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칼럼

장군 진급자에 주는 ‘삼정검’…”칼을 받는 순간 시작되는 책임”

삼정검검

삼정검과 부월, 그리고 장수의 판단: 칼이 상징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다

오늘 장군 진급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삼정검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짧은 영상 속에서 장군은 두 손으로 검을 받아 들었다. 의식은 간결했지만 그 순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삼정검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국가가 장군에게 맡기는 책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역사에는 이와 비슷한 상징이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Records of the Grand Historian)에서 사마천(Sima Qian)은 전략가 손무(Sun Tzu)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른바 ‘손자오자열전(孫子吳起列傳)’이다. 그 기록 속에서 왕은 장수에게 ‘부월(斧鉞)’을 내린다. 도끼와 큰 도끼로 이루어진 이 상징물은 군대를 지휘하고 군율을 집행할 권한을 의미했다. 왕의 권한이 장수에게 위임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손무는 한 문장을 남긴다.
“將在軍,君命有所不受.”

장수가 군에 있을 때에는 임금의 명령이라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 들으면 불충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전장은 궁정과 다르다.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고, 멀리 있는 군주는 모든 상황을 알 수 없다. 그때 장수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판단이다. 국가가 장수에게 부월을 맡긴다는 것은 그 판단의 책임까지 함께 맡긴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대통령이 장군에게 삼정검을 수여하는 장면을 보면 이 오래된 전통이 떠오른다. 칼의 모양은 달라졌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는 장군에게 군을 맡기고, 그와 함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책임을 맡긴다. 그 책임 속에는 때로 명령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포함된다.

그래서 삼정검은 단순한 영예의 표식이 아니다. 그것은 무거운 질문이기도 하다. 전장에서 무엇이 옳은 판단인가,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 답은 결국 장군 자신의 양심과 전문성에 달려 있다.

오늘 삼정검을 받는 장군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삼정검은 한 사람의 영예를 기념하는 물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책임의 무게를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옛 장수들이 부월을 받았을 때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장군이 칼을 받는 순간 그는 더 큰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더 무거운 판단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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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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