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2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다. 1992년 유엔은 전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수자원 보호와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날을 공식 기념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자체적으로 ‘물의 날’을 운영하다가 1995년부터 세계 물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물의 날은 매년 주제를 정해 인류가 직면한 물 문제를 환기한다. 2019년 주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Leaving no one behind)’였으며, 인종과 종교,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2023년 주제는 ‘변화를 가속하라(Accelerating change)’, 2025년 유엔 주제는 ‘빙하 보존(Glacier Preservation)’으로,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담수 자원을 지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6년 유엔 주제는 ‘물과 젠더(Water and Gender)’로, 물 접근권이 성별 불평등과도 깊이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40억 명이 1년 중 최소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21억 명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또 26억 명은 하수처리 시설 없이 물을 사용하고 있어 콜레라, 장티푸스, A형 간염 등 수인성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오·폐수의 약 80%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물 부족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2011년 심각한 물 부족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유엔은 전 세계 자연재해의 90%가 물과 관련돼 있으며, 1995년부터 2015년 사이 홍수로만 23억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한다.
지구에는 약 13억8,600만㎦의 물이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97.5%는 바닷물이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2.5%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빙하와 지하수에 묶여 있어 실제 이용 가능한 물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은 세계 평균의 약 14%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국제 비교에서는 물 부족 국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세계물포럼의 물 빈곤지수에서 한국은 중상위권이며, 유엔 역시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증가하는 시대에 물 관리 능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정하게 나누는 문제는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 과제가 되고 있다.
세계 물의 날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물은 풍부한 자원이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생명의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