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오후, 집사람과 영화관에 갔다. 지난해 말 조용히 개봉한 뒤 한 달 반째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 중이고, 누적 관객 120만 명을 넘어섰다는 영화 ‘신의 악단(The Choir of God)’(감독 김형협)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영화는 대북 제재로 경제가 극도로 어려워진 북한이 비정부기구(NGO)인 국제기독교연맹으로부터 외화를 받아내기 위해, 보위부 주도로 ‘가짜 찬양단’을 조직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는 NGO가 북한이 평양에 교회 2곳을 짓고 부흥회를 여는 조건으로 2억 달러의 지원금을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상임위원(기주봉 분)은 보위부에 가짜 찬양단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리고, 보위부 소좌 박교순(박시후 분)에게 이를 수행하라고 지시한다.
박 소좌는 노동현장에서 순회공연 중인 승리악단 단원들과 위장 군인들을 불러모은다. 여기에 이를 감시하는 보위부 대위 김태성(2AM 멤버 정진운 분)과 박 소좌 본인까지 가세해 12인조의 그럴듯한 찬양단을 꾸린 뒤 연습에 들어간다.
문제는 가짜로 시작했던 찬양단이 ‘찬양 연습’과 ‘예배 연습’, ‘성경 읽기 연습’ 등을 반복하면서,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진짜 신앙을 마주하게 되는 기적 같은 변화를 겪는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찬송가 272장(‘고통의 멍에 벗으려고’)을 비롯해 ‘은혜’(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광야를 지나며’, ‘주 예수 나의 산 소망’, ‘길을 만드시는 주’ 등 주옥같은 CCM이 등장해 감동을 더한다. 영화 중간에 잠시 등장하는 ‘실로암’(논산훈련소 실황 장면)과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까지 합하면 거의 찬양제 수준이라 할 만하다.
박 소좌의 명령으로 ‘신의 악단’이 된 이들. 그러나 박 소좌는 대동강교회에서 국제 NGO 사절단을 대상으로 공연을 마친 뒤, 모두 총살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긴다. 그는 공연 직전 이들을 압록강 변으로 빼돌리고, 그 바람에 정작 공연은 무산된다.
결국 체포된 박 소좌는 눈 덮인 허허벌판에서 심한 구타로 피범벅이 된 채 총살형을 당한다. 그 모습은 마치 로마 병정에게 끌려가 죽음을 당하신 예수의 마지막 장면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1994년 평양 칠골교회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목사 부흥회와 탈북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사회의 모순적 구조를 반영해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에는 끝없는 설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주 촬영지가 몽골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뇌리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박 소좌가 성경 읽기 연습을 하던 중 마태복음 16장에 꽂혀 이를 계속 암송하는 모습이다.
40~50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치고는 완성도가 괜찮았고,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긴 듯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신앙 영화가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