떤 도시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설교 시간에 졸거나 정해진 복장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을 받거나 구류에 처해지기도 했다. 머리 모양과 장신구, 춤과 잔치 같은 일상의 일들까지 규율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제네바였다. 종교개혁가 칼빈(John Calvin, 1509-1564)이 이끌던 이 도시는 신앙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열정 속에서 엄격한 규율을 시행하였다. 당시 시민들의 생활은 교회의 규율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도시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그 열정은 때때로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의사이자 신학자였던 세르베투스(Michael Servetus, 1509 or 1511-1553)는 삼위일체 교리를 비판하는 저서를 썼다가 이단으로 규정되었고, 1553년 제네바에서 화형을 당했다. 그는 폐순환을 기술한 의학자로도 알려져 있지만, 역사에서는 사상적 논쟁 속에서 목숨을 잃은 인물로 더 자주 기억된다.

세르베투스의 처형은 당대에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에 대해 인문학자 카스텔리오(Sebastian Castellio, 1515-1563)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항의하였다. 그는 ‘이단자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라며 생각의 자유를 변호하였다. 진리를 찾고 그것을 말하는 것은 결코 범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오스트리아 작가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는 이 역사적 사건을 연구하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라는 책으로 남겼다. 이 책에서 그는 신념이 절대적인 권력과 결합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문학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칼빈, 세르베투스, 카스텔리오 세 인물을 통해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공동체의 신념을 지키는 일과 개인의 생각의 자유는 어디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시대에는 종교가 사회 전체를 규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시대에는 특정한 이념이나 지도자가 거의 신성한 존재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름과 형식은 달라도 하나의 믿음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 다른 생각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리 문학에서도 이러한 장면은 낯설지 않다. 최인훈(1936-1918)의 소설 ‘광장’은 한 사회가 이념을 신앙처럼 요구할 때 개인의 생각이 얼마나 좁은 공간으로 밀려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느 체제에서도 마음 편히 서 있을 수 없는 인간의 딜레마를 보여주며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남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은 때때로 불편하게 들린다. 그러나 역사는 하나의 생각만이 허용되는 사회가 얼마나 쉽게 숨 막히는 곳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공동체가 건강하다는 증거는 모든 사람이 같은 말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하나의 신념 그 자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신념이 공존할 수 있는 관용의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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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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