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라의 아들들은 죽지 아니하였더라”(민수기 26:11)
고라가 누구입니까? 모세와 아론의 권위에 도전하며 반역에 앞장섰던 인물입니다. 땅이 입을 벌려 그들을 삼키던 심판의 날 함께 반역했던 다단과 아비람은 처자식과 함께 몰살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고라의 자식들은 없었습니다(민 16:27). 장성한 자녀들이 아버지의 길을 단호히 거부했을까요? 아니면 고라가 자기 핏줄만은 은밀히 떼어놓았던 것일까요? 성경이 침묵하기에 다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고라의 아들들은 살아남았고 마침내 약속의 땅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보통 이런 가문의 후손은 ‘반역자의 자식’이라는 주홍글씨가 이마에 새겨진 채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태생적 운명을 자책하며 살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라 자손은 정반대였습니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이르러 성전 문지기로, 무엇보다 ‘찬양’에 가장 앞장서는 자들로 역사의 전면에 재등장합니다.
시편에는 ‘고라 자손의 시’가 무려 열한 편이나 나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찬양의 가사가 바로 이 반역자의 가문에서 나왔습니다.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시 42:1),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시 46:1). 루터의 명곡 ‘내 주는 강한 성이요’ 역시 루터가 이 시편 46편을 묵상하며 지은 곡입니다. 이스라엘 영적 부흥을 이끈 선지자 사무엘도 고라의 자손입니다.
조상은 내란을 일으켰다가 ‘악인의 장막’에서 파멸을 맞았지만, 후손들은 ‘하나님의 장막’에서 수많은 영혼을 예배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고라의 자손들은 조상이 쳐둔 어두운 장막에서 걸어 나와 자신들을 새롭게 하시는 은혜의 빛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런 삶의 고백이 그들이 지은 노래들 속에 깊이 배여 있기에,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이 그 찬양에 기대어 은혜의 자리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이런 집안에서 태어나서” “내 부모가 이래서”. 우리는 종종 가정의 굴레나 과거의 상처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립니다. 그러나 이는 환경이나 과거의 문제라기보다 실상은 나의 문제입니다.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다 말하면서도 과거라는 핑계 뒤에 은근히 숨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인생은 뒤에서 끌어당기는 과거가 아니라 인생 앞에 베푸신 은혜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에 달려 있습니다. 고라의 아들들은 온 삶으로 대답했습니다. “오늘, 내가 하나님 앞에서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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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묵상 2권
<서툰 인생, 잠깐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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