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권력의 재편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정치가 독주로 굳어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느냐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분기점이다.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여론의 흐름, 정치 지형, 선거 구도까지 감안하면 “독주의 완성”을 막아내기가 매우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해 보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위기감 속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이정현 위원장이 내놓은 메시지는 단순한 다짐을 넘어, 공천을 둘러싼 정치 문법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누구에게도 공천권 없다.”
이 위원장은 공천이 특정인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당원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도, 최고위원도, 국회의원도, 시도당위원장도, 심지어 공천관리위원장조차 공천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천권자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관리할 책임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말은 정치권에서 흔히 듣는 “공정 공천” 수준의 선언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 정당정치의 고질병이 무엇이었는가. 공천이 경쟁이 아니라 줄서기였고, 정책이 아니라 인맥이었고, 능력이 아니라 전화 한 통이었던 적이 적지 않았다. 이정현 위원장이 “청탁과 전화 한 통으로 공천이 결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공천의 본질을 “후보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정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공천이 단순히 승리의 도구가 아니라 정당이 어떤 사람을 중심에 세우고, 어떤 시대를 향해 갈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공천의 혁신을 말한다. 혁신은 인재 영입이어야 하고, 세대교체여야 하며, 시대교체여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교체된다는 것이다. 공천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 인물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는 결국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이정현 위원장이 특히 강조한 대목은 청년이다.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최대한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공천은 사람을 바꾸는 공천이 아니라 정치를 바꾸는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말은, 단지 신인 몇 명을 배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위원장은 1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고, 현재는 당 광주·전남 미래산업전략특위 활동 차 광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공천 전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예고도 덧붙였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공천권은 없다”는 말은 듣기에는 통쾌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원칙이다. 공천이 이해관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정당의 권력은 공천에서 시작되고, 공천은 곧 정치 생명과 직결된다. 그래서 공천 개혁은 언제나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려운 원칙을 실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이미 ‘말뿐인 혁신’에 지쳐 있다. 공천이 혁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정당은 과거의 정당으로 남는다. 반대로 공천이 혁신을 증명하면, 정당은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으로 다시 출발할 수 있다.
이정현 위원장의 말처럼, 이번 공천이 “사람을 바꾸는 공천”이 아니라 “정치를 바꾸는 공천”이 될 수 있을까. 6.3 지방선거의 승패는 후보의 얼굴에서 결정될지 모르지만, 그 후보를 만드는 공천의 원칙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